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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블링컨, 북한 향해 ‘대화·외교’ 23번 외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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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양국 장관은 이날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장·단기 군사대비태세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양국 장관은 이날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장·단기 군사대비태세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 외교부]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한 뒤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 의지를 유난히 강조했다. 핵 실험 직전까지 간 북한을 돌려 세우려는 노력이면서, 동시에 북한이 만일 도발할 경우 최대 압박 모드로 전환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보인다.

이날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양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를 11차례, ‘외교’를 12차례 각각 거론했다. 모두 23차례에 걸친 대화·외교 언급 중 17차례는 블링컨 장관의 입에서 나왔다.

블링컨 장관은 대북 압박의 불가피성을 강조할 때마다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블링컨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방어력은 항시 갖춰두는 게 중요하지만, 이건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며 우리의 목표도, 의도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와 반대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모든 이견을 외교와 대화로 평화롭게 해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진 장관도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끝내고 정치적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며 “핵실험으로 스스로를 고립시킬지, 옳은 판단으로 대화와 외교에 복귀할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면 언제든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발언은 핵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면서도, 북한이 언제든 마음을 바꿔 차선책을 모색할 수 있도록 외교적 공간을 열어주겠다는 최근 한·미의 전략적 판단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이는 한·미가 강경한 압박 모드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경우에 대비한 명분 쌓기의 측면도 있다. ‘우리는 할만큼 했다’는 메시지를 북한뿐 아니라 제재에 딴지를 걸어온 중국·러시아에도 보낸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출범 때부터 대북 강경론을 추진할 것이란 우려를 샀고, 바이든 행정부는 사실상 북핵을 방치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한·미 외교장관이 ‘대화에 나오기만 하면 어떤 의제든 논의하겠다’며 북한에 공개적으로 호소한 이상 공은 평양으로 넘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블링컨은 최근 북한의 최선희 신임 외무상 임명과 관련, “우리의 대북 접근은 특정 인사에 좌우되지 않고, 상대국 정책 전반에 초점을 맞춘다”고 답했다. 대화에 여지를 두는 듯 애매한 ‘간 보기 인사’ 대신 공식 대화 제안에 제대로 응하라는 의미다.

북한이 그런데도 7차 핵실험을 한다면 한·미는 제재와 확장억제 강화로 대응할 전망이다. 이날 블링컨은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앞으로 몇 주 안에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장·단기 군사 대비 태세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경고도 반복했다.

양국 장관은 “북한의 도발 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추가 제재 결의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방조하는 러시아·중국의 개인·기관도 계속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도 “우리는 기존 제재 이행의 허점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제재 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미국과 보조를 맞춘 독자 제재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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