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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시행령 수정요구 위헌” 야당 “법무부 인사단은 꼼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국회가 대통령령(시행령)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른바 ‘시행령 견제법’)을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자 여권은 “삼권분립 정신 훼손이자 다수당 폭거”라며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시행령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헌법에 정해진 방식과 절차에 따르면 된다”며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 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좀 많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에 반한다면 국회가 법률을 더 구체화하거나 개정해서 시행령이 법률의 효력에 위배되는 걸 무효화시킬 수 있다”고도 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14일 발의할 예정인 개정안은 2015년 유승민 전 의원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시절 추진해 본회의에서 의결됐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내용이다. 이후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선 시행령을 통한 행정권 행사가 적지 않았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무원 인사정보 수집·관리 권한을 법무부로 이관하자 맞불 성격으로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꺼낸 것이다.

여야는 이날 서로를 맹비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 5년간 행정부 견제와 감시는커녕 국회를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시켰다”며 “야당이 되자마자 행정부를 통제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초기 인수위 기능을 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아예 ‘시행령으로 속도를 내겠다’고 선언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법무부 훈령으로 기자의 검찰청 출입을 막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반면에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시행령 ‘꼼수’를 통해 정부조직법이 규정하는 법무부 사무를 넘어 인사검증 권한까지 준 게 누군가. 바로 윤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시행령이 법률 취지에 어긋나면 법을 개정하면 된다’는 취지의 윤 대통령 발언도 문제 삼았다. 송기헌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법리적으로 볼 때 논리의 역전”이라며 “시행령 수정 문제는 모법 취지에 대한 입법부와 행정부의 해석이 다를 때 생기는데 ‘모법을 바꿔 해결하라’는 건 싸움을 붙이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전문가 시선은 엇갈린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시행령을 바꿔 공무원 인사 정보 수집·관리를 법무부에 맡긴 것은 이 업무를 인사혁신처에 맡긴 정부조직법의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며 “위헌·위법한 시행령을 통한 통치는 행정권력 남용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에 김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법률로서 규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법률과의 상충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행정입법 재량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행령 견제법’에 대해선 회의적 견해가 많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만약 대통령령에 문제가 있다면 헌법 107조에 따라 대법원 혹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한다. (민주당 법안처럼) 국회가 그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헌법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처장도 “국회가 입법은 허름하게 해놓고 시행령에 대한 사후 통제권을 행사하겠다는 건 위헌적 발상”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 상임위로 전환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추진키로 했다. 예결위를 통해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편성 단계부터 관여하겠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예산 발목까지 잡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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