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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수 이석연의 쓴소리 "한동훈 인사관리단은 위헌" [스팟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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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에서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정치에 우려는 표하는 목소리가 처음 나왔다.

2020년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의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13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조직법상 인사혁신처가 하게 돼 있는 인사정보 관리를 시행령으로 법무부가 하게 만든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고 체계정당성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해 잘하라고 박수를 치는 입장이지만 이처럼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면 나중에라도 국민들에게 부정적 반응을 받을 수 있다”면서 내놓은 지적이다.

2019년 11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의회 입법 원칙이 깨지고 3권분립이 흔들린다. 공무원들에게 법을 자의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시행령 정치를 비판했다. 임현동 기자

2019년 11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의회 입법 원칙이 깨지고 3권분립이 흔들린다. 공무원들에게 법을 자의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시행령 정치를 비판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일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 10조2를 고쳐 이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게 위탁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한 뒤 또 다른 시행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인사정보관리단의 직제와 기능을 끼워넣는 방식으로 공무원 인사정보 관리 및 심의 권한을 법무부에 집중시켰다. 이 전 처장은 그 절차와 과정의 위헌성을 꼬집은 것이다.

‘법과 절차에 따른 통치’는 이 전 처장의 오랜 신념이다. 광우병 파동에도 불구하고 2008년 4월 농림식품수산부 장관 고시를 개정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려던 이명박 대통령을 독대해 만류한 일화는 유명하다. “내용보다 형식이 문제다. 식품 위생조건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장관 고시가 아니라 국무회의에서 논의되는 대통령령이나 법제처 심사를 받는 부령에 담아야 한다”는 게 당시 이석연 법제처장의 논리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시행령 정치 시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국회가 법을 허름하게 만들어 생기는 일이다. 날림입법 때문이다. 법을 제정할 때 시행령 등에 위임할 수 있는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보니 뭔가를 집행해야 하는 행정부는 근거를 명시할 데가 없다보니 시행령을 만들게 된다. 그러나 법률에 정하지도 않은 것을 무조건 대통령령으로 정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입헌주의 기본 원리를 간과하는 것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낸 국회 상임위에 시행령 변경 요구권을 주자는 법안이 논란이다.
“자신들이 법을 허름하게 만들어놓고 시행령에 대한 사후통제를 국회가 한다? 헌법적 근거가 없는 위헌적 발상이다. 시행령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게 되어 있는데, 국회가 사실상 사법권까지 행사하겠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다. 어떤 시행령이 근거 법률의 취지와 정신에 어긋나느냐 여부를 국회의 누가 판단할 수 있겠나.”  
윤석열 대통령도 이 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해한다. 발언 자체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 발언과 시행령을 통해 공무원에 대한 인사심의권을 법무부에 준 조치는 앞뒤가 안 맞는다. 내가 법제처장이라면 그 시행령 통과를 막았을 거다.”
시행령에 대한 사전적(추상적) 규범통제를 헌재가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법령이 구체적인 사건의 전제가 될 경우에만 위헌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가능하지만 독일 헌재는 추상적 규범통제를 할 수 있다. 개헌이 필요한 이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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