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발 개고기 논쟁…개고기 안 먹는 2030 더 발끈했다,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6.14 16:31

업데이트 2022.06.14 16:47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첫 언론 인터뷰가 때아닌 ‘개고기 논쟁’에 불을 붙였다. 김 여사가 지난 13일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며 개 식용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 김 여사의 발언을 두고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반론이 충돌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반려견들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반려견들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희사랑'

2030 “개고기 싫지만, 법제화는 반대”

최근 시행된 조사에 따르면 개 식용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경기도가 도민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인식조사에선 전체 응답자 중 84%가 ‘앞으로 개고기를 먹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당시 경기도는 “동물 보호와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개 식용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뀐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 연령대에서 찬성 비율이 높았으나, 연령에 따라 미묘한 차이가 드러났다. 18~29세는 법제화에 대해 60%가, 30대는 61%가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각각 68%, 69%가 찬성한 60대와 70대 이상보다도 찬성률이 낮았다. 전 세대를 통틀어 20~30대가 개 식용 금지 법제화에 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지난해 6월 실시된 '개 식용 관련 경기도민 인식조사' 결과. 경기도

지난해 6월 실시된 '개 식용 관련 경기도민 인식조사' 결과. 경기도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40대 직장 상사가 회식 메뉴로 개고기를 먹자고 한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개고기를 좋아하지 않아 거절했다”면서도 “수요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시장을 굳이 법으로 금지하는 건 다른 축산업계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개인의 자유(liberty)를 중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이 이러한 인식에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고기에 대한 선호와 별개로 20~30대는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을 불편하게 느낀다. 자유를 체득하면서 살아온 세대이기 때문에 윗세대보다 국가권력의 개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동물보호단체의 집회 모습(왼쪽)과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의 개고기 도매상 간판. 뉴스1

지난 2018년 동물보호단체의 집회 모습(왼쪽)과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의 개고기 도매상 간판. 뉴스1

정치 공방 소재 된 ‘개고기 논쟁’

김 여사의 발언으로 불거진 개고기 논쟁은 동물권이나 축산업에 대한 논쟁에서 벗어나 정치적 지지 성향에 따른 공방으로 비화하는 양상도 보인다.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일부 야권 성향 네티즌들은 “몇 년 만에 개고기를 좀 먹어야겠다” “(김 여사가) 중요 외교 국가인 중국에 대해 결례 발언을 했다”는 등의 반응이 있었다. 반면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개고기 먹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한국의 국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김 여사의 주장을 옹호했다. 세계에서 개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과 베트남 등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대선 정국 땐 정반대 상황

지난해 8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내 잔디밭에서 보호견 '오리'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개식용 금지 등 공약을 발표했다. 뉴스1

지난해 8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내 잔디밭에서 보호견 '오리'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개식용 금지 등 공약을 발표했다. 뉴스1

이는 지난 대통령 선거 정국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개가)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형성된 시대적 상황을 반영해서 이제는 개 식용 문제를 해결할 때가 됐다”며 개 도살 등을 법으로 금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상대 진영 지지자들은 이 후보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의힘 경선 토론에서 “식용 개는 따로 키우지 않느냐”고 말했다가 동물단체 등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이후 윤 대통령은 펫산업박람회에 참석해 “개 식용을 반대한다고 분명히 말했다. 처벌 등 법제화는 국민 합의를 거쳐야 하는 문제라는 뜻”이라 말하며 논란을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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