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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스타트업 키우는 스타트업’ AC, 왜 IPO 준비하나

중앙일보

입력

퓨처플레이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퓨처플레이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무슨 일이야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AC) 퓨처플레이가 연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150억원 규모의 프리IPO(기업공개 전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퓨처플레이가 이번에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000억원. SM엔터테인먼트, 홈앤쇼핑, 레드힐자산운용, 디에스자산운용, KT 등이 퓨처플레이 주주가 됐다. 앞서 또다른 AC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연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기 위해 지난 4월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국내 스타트업 AC 대표주자들이 증시 입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중.

AC가 뭐야? 

AC는 한 마디로 스타트업 육성 기업이다. 스타트업에 재무적 투자를 주로 하는 VC와는 달리, AC는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의 성장단계에 필요한 조력을 제공하며 성장 전반을 지원한다.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이 주로 AC를 설립해 노하우와 자금을 함께 제공한다. 에어비앤비·드롭박스 등 다수의 유니콘을 키워낸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AC의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선 퓨처플레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프라이머, 메쉬업앤젤스 등이 초기 스타트업 발굴 육성에 강한 AC로 통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관계자는 “미국에서 YC가 설립되고 세계적으로 초기 투자가 벤처 투자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며 “자금 투자 외에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AC의 역할은 이제 일종의 기업 모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퓨처플레이는 2013년 설립, 기술 기반 스타트업 발굴·육성·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AC 가운데 최대 규모인 1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현재까지 19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지난해 매출 570억원, 영업이익 458억원을 기록했다. 포트폴리오사 중 인공지능 기업 뷰노는 지난해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 블루포인트파트너스2014년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에 설립됐다. 2021년 12월 기준 총 223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회사가 밝힌 투자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 총합은 3조2000억원. 지난해 매출로 385억원, 영업이익 242억원을 기록했다.

이게 왜 중요해

● 스타트업 키우는 스타트업 :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지면서 AC들이 새로운 성장모델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AC는 벤처투자의 일환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의 상장이나 인수·합병(M&A)으로 이익을 냈다. 그런데 이들이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육성을 전문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가치를 자본시장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인정받겠다고 나선 것. 특히, 최근 3~4년 새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이 늘어나면서 AC의 역할과 이들의 투자수익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1호’가 될 수 있어 :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AC의 사업모델로 자본시장에 상장한 사례는 없다. 앞서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2020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같은 해 12월 자진철회했다. 선례가 없다보니, 주식시장에서 적정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1년간 재정비를 거쳐 지난 4월 코스닥 예비 상장심사를 청구했다. 퓨처플레이도 연내 상장을 예고하면서 두 기업 중 어느 쪽이 국내 상장 AC ‘1호’ 타이틀을 차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퓨처플레이의 '로보틱스 네트워크 데이' 현장 사진.

지난 4월 열린 퓨처플레이의 '로보틱스 네트워크 데이' 현장 사진.

그런데 상장은 왜 하는데?

안정적으로 자본을 조달해 AC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 기술투자, 긴 회수기간 : AC는 초기단계 기업들에 소액을 투자해, 평균 7% 안팎의 지분을 취득한다. 투자한 스타트업의 ‘몸값’이 뛰면 AC의 수익도 상승한다. 하지만 열매를 맺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문제 아닌 문제. 미리 씨를 뿌려 놓은 스타트업이 매각·상장 등 엑시트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기술기업은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현금흐름 문제 때문에 보유 지분을 후속 라운드에 매각하거나 정부 사업을 수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오픈이노베이션 모델 등 수익을 내는 다양한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 컴퍼니 빌딩 자금 조달 : 퓨처플레이·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투자나 육성뿐 아니라 직접 유망한 시장에 뛰어들어 기업을 만드는 ‘컴퍼니 빌딩’도 한다. 퓨처플레이는 무인화 자동화 로봇 키친 플랫폼 ‘퓨처키친’, 인공지능(AI) 기반 뷰티테크 스타트업 ‘퓨처뷰티’ 등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자회사 ‘디프런트도어즈’를 설립, 어린이 공간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런 신사업 추진 등을 꾸준히 실행하려면 벤처생태계 안에서의 자금 조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

더 알아야 할 것

AC들은 상장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도 비상장 회사에 간접투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퓨처플레이 관계자는 “많은 기관이나 개인들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어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은 접근도 어렵고 검증도 쉽지 않다. 정보 비대칭이 큰 투자 시장인데 상장한 AC를 통해 이 부분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C의 상장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VC업계 관계자는 “AC의 경우 투자부터 엑시트 과정까지가 긴 호흡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현재 AC의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현재 실적이 아닌 가능성에 투자하는 초기 투자 특성과 현재의 기업의 내실을 보여줘야 하는 IPO가 잘 맞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