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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또 애민 모드…"질 낮은데 생산량만 따지나" 치약 호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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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관측되는 가운데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상반기 사업을 점검한 전원회의 결정 사항을 전하며 민심 동요 차단을 위한 여론전에 주력했다. 경제난과 코로나19로 인한 민심 이반으로 다잡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면서다. 핵실험을 하더라도 주민 동요가 없도록 민심 관리가 먼저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애민 이미지' 부각하는 北

노동신문은 14일 평양에서만 120여대의 방송 선전차와 1만6000여대의 이동식 음향 증폭 장치를 동원해 선전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지난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체 생산한 치약과 아동용 벨트의 조악한 품질을 지적하며 간부들에게 언성을 높인 일화를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 앞서 준비를 지시한 각종 소비품(공산품)을 들고나와 참석한 간부들에게 "소비품의 질을 따지지 않고 생산량에만 치중하는 것은 인민에 대한 그릇된 관점과 당 정책집행에 대한 요령주의적 태도"라며 "당과 인민을 속이는 행위"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 앞에 나선 경제 과업 가운데 급선무는 농사와 소비품 생산"이라며 "'선질후량' 원칙에서 인민들이 경공업의 덕을 실지 입을 수 있도록 소비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TV가 2017년 4월 방영한 기록영화에서 학생들의 가방 놓는 위치를 수행 간부들에게 지도하는 김정은의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조선중앙TV가 2017년 4월 방영한 기록영화에서 학생들의 가방 놓는 위치를 수행 간부들에게 지도하는 김정은의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신문은 이날 전국의 모든 소학교(초등학교)와 대학의 신입생을 비롯한 학생들에게 여름 교복과 신발, 가방을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이 김정은의 민생 행보를 부각, 충성심을 유도하고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지난 11일 전원회의 평가 자료에서 "(북한이) 농업과 경공업을 '급선무'의 과제로 제시한 것은 식량 및 생필품 부족에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전히 방역은 최우선 과제

북한 매체들은 또 코로나19 안정세를 계속 강조하면서도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주문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3면에 '지속되는 세계 각국의 보건위기 상황에서 찾게 되는 교훈', '선진적인 방역능력을 갖추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강구' 등의 방역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게재했다. 특히 신문은 "전민항전, 전민합세야말로 오늘의 방역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면서 방역 위기 극복을 위해 단결을 강조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코로나19 방역 관련 선전화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이 공개한 코로나19 방역 관련 선전화의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연구위원은 "북한은 코로나19 상황의 안정세를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방역 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김정은의 리더십을 연결하기 위해 당분간 이런 방역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 피해 예방사업도

북한은 또 식량난을 가중할 수 있는 자연재해 대비에도 집중하고 있다.

북한 기상수문국(한국의 기상청)은 이날 관영 매체를 통해 "올해 장마 시작은 7월 상순경으로서 평년(7월 13일)보다 약간 빠르겠다"면서 "7~8월에 서해안과 동해안 중부 이남의 일부 지역에서 폭우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7~9월에 태풍의 영향을 2회 정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기상청에 해당하는 북한 기상수문국의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한국의 기상청에 해당하는 북한 기상수문국의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이날 "재해성 기후를 '기정사실화'하고 치산치수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폭우, 해일과 태풍이 들이닥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이지만 다스리지 못할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올봄 극심한 가뭄을 겪은 북한이 장마를 앞두고 홍수로 인한 농작물 피해 방지를 위한 예방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이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자연재해라는 '삼중고'에 맞닥뜨릴 위기에 놓였다는 위기의식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정은 시대 들어 재난 대응의 과학화를 강조하고 있는 북한이 선제적인 대비태세 구축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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