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공포에 코스피 2500도 붕괴

중앙일보

입력 2022.06.15 00:02

업데이트 2022.06.1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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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증시의) 급격한 하락은 시장이 ‘항복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금융투자회사 생츄어리웰스의 제프 킬버그 최고투자전략가가 13일(현지시간) 내놓은 진단이다. 이날 시장은 요동쳤다. 나스닥이 4% 넘게 급락하는 등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하락했다. 미 국채 금리는 급등(채권값 하락)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도 고꾸라졌다. ‘S(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의 공포’에 시장이 백기를 드는 모습이다.

시장의 무기력은 바다 건너로 이어졌다. 14일 코스피는 1년7개월 만에 2500선을 내줬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46% 내린 2492.97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500선 아래로 주저앉은 건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0.63% 하락한 823.58에 마감했다.

이날 개인과 기관은 각각 391억원, 1937억원을 사들였지만 외국인은 277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한국과 미국의 금융시장을 뒤흔든 건 갈수록 커지는 ‘거인의 그림자’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14~15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며 시장은 요동쳤다. 자이언트 스텝이 기정사실화로 받아들여지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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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1300원 뚫는 건 시간문제” … 한은, 사상 첫 빅스텝 밟나

미국 증시가 급락한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힘든 표정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14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2457.39까지 떨어졌다가 2492.97에 장을 마감하며 1년7개월 만에 2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AP=연합뉴스]

미국 증시가 급락한 1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힘든 표정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14일 코스피는 장중 한때 2457.39까지 떨어졌다가 2492.97에 장을 마감하며 1년7개월 만에 2500선 아래로 떨어졌다. [AP=연합뉴스]

미국 경제에 드리운 ‘S의 공포’는 한국 경제도 뒤흔들고 있다. 안전자산인 달러의 몸값이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원화 가치는 자유낙하하고 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1284원)보다 2.4원 하락한(환율 상승) 달러당 1286.4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1191.8원)와 비교하면 6개월여 만에 94.6원 하락했다. 장 초반 원화값은 달러당 1292원 선을 넘으며 장중 기준으로는 2020년 3월 19일(달러당 1296원)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약세를 기록했다. 이날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에 하락 폭은 줄었다.

상당수 전문가는 ‘수퍼 달러’(달러 강세) 흐름 속 단기간 원화값이 달러당 1300원 선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원화값이 달러당 1300원선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 13일(1315원)이 마지막이었다.

“달러 강세 연말까지 이어질 수도”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이번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전망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있다”며 “원화값은 달러 강세로 인해 당분간 달러당 1300선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미국 실물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연말까지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며 “달러값이 1300원을 뚫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뉴스1]

원화값 하락은 20년여 만에 몸값이 최고로 치솟은 ‘수퍼 달러’ 영향이 크다. 13일(현지시간)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105.13을 기록했다. 2002년 12월 11일(105.35) 이후 가장 높다. 달러 몸값을 끌어올리는 불쏘시개는 긴축 우려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Fed가 더 세게 돈줄을 죌 것이란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짙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안전자산인 미국 달러의 몸값이 뛰는 이유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Fed가 긴축 가속 페달을 세게 밟았다간 물가도 잡지 못한 채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 한국도 타격을 받는다”며 “원자재 수입부터 수출까지 어려움을 겪으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금 이탈도 가속화하고 있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모두 ‘셀코리아’가 감지된다. 14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2~13일 7거래일간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10조원을 회수했다. 외국인은 이 기간 중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3조1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중 외국인은 만기 도래 채권 9조4058억원어치를 대거 상환하며 국내 채권시장에서 6조4296억원 규모를 순회수했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가치는 단기간에 달러당 1300원대를 맴돌며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자금 이탈에 금융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과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이번 주로 예정된 국고채 바이백(조기 상환) 규모를 기존에 예정된 2조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FOMC 전후 시장상황 면밀히 모니터링”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긴급 시장상황 점검 회의’에서 “FOMC 전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할 때 시장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피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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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긴축의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으면서 한국은행의 발걸음도 바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 자본의 이탈이 본격화할 수 있어서다. 현재 한국(연 1.75%)과 미국(연 0.75~1.0%)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0.75%포인트다. 미국이 6월과 7월 연달아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거나 자이언트 스텝과 빅스텝을 번갈아 밟으면 금리는 역전된다.

이 때문에 한은이 사상 초유의 ‘빅스텝’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남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결정을 하는 회의는 7월과 8월, 10월과 11월까지 총 네 번이다. 시장은 7월과 8월 금통위에서 연달아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지만 상황에 따라 보폭을 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4일 한은이 공개한 5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상당수 금통위원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매파’(통화 긴축)적 시각을 드러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 빚 부담이다. 이미 가계부채가 1900조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각국의 고강도 긴축에 세계 경기 침체는 동반된다”며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한국은 주식과 채권값은 물론 집값 거품까지 빠지는 등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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