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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1명이 4000건…임기 15개월 남은 김명수, 상고제 바꾸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 제21차 정기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사법행정자문회의 제21차 정기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상고제도 개선 입법안을 직접 마련하기 위해 전담팀을 만든다. 상고제도 개선은 사법부 최대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현 상고제도에선 대법관 1명당 연간 4000여건의 주심 사건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사건 적체가 심각해서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임명했고 내년 9월 임기를 마치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입법까지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최근 '상고제도 개선 입법 추진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고 인력 구성을 마쳤다. 법원행정처 소속 재판연구관과 일선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판사 등 10명 안팎으로 팀을 구성했다고 한다.

TF팀은 내년까지 상고제도 개선 관련 입법을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의 사법행정 관련 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지난달 제안한 대법원 상고심사제도 도입 방안대법관 증원 방안 등이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관 증원 방안과 관련해서는 현재 대법원장을 포함한 14명의 대법관 수를 18명으로 늘리고, 전원합의체를 대법관 각 8명과 대법원장이 참여하는 공법·사법 합의체로 쪼개 운영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상고심사제도는 폭증하고 있는 상고사건 중 대법원의 본안 심리가 필요한 사건들만 일정한 심사를 통해 선별하는 방식이다. 최근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은 연간 4만건을 넘어섰다. 1990년대 8000여건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쌓여가는 사건을 처리하느라 정작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적 쟁점에 대해 판단을 하는 최고 법원 및 정책 법원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상고제도 개선 방안에는 이 밖에도 ▶상고허가제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 방안 ▶고등법원 상고심사부 설치 ▶상고법원 설치 등이 있다.

상고허가제는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오기 전 상고를 허가하는 제도로 이미 1981~1990년 시행된 적이 있다. 하지만 국민이 상고심을 받을 기회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 방안은 고등법원에 상고부를 설치해 가령 소가 5억원 미만, 선고형 3년 미만 등의 기준을 정해 이를 관할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상고 사건 중 10% 정도만 대법원이 담당하게 된다. 고등법원 상고심사부 방안은 대법원이 아닌 5개 고등법원에 상고심사부를 설치해 심문 등을 진행하며 상고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상고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진하다가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를 부른 방안으로 서울 등 특정한 지역에 별도의 상고 담당 법원을 설치하는 방안이다. 대법원 소부에서 대법원이 심리할지, 상고법원이 심리할지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대법원 TF가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구체적 개정안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입법이 이뤄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의 임기가 15개월밖에 남지 않은 데다 정권도 바뀌어서다. 또 정부안 발의를 한다면 한동훈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법무부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한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재직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지휘한 경력이 있어 사법부와의 관계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사건 적체로 대부분의 사건을 사실상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판결하는 대법원 상황을 바꾸려면 상고제도 개선은 필요하다"면서도 "정권 교체 이후 김 대법원장이 추진하는 입법이 동력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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