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물가로 민심이반" 우려했던 尹…"공급 조치 다 취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지난 3월 3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식당.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초선 의원 7명과의 오찬에서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정권 초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가면 민심이반 시작”이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이어 물가와 금리, 가계부채가 다 연동돼 있다며 “금리를 잡으려면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돈 쓸 일이 많다.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부채에 부담이 가니까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정권이 물가는 잘 잡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 6월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입구. 집무실로 출근하던 윤 대통령은 기자들이 선제적 물가 조치 방안을 묻자 “공급 사이드에서 물가상승 요인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공급 사이드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 취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관련 준비사항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거시든 미시든 지금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해 하나하나 챙기고 있고 자세히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당선인 시절 물가 급등을 “민심이반의 시작”이라고 우려했던 윤 대통령이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 추세에 관련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물가가 오르면 실질 임금이 하락하니 선제적 조치를 통해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줄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한 데 이어 이날 출근길에선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 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부터 “제일 문제가 물가”라며 물가 챙기기를 강조했지만, 5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4년 만에 최고치인 5.4%를 기록하는 등 만만치 않은 경제 상황에 직면했다.

윤 대통령이 김창기 국세청장을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한 것에 대해 “세정 업무를 그대로 방치할 수가 없어 부득이하게 인사를 했다”고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치솟는 물가로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세입 여건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대통령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의 한 참모는 통화에서 “해외발 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 자체를 막기는 어려울지라도, 그로 인한 생계 부담은 최대한 덜어줘야 한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창기 국세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창기 국세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곧바로 보폭을 맞췄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물가민생안정특위를 정책위원회 산하에 설치했다”고 말했다. 특위는 재선의 류성걸 위원장과 정운천 의원, 초선 박수영·박정하·배준영·서일준·이인선·조은희·최승재 의원 등 9명에 외부 전문가 6명을 더해 15명 규모로 꾸려졌다. 첫 회의는 오는 16일에 연다.

권 원내대표는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직접 정부와 연락해 유류세 인하나 각종 관세율 인하를 주문하고 있고, 그와 관련된 입법이 필요하면 바로바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성 정책위의장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치솟는 밥상 물가 및 생활 물가에 정부는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정부는 유류세의 탄력세율 적용을 최대한 높여 국민부담을 줄여주길 바란다. 탄력세율로 조절 불가능한 것은 추후 여야의 입법을 통해서라도 물가를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15일 오전 국회에서 물가안정 대책을 포함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대통령실에선 최상목 경제수석과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참석하고 당에선 권 원내대표와 성 정책위의장 등이 나온다. 정부에선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이 출석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