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건희 "남편, 영화 변호인에 울어" 권양숙 "빗물 닦는 모습 좋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노무현 전 대통령 배우자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두 사람이 따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KTX 열차 편으로 이날 오후 경남 봉하마을을 찾은 김 여사는 왼쪽 가슴에 흰색 행커치프를 단 검은색 바지 정장 차림으로 노 전 대통령 묘소부터 참배했다. 권 여사 측에선 조호연 비서실장과 차성수 노무현재단 이사가 나와 김 여사를 안내했다. 봉하마을 주민 150여 명이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외치며 박수로 환대했고, 김 여사는 이들에게 세 차례 고개를 숙이며 묘역으로 향했다. 묘역에 헌화·분향하고 묵념한 김 여사는 노 전 대통령이 묻힌 너럭바위 주변을 장식한, 지지자들의 메시지가 새겨진 박석에 관해 물었다. 이어 주변 지리에 관한 설명도 들었다.

김건희 여사가 13일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13일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어 권 여사가 머무는 사저를 방문했는데 권 여사는 사저 현관까지 나와 웃으며 김 여사를 맞이했다. 이후 환담은 오후 3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여사는 환담에서 윤 대통령이 좌천 인사로 힘들었던 시절 자신과 영화 ‘변호인’을 보며 눈물 흘린 기억을 먼저 꺼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 영화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한 노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각색한 내용이다. 이에 권 여사는 “과거 윤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한 뒤 나와 만난 적이 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다음은 서면브리핑 내용을 대화로 재구성한 내용.

▶김건희 여사=“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너(윤 대통령)는 통합의 대통령이 돼라’고 말해주셨을 것 같다. 국민통합을 강조하신 노 전 대통령을 모두가 좋아했다.”
▶권양숙 여사=“몸이 불편해 윤 대통령 취임식에 가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정상의 자리는 평가받고 채찍질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많이 참으셔야 한다. 현충원에서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빗물을 닦아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윤 대통령 뒤에서 조심스럽게 걷는 모습도 너무 잘하셨다.”
▶김 여사=“여사님을 보고 많이 배웠다.”
▶권 여사=“먼 길을 찾아와줘 고맙다. 영부인으로서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

 그러자 김 여사는 “자주 찾아뵙고 가르침을 듣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이 권 여사님께서 빵을 좋아하신다’고 했다”면서 빵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 

권 여사는 지역 특산물인 김해 장군차(茶)를 대접하며 노 전 대통령 어록집인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 4권을 답례로 선물했다. 김 여사는 환담을 마치고 노 전 대통령 기념관인 ‘깨어있는 시민 문화 체험 전시관’도 방문했는데, 이는 예정에 없던 일정이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김건희 여사가 13일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가 13일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김 여사가 역대 영부인을 예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5월 중순쯤 한 호텔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를 이미 만났다고 한다. 이어 이날 권 여사를 예방한 김 여사는 조만간 문재인 전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도 만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15일쯤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방문해 문 전 대통령 내외를 뵙기로 했다가 관련 보도가 나는 바람에 일정을 다시 잡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이달 말 윤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길에 동행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참석하는데, 김 여사의 동행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나토 회의에는 각국 정상이 참여하는 본 세션 외에 ‘배우자 세션’이 따로 있다”며 “김 여사의 참석 여부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함께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다른 참모는 “영부인의 순방 동행도 중요한 외교의 한 부분”이라며 “일단 김 여사도 가는 것을 전제로 내부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가 1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분향 헌화를 마친 후 사저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김건희 여사가 1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분향 헌화를 마친 후 사저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여기에다 이날 김 여사의 언론 인터뷰까지 공개되면서 그동안의 조용한 내조 기조를 접고 ‘퍼스트레이디’ 행보를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당초 밝혔던 조용한 내조의 범주를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저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직 대통령 부인께 인사드리러 가는 게 조용한 내조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 여사의 인터뷰가 이례적이라는 말엔 “대통령의 손길이 닿지 않는 먼 곳을 살피겠다는 뜻에서 인터뷰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김 여사의 미공개 사진이 팬클럽을 통해 공개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공적 조직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여러분께도 지금 보내드렸던 것보다 더 많은 여사 사진을 보내드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여사가 이왕에 적극적으로 활동에 나서기로 한 거면 대통령실이 관리하는 게 맞는다는 여당 대표의 조언을 대통령실 관계자가 ‘김 여사 사진 더 주겠다’는 식으로 가볍게 눙친 건 상당히 문제가 있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