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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내 정치' 파장…新친윤 배현진 "혁신위 李 사조직" 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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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호남 당선자들과 축하행사를 갖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호남 당선자들과 축하행사를 갖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제 제대로 자기 정치 한번 해보겠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선전포고'가 국민의힘 내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일부 ‘친윤’(친 윤석열)계 의원은 이 대표가 추진했던 혁신위원회 등을 거론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 대표는 13일 라디오에 출연해 전날 언급한 ‘자기 정치’에 대해 “당 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당의 민주화와 당원 중심의 정치구조, 그리고 의사 반영 구조를 만들겠다고 꾸준히 얘기해왔다”면서 또 “능력주의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 자기 정치라고 비판할 테면 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자기 정치” 발언에 친윤계 “…”

이 대표는 자신이 추진하는 혁신위의 공천 개혁과 관련해선 “컷오프 규정, 경선 압축 과정이 ‘정무적 판단’이라는 이름하에 굉장히 두서없이 진행된 적이 있다”며 “이런 것들이 보통 공천 갈등의 원인이 된다. 실질적으로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자기 정치’ 발언이 친윤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친윤계는 공식적으론 비판 발언을 삼갔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의원도 없었다. 이 대표와 정진석 의원의 페이스북 설전(舌戰)이 당내 갈등으로 불거진 것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의원(왼쪽), 박대출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20601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8회 지방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정진석 의원(왼쪽), 박대출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20601

친윤계 중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대선을 승리로 이끌면서 역량을 쌓아왔고, 이제는 휘둘리지 않고 공당의 대표로서 자신의 보이스(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미로 ‘자기 정치’ 발언을 나는 이해했다”며 “이 대표가 사당화(私黨化)한다기 보다는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봤다”고 말했다.

친윤계가 이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키우지 않는 배경엔 여론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9일 SBS·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현 국민의힘 내 갈등의 책임은 이 대표(32.0%)보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진 의원(51.0%)이 더 크다는 응답이 많았다. 국민의힘 차기 세력으로는 이 대표를 비롯한 현 지도부(30.1%)를 향한 지지가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중진들(22.8%)보다 높았다.

배현진 “혁신위, 이준석 사조직이라는 오해 받을 수도”

그러나 친윤계 내부에 ‘자기 정치’ 발언에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는 분명 존재한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이 대표의 발언을 무조건 ‘갈등’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이 대표가 공천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자신의 입김을 어떻게든 키우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계속된 공천 언급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을 넣기 좋게 규칙을 만든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배현진 최고위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배현진 최고위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배현진 최고위원은 이날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추진하는 혁신위에 대해 “이 대표의 사조직이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이대로는 혁신위원을 추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 최고위원은 과거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 가까웠지만,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맡아 그를 친윤 의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혁신위의 주요 의제로 꺼낸 공천 개혁도 문제 삼았다고 한다. 애초 혁신위가 최고위의 추인을 받고 출범할 때는 공천과 관련한 언급이 없었는데, 이 대표가 불쑥 꺼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한 꼴”이라는 비판도 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홍준표 당선인은 당내 잡음이 계속 이어지자 페이스북에 “가까스로 정권교체를 이루고 국민들의 도움으로 지방선거에도 선전했으면 당이 하나가 되어 정권의 기초를 다지는데 전념 해야 하거늘 아직 정치물이 덜든 대통령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당권투쟁에만 열을 올린다면 그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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