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대교체론 침묵하는 野 대주주들…‘믿는 구석’은 당원 여론? 대안 부재?

중앙일보

입력

최근 민주당 당안팎에선 이재명·홍영표·전해철 의원(왼쪽부터)에 대한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가 커지고 있으나, 세 의원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앙포토

최근 민주당 당안팎에선 이재명·홍영표·전해철 의원(왼쪽부터)에 대한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가 커지고 있으나, 세 의원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8월 말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세대교체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당내 계파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이광재 전 의원과 조응천 의원이 잇달아 이재명·전해철·홍영표 의원 등 ‘3인방’의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당사자인 세 의원은 아직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내에선 “분위기상 ‘3인방 불출마’는 물 건너갔다”(재선 의원)는 회의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野 토론회서 다시 나온 ‘이재명 전대 불가론’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지선 평가 연속토론회(2차)를 진행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지선 평가 연속토론회(2차)를 진행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4일 오전 이탄희 의원 등 초·재선 의원 11명이 공동주최한 ‘대선·지선 평가 2차 토론회’에선 또다시 ‘이재명 당대표 불가론’이 나왔다. 발제자로 나선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정치컨설턴트)는 민주당의 ‘인적 쇄신’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의원은 당과 본인을 위해서라도 전대 불출마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최근 민주당 내 세대교체론은 이 의원에 대한 불출마 요구와 맞닿아 있다. 민주당 지지층의 66.1%가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가 적절하다”(SBS·넥스트리서치, 6~7일)고 응답하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출마하면 세대교체론 대신 ‘친명 대 반명’ 계파 구도가 굳어질 수 있어서다. 당내에선 “현실적으론 이 의원의 출마 여부에 따라 세대교체론의 동력이 달라질 것”(수도권 초선)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회 출근 첫날인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회 출근 첫날인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하지만 이 의원은 불출마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지난 7일 “전당대회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한 게 전부다. 외려 친명 의원들 사이에선 이 의원의 당대표 도전이 ‘상수(常數)’로 거론된다. “지지층이 ‘이재명 중심 당 혁신’을 간절히 원한다”(친명 초선)는 이유에서다. 이날 오전 이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후원계좌 공지에도 “민주당을 꼭 바꿔달라”는 댓글이 달렸고, 1억 5천만원 규모의 후원계좌는 2시간 30분 만에 마감됐다.

‘반명(反明)’의 대표 주자로 분류되는 홍영표·전해철 의원도 역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지난해 5·2 전당대회에서 낙선했던 홍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대표 재출마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한 채 “일단 당의 제대로 된 평가와 혁신에 앞장서서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도 이른바 ‘3인방 불출마론’에 대해 “굉장히 좋은 뜻으로 한 이야기”라고 평가했으나, “필요하다면 저도 (당대표에) 출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86그룹’은 세대교체에 비판적…“가치 중심으로 임해야”

2019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이인영 의원(왼쪽)이 민생법안 정책간담회 행사에서 우원식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86세대'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뉴스1

2019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이인영 의원(왼쪽)이 민생법안 정책간담회 행사에서 우원식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86세대' 정치인으로 손꼽힌다. 뉴스1

세대교체론이 당내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 이유로는 ‘계파별 셈법’이 거론된다. 당원 다수의 지지를 받는 이 의원은 물론, 그에 맞서야 하는 홍·전 의원 입장에서도 불출마 요구에 따르거나 굳이 앞장서서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친명 성향의 한 보좌관은 “세대교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적임자야말로 지난 대선 때 ‘3선 연임 금지’에 찬성한 이재명 의원 아니겠냐”며 “지금의 논란이 훗날 당 혁신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문 성향 보좌관은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7080 의원들도 합의된 당대표 후보를 내긴 힘들 것”이라며 “대안이 없으면 결국 ‘이재명 찬반’ 구도로, 의외의 박빙 선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3인방’의 침묵 속에 대신 세대교체론과 맞서는 건 학생운동 출신 ‘86그룹’이다. 이들은 물리적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교체보다, 민주당 노선 정립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1기 의장 출신인 이인영 의원은 “당연히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면 좋다”면서도 “단순히 누구는 물러나라, 누구는 입 닫으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가 무슨 가치를 주장하는지 말해야 한다. 연령의 많고 적음 이전에, 우선 가치 중심으로 임할 때”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당대회에 도전했던 우원식 의원도 세대교체론에 대해 “민생·개혁 노선에 대한 평가, 그리고 자기만의 분명한 대안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586 용퇴하라, 70년대 이하로 하자’ 이렇게 세대 간 문제로 본다면, 국민이 제대로 반성하고 거듭나는 민주당으로 인정할 것인가. 조금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차기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두 의원은 각각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으로 돌아가자”(우원식), “민생의 깃발을 앞에 내세우고 전략적으로 싸우자”(이인영)고 주장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