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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어펜저스, "이 멤버 파리까지"…맏형 김정환도 은퇴 미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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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오상욱, 구본길, 김정환, 김준호(왼쪽부터)가 13일 서울 송파구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오상욱, 구본길, 김정환, 김준호(왼쪽부터)가 13일 서울 송파구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로 불리는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 함께할 가능성이 커졌다. 맏형 김정환(39·국민체육진흥공단)이 은퇴를 미루고 다음 올림픽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김정환은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우승한 뒤 "몸이 허락한다면, 파리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정환, 구본길(33·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김준호(28·화성시청), 오상욱(26·대전시청)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팀이다. 2017년 세계펜싱선수권 단체전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사상 최초로 우승한 뒤 한 번도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2년 전 도쿄올림픽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어 세계 정상의 위용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이후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에 출연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김정환은 '어펜저스'의 정신적 지주로 통한다. 2018년 한 차례 은퇴했지만,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현역으로 복귀했던 그는 당초 올해 9월로 예정됐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다시 거취를 고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로 항저우 대회가 연기되는 변수가 생겼고, 결국 더 먼 미래까지 내다보게 됐다.

그는 "(1년 미뤄졌던 도쿄올림픽처럼) 내가 목표로 삼은 큰 대회는 자꾸 연기되는 것 같다. 다음 아시안게임에서 몸 상태를 본 뒤 파리까지 도전하고 싶은 게 내 목표"라고 말했다. 이런 결심의 원동력은 함께 뛰는 구본길, 김준호, 오상욱의 존재다. 김정환은 "이렇게 완벽한 동료들과 다음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합작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몸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구본길(왼쪽)과 김정환이 10일 서울 송파구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주인공을 가리고 있다. [국제펜싱연맹 페이스북 캡처]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 구본길(왼쪽)과 김정환이 10일 서울 송파구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주인공을 가리고 있다. [국제펜싱연맹 페이스북 캡처]

김정환의 결정을 가장 반긴 이는 지난해 말부터 남자 사브르 대표팀을 이끌게 된 원우영 코치다. 원 코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단체전 마지막 주자로 뛰면서 남자 사브르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주역이다. 당시 함께 우승한 멤버가 김정환, 구본길이다.

원 코치는 "국가대표팀 코치로서 세계 랭킹 1위 팀을 맡게 되면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지금도 아주 훌륭하지만, 세계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진짜 '어펜저스'를 만들고 싶은 포부가 생겼다"고 했다. 또 "그러려면 김정환이 꼭 필요하다. 내가 정환이에게 '도와달라'고 했고, 실제로 지금 나를 많이 도와주고 있다. 2년 뒤 파리까지 꼭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며 활짝 웃었다.

이들은 이미 아시아에 적수가 없다. 8년 만에 안방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물오른 경기력을 뽐내며 개인전 1~3위를 싹쓸이했다. 구본길이 1위, 김정환이 2위, 오상욱이 3위다. 일본과 맞붙은 13일 단체전 결승 역시 구본길, 오상욱, 김준호가 나서 45-33으로 완승했다.

2관왕에 오른 구본길은 "내가 개인전에서 다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컸는데, 좋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한 덕을 본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존경하는 정환이 형이 있어서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 같다. 형은 (불혹의 나이에도) 더 좋은 기량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도쿄올림픽 후 내가 '형을 파리까지 끌고 가겠다'고 했는데, 이제 정환이 형이 나를 파리로 끌고 갈 것 같다"며 웃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구본길, 오상욱, 김정환, 김준호(왼쪽부터). [사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우승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구본길, 오상욱, 김정환, 김준호(왼쪽부터). [사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어펜저스'는 이제 다음 달 이집트에서 열리는 세계펜싱선수권에 출전해 단체전 4연패에 도전한다. 김정환은 "도쿄올림픽 후 많은 분이 열렬한 사랑과 관심을 보내주신 덕에 우리가 더 힘을 내고 있다. 올림픽 금메달 팀이 아시아선수권에서는 당연히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는데, 결과가 좋아 기쁘다. 이집트에서도 정상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막내 에이스' 오상욱은 "이번 대회에선 예선부터 긴장을 많이 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았다. 세계선수권에서는 덜 긴장하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게 숙제인 것 같다"며 더 좋은 경기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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