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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절반' 돈바스 통째 삼키나…"점령땐 푸틴 승리선언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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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의 세베로도네츠크에 있는 아조트 화학공장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러시아군 공격으로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의 세베로도네츠크에 있는 아조트 화학공장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러시아군 공격으로 시커먼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침공 110일째를 맞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州) 전역 함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특수군사작전 2단계'에 따라 대대적인 돈바스 전투를 개시한 지 두 달 만이다.

"러軍, 세베로도네츠크 70% 장악" 돈바스 함락까지 시간문제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루한스크주의 최전방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 도심에서 격전을 벌이다 퇴진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보급로가 지나가는 이 도시는 지난달 말부터 러시아군에 3면 포위된 채 집중포화를 받아왔다. 이날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도시의 70%가 러시아군 수중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곳에서는 말 그대로 1m 단위의 땅을 두고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러시아군은 세베로도네츠크와 서쪽 외곽을 잇는 교량 3개 모두를 파괴해 도시를 철저하게 고립시켰다.

세베로도네츠크 교전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강 건너 이웃도시 리시찬스크도 함락하면 사실상 루한스크주 전부를 장악하게 된다.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7일 "루한스크주의 97%를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돈바스의 또다른 축인 도네스크주는 이미 러시아군이 절반을 잠식한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의 운명이 세베로도네츠크 전투에 달려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지난 5일 참모들의 전황 보고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지난 5일 참모들의 전황 보고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세베로도네츠크 함락은 단순한 도시 함락 이상으로 전쟁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러시아군이 전쟁 초기 수도 키이우 등 북부 진격에 실패한 후 돈바스 지역으로 공격 범위를 축소하며 진행한 '군사작전 2단계'에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베로도네츠크는 도네츠크주의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뱐스크 등 아직 우크라이나군이 통제 중인 주요 도시들을 향해 서쪽으로 진격을 용이하게 하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 NYT는 "세베로도네츠크에 이어 크라마토르스크까지 넘어가면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 전역을 지배하는 수순에 접어들게 된다"고 내다봤다.

돈바스, 크림 연결하는 교두보…젤렌스키 "크림 되찾겠다"

돈바스 지역은 우크라이나 국토(60만㎢)의 9% 규모로, 남한의 절반 정도 크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러시아 국경과 맞닿은 입지 뿐 아니라 석탄 탄광과 철강공장 등이 밀집해 있는 중공업 중심지로서 러시아가 눈독을 들이기에 충분하다. 침공 전 인구는 620만 명으로,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7%에 달했다.

13일(영국시간) 기준 우크라이나 전선 상황. 빨간색 부분이 러시아군이 장악한 지역이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알자지라 캡처

13일(영국시간) 기준 우크라이나 전선 상황. 빨간색 부분이 러시아군이 장악한 지역이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알자지라 캡처

13일(영국시간) 기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선 상황. 빨간색 부분이 러시아군이 장악한 지역이다. 점선 동그라미는 24시간내 교전이 치열했던 지역. 미국 전쟁연구소(ISW)=알자지라 캡처

13일(영국시간) 기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선 상황. 빨간색 부분이 러시아군이 장악한 지역이다. 점선 동그라미는 24시간내 교전이 치열했던 지역. 미국 전쟁연구소(ISW)=알자지라 캡처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반군 세력은 2014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선포하고, 돈바스의 3분의 1을 장악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상대로 내전을 벌였지만, 8년간의 오랜 전투는 교착상태에 빠져있었다. 그러다 2월 24일 침공 이후 러시아군이 반군 세력에 대거 합류했고, 현재 이들은 돈바스의 80~90%를 점령하는 데 이르렀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침공 사흘 전인 2월 21일 두 공화국의 독립을 전격 승인하며 돈바스로 러시아 군대 진격을 명령했다.

NYT는 "러시아군의 돈바스 점령시 푸틴 대통령은 군사적 승리를 확실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된다"며 "향후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 단계에서도 이 지역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2014년 강제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육로 회랑 건설에 대한 오랜 열망도 돈바스를 가로질러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에 빼앗긴 크림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간 크림반도를 수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나, 이를 전쟁 목표로 공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dpa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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