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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땅·건물로 수익사업 쉬워진다…지방대 숨통 트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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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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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교육용 토지나 건물을 수익용으로 쉽게 바꿀 수 있게 된다. 그동안은 대학이 가진 교육용 토지나 건물을 수익용으로 바꾸려면 없어지는 가치만큼 교비에 보전해야 했는데, 교육부가 그 지침을 없앴기 때문이다. 사학재단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바꿔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교육부는 ‘사립대학(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사립대가 일정 수준의 교육용 건물·토지를 확보했다면 그 이상의 유휴 재산은 조건 없이 수익용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측은 “사립대학(법인)이 보유 재산을 유연하게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재정 여건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재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 위해 지침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다음 날(15일)부터 바로 시행된다.

학교에 볼링장, 병원 입점 가능…학상복합건물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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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자산은 크게 ‘교육용 기본재산’과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나뉜다. 교육용 재산은 교육활동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재산이다. 교지(땅)·교사(건물)를 비롯한 교육·연구용 토지·건물이다. 수익용 재산은 법인이 설치·경영하는 사립학교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해 수익을 창출하는 재산이다. 남대문 연세세브란스빌딩이 대표적인 수익용 재산이다. 회계상으로는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로 나뉘는데 수익사업 관련은 법인회계에서 따로 관리해야 한다.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쓰기 위해 법인으로 넘기려면 해당 재산의 시가에 해당하는 금액을 교비회계에 채워야 하는데 유휴 재산에 대해서는 이를 면제해주는 게 지침 개정의 골자다.

이 밖에 남는 교사시설 내 입주 가능한 업종에 대한 규제도 완화된다. 그 동안은 수익용으로 임대할 수 있는 업종을 매점 등 후생복지시설이나 평생교육, 사회복지, 창업시설 등 일부만 허용했는데 이제는 금지업종을 제외하고 대부분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이 지침대로라면 볼링장, 탁구장과 같은 영리목적 체육시설, 성형외과와 같은 병원도 들어갈 수 있다. 또 교지에 수익용 건물 건축도 가능하게 돼 1~2층은 대형점포가 있고 3~5층은 강의실로 쓰는 '학상복합' 건물을 세울 수도 있다. 이외에도 상환 계획이 적절하다면 교직원의 임금 지급 등 학교 운영에 쓰기 위해 빚을 내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재정난' 지방 사립대 숨통 트이나…"무분별한 수익화" 우려

교육부가 이같은 지침 개정을 추진하게 된 것은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재정난이 심각한 수준에 처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대학 정원 미달이 심화하면서 유휴 교육용 재산이 늘고 있는데, 이를 수익용으로 바꿔 재정난을 타개하게끔 하자는 취지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 활성화도 전통적 의미의 교육용 토지·건물 확보 필요성을 줄이는 데 한 몫 했다.

지난해 4월 나온 대법원 판례도 원인이 됐다. 서울의 한 사학법인이 학교 재산을 수익용으로 바꾸고 처분 대금을 교비회계가 아닌 법인회계에 세입 처리했는데, 재판부는 현행 사립학교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교육부가 법 개정 없이 사학재산관리 지침 개정에 나설 수 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사학재단이 교육용 재산을 무분별하게 수익용으로 바꾼 뒤 팔아치우려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4년에도 새누리당이 ‘대학구조개혁법안’을 통해 이와 비슷한 교육용 재산 수익화 방안을 추진했지만 '사학먹튀, 특혜논란'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법인이 교육재산으로 수익화를 추구하다 자칫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는 “대학법인 수익용 재산에서 나온 수익은 80% 이상 교육·연구에 써야 한다”면서 “이런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할 경우엔 허가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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