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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수완박 마무리"…'처럼회' 또 법사위 장악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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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주요 멤버들(최강욱, 김용민, 김남국, 이수진, 황운하 의원)과 법관 탄핵을 주도했던 이탄희 의원. 김경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주요 멤버들(최강욱, 김용민, 김남국, 이수진, 황운하 의원)과 법관 탄핵을 주도했던 이탄희 의원. 김경진 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앞장섰던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 모임 ‘처럼회’ 회원들이 21대 국회 후반기에도 법제사법위원회 장악을 노리고 있다.

14일 복수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존 민주당 법사위원 10인 중 대다수가 하반기 국회에서 ‘탈(脫)법사위’를 희망했지만 처럼회 주축인 김남국(경기 안산 단원을)·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잔류를 우선 지망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소속 의원들로부터 1~3순위 상임위 지망을 접수했다.

이수진 의원은 본지에 “내게 주어진 검찰 개혁 등의 과업을 마무리해야 한단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관 탄핵 등을 주도하고 한때 처럼회에 속하기도 했던 이탄희 의원도 법사위 진입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의원이 하반기 법사위 진입을 위해 법사위통 보좌진을 새로 물색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법사위에는 처럼회원들 주도로 발의한 검수완박 후속법안인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등이 계류돼 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인 지난 4월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를 위해 법사위에 처럼회원들을 전진 배치했다. 법안 심사 1 소위에 검찰 출신 송기헌 의원 대신 최강욱 의원을 넣고, 역시 검찰 출신인 소병철 의원 대신 민형배 의원이 배치해 결국 민주당 몫 11명 중 5명(김남국·김용민·이수진·최강욱·민형배)을 처럼회원으로 채웠다. 결국 민 의원의 ‘꼼수 탈당’ 등 기상천외한 방식을 총동원해 법안을 밀어붙였다.

총선을 앞둔 후반기 국회에선 통상 법사위는 의원들의 기피 상임위다. 지역구 관리를 위해선 교육위·국토교통위 등 지역 민원사업 예산 조달이 용이한 상임위를 희망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반기 법사위 탈출을 희망하는 재선 의원은 “더는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고 싶지 않다. 할 만큼 했단 생각”이라며 “처럼회원들은 신념의 길을 택하려나 보다”고 말했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발대식에서 박홍근 단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발대식에서 박홍근 단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그러나 박홍근 원내대표가 이들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후반기 법사위는 여당과의 싸움보다는 토론이 되는 합리적 성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총선이 2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처럼회로 법사위를 채워 전쟁터를 만드는 것은 큰 부담”이라며 “자칫 지도부 의사와 상관없이 여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가 ‘탈(脫)처럼회’ 법사위 개편으로 가닥을 잡는 데는 지난달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연발된 헛발질도 작용했다. 당시 김남국 의원은 ‘이 모 교수’를 한 후보자 딸의 이모로 오인하거나, 최강욱 의원은 사진에 ‘한OOO’으로 모자이크 처리된 ‘한국 3M’을 한 후보자의 딸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등 촌극을 빚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장관 청문회 당시, 처럼회 핵심 멤버인 최강욱 의원이 벌인 ‘짤짤이’ 발언 논란 여파로 간사 주재 사전 준비 회의를, 청문회 30분 전에야 여는 등 적잖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한편, 민주당에선 이날도 이원욱 의원이 불 지핀 ‘처럼회 해체론’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강병원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처럼회가)계파다,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지난 2년간 했던 정치적 활동에 대해 평가해 보고 국민의 실망스러운 평가에 대해서는 스스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처럼회가 검수완박법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전날엔 당 중진들에게서 “해체 선언을 해야 한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이) 해체 명령을 해야 한다”(이상민 의원), “검찰·부동산 관련 대표 입법의 타당성부터 한동훈 청문회의 집단 성적 등까지 엄히 자평하고 자기 혁신과 자진 해체 중 진로를 고민하는 게 어떨까 한다”(김민석 의원) 등의 해체 요구가 이어졌었다.

이재명계 일각과 처럼회원들도 반격했다. 이재명계 좌장격인 우원식 의원은 14일 라디오에서 “(처럼회 해체론은)남 탓 용·면피용 주장”이라고 말했고 처럼회원인 황운하 의원은 “‘처럼회’는 계파 모임이 아니며, 섣불리 (해체를) 촉진하다 보면 분열이 촉진될 수 있다”고 맞섰다. 황 의원은 “이분들이 무엇보다도 사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시대적 과제라 볼 수 있는 정치나 검찰 개혁의 과정에 기꺼이 순교자가 될 수 있다는 어떤 헌신의 각오가 돼 있는 분들”이라는 표현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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