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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사포 1000대' 달라는 우크라…"과하다" 눈총 쏟아진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 러시아에 밀리면서 서방에게 곡사포 1000문 등 더 많은 중무기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국 견인곡사포 보유량 전체에 해당한다며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크라, 곡사포 1000문·로켓포 300문 등 중무기 요구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최전방에서 노르웨이가 제공한 M109A3 모델 자주포를 운용 중인 모습.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지난 4일 언론에 제공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최전방에서 노르웨이가 제공한 M109A3 모델 자주포를 운용 중인 모습.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지난 4일 언론에 제공한 사진이다. AFP=연합뉴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을 꺾으려면 맞대응할 중무기가 필요하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표준을 따르는 곡사포 1000문, 탱크 500대, 장갑차 2000대,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300문, 드론 1000대 등 필요한 무기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같은 요구는 15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국방장관회담을 앞두고 공개됐다. 이 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주재로 우크라이나 관련 논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가 나토 무기에 대한 요구를 과도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우려하는 와중에 너무 극단적인 요청을 했다"고 지적했다. 화력전이 된 돈바스 전선에서 중요한 무기인 견인곡사포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1000문을 받게 되면 미국보다 더 많이 갖게 된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미국은 M777 견인곡사포를 999문(육군 518문, 해병대 481문) 가지고 있다. 미국은 이 가운데 100여문을 지난달까지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MLRS 300문도 미국(645문)이 보유한 것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는 설사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고에 준하는 규모를 지원받는다 해도 당장 실전에서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단 점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영어로 된 무기 설명서를 구글 번역기를 돌려 숙지하고 있다. 미군이 지난 4월 말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밖에서 곡사포 훈련을 진행했지만 능숙하게 사용하는 데는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의 한 병사는 "곡사포 등 일부 무기는 직관적으로 배울 수 없다. 아이폰13으로 전화만 걸 수 있는 것과 같다"고 하소연했다.

돈바스 전선 열세인데…독·프 우크라 지원에 애매한 태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0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0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기존보다 훨씬 많은 중무기를 요청하는 건 돈바스 전선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전략적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가 거의 함락돼 루한스크주 전체가 넘어갈 위기다. 지난 10일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에 따르면 러시아의 포 10~15문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의 포는 1문이다. 러시아군은 하루에 포탄 7만발 가까이 쏘는데 우크라이나군은 5000~6000발에 그치고 있다. 극심한 소모전이 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매일 200~300명 희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의 일부 동맹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고 NYT가 전했다. 독일은 지난 4월 말 약속했던 자주대공포·장갑차 등을 아직도 우크라이나에 보내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일 독일 공영방송 ZDF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무기 수송이 다른 국가들보다 늦다"면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우리를 지원한다는 점을 더 명확히 해줬으면 좋겠다"며 압박했다.

프랑스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미온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굴욕감을 줘서는 안 된다고 두 차례나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직접 우크라이나가 승리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두 정상의 애매한 뉘앙스는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무기 종류와 평화협상 시기 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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