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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아프리카 순방 연기해 유감"…건강 악화에 퇴임설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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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해 만 85세로 고령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종신제의 전통을 지킬 수 있을까. 오랜 지병인 좌골신경통에 올해 초부터 오른쪽 무릎 상태까지 나빠진 교황이 최근 해외 순방을 이례적으로 취소하면서 건강 우려를 부르고 있다. 바티칸 안팎 일각에선 조기 사임 전망까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달 초 예정됐던 콩고민주공화국과 남수단 방문을 무기한 연기한 데 대해 사과했다. 교황은 주일 삼종기도를 마친 뒤 “내게 너무 큰 의미가 있는 이번 방문을 연기하는 것이 진심으로 안타깝다”며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신과 의학적 치료의 도움으로 이른 시일 내로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11일(현지시간) 휠체어를 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에서 한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휠체어를 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에서 한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교황은 지난달 자신의 무릎 통증을 걱정하는 멕시코 신도에게 “테킬라 조금이 필요할 뿐”이라며 농담하는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교황청에 따르면 이번 순방 취소는 교황의 무릎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주치의가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내달 24~30일 캐나다 방문 일정도 진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5일 가톨릭 수녀회를 접견하는 자리에 휠체어를 타고 등장했고, 이후에도 통증으로 일정 소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2013년 베네딕토 16세의 후임으로 교황에 오른 그는 지난해 7월 결장 협착증 수술을 했다. 당시 회복 과정에서 처음으로 휠체어를 타고 일정을 소화했다. 이후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는 바티칸 관계자를 인용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사제 치료와 물리 치료를 병행하고 있고, 해외 순방 전 적어도 부분적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바티칸시티의 성 베드로 대성당의 모습. 연합뉴스

바티칸시티의 성 베드로 대성당의 모습. 연합뉴스

앞서 교황은 지난달 29일 새 추기경 21명을 한꺼번에 서임했다. 특히 이 중 16명이 콘클라베(Conclave·교황 선출 회의) 투표권을 가진 만 80세 미만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이로써 콘클라베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 중 약 60%가 현 교황이 직접 임명한 인물로 구성된다”고 지적하면서 “오는 여름 예정된 일부 일정은 교황의 조기 사임설에 대한 추측을 부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8월 28일 이탈리아 중부의 라퀼라(L’Aquila)를 방문하는데, 이곳은 교황 첼레스티노 5세(1215~1296)의 유해가 있는 곳이다. 그는 지난 1294년 재임 다섯 달 만에 사임한 첫 교황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베네딕토 16세도 사임 4년 전인 2009년 이곳을 찾았는데, 일부 평론가들은 당시 이를 사임 전 상징적 행보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13억 6000만 가톨릭 신자의 정신적 지주인 교황은 기본적으로 선종 전까지 재임하는 종신제로 유지되어 왔지만,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가 7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이 관례를 깼다. 그는 2013년 퇴임 당시 “신 앞에서 나의 양심을 거듭 성찰한 결과 고령으로 내 기력이 더는 교황직을 적절히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AP 통신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인 오스카 로드리게스 마라디아가 온두라스 추기경은 최근 “교황의 조기 사임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탈리아 시사 주간지 레스프레소의 산드로 마지스터도 “교황은 몸이 매우 안 좋을 때도 최전선에서 일하길 원했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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