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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전대 심판에 안규백·도종환…회의 중 제안, 속전속결 발표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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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위원장 우상호 의원)는 13일 전당대회준비위원장에 안규백 의원(4선ㆍ서울 동대문갑)을, 선거관리위원장에 도종환 의원(3선ㆍ충북 청주흥덕)을 각각 위촉했다. 전준위와 선관위는 모두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 핵심 심판 역할을 맡을 기구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비대위는 이날 국회에서 1ㆍ2차 회의를 연이어 연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해당 안건을 당무위에 부의하기로 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당내에서 특정한 정치 색깔이나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 의무를 지킬 중진 의원으로 검토했다”며 “전준위나 선관위가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당 위원장들이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현동 기자

“회의 도중 바로 제안…내홍 안 생기게 속전속결 발표”

안 의원과 도 의원은 당내에서 정무와 당무 능력을 검증받은 중진 인사로 평가된다. 안 의원은 당 원내수석ㆍ사무총장ㆍ최고위원 등을 두루 역임했고 2020년엔 전준위원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도 의원은 당 대변인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고 지난해 4ㆍ7 재ㆍ보궐 선거 후엔 비대위원장도 맡았다.

결정도 이날 바로 진행됐다. 비대위 관계자는 “1차 비공개 회의에서 비대위원들간에 중지가 모였고, ‘기왕 결정사항이 정해졌으니 바로 2차 회의에 상정해 의결하자’고 정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경우 1차 비대위 회의가 진행되던 도중, 우상호 위원장과 박재호 비대위원이 연거푸 전화로 전준위원장을 제안해 결국 승낙을 끌어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 비대위원은 “현재 계파 갈등이 극심한 상황인데, 위원장 선임부터 시간이 지연되면 갈등 노출만 더 극심해질 수 있다”며 “두 의원 모두 당내 평판이 좋기 때문에, 속전 속결했다”고 말했다.

SKㆍ친문계 꼬리표…친명계 “비명 연합으로 이재명 막을 의도”

다만 이날의 인선이 계파간 파열음을 키울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안 의원과 도 의원이 계파색이 비교적 옅다곤 하지만, 각각 정세균(SK)계와 친문(친문재인)계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 의원은 위촉 직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명(친이재명)계가 주장하는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간 친명계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의 투표 비율을 낮추고 권리당원의 투표 비율을 높여야 한다 ▲권리당원 투표권 부여 시기를 ‘입당 후 6개월’에서 ‘입당 후 3개월’로 바꿔야 한다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펴왔다.

투표 비율 조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대의원은 정당의 핵심 근간이자 지역의 정신적 지주이다. 1955년 민주당 창당할 때부터 내려온 이 전통을 일거에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에 맞게끔 일부 조정할 순 있겠지만, 그 근간을 흔들어선 안 된다.”
권리당원 투표권 부여 시기 조정도 마찬가지인가.
“맨 처음 민주당이 6개월로 정할 때는 전당대회를 하루 앞두고 많은 사람이 들어와 표심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물론 열어놓고 대화할 순 있다.”
지도체제 문제는 어떻게 보나.
“여당일 때는 단일지도체제가 필요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집단지도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여러 다른 세력들을 다 아우를 수가 있다.”
룰과 관련해선 전준위에게 전권이 있나.
“전준위가 전권을 안 받으면 뭐하러 전준위가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와 관련 친명계 핵심 의원은 “친문ㆍ이낙연ㆍ정세균계가 ‘비명(非明) 연합’을 만들어서, 당의 주도권을 잡고 가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자기네가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거고, 이재명은 안 된다는 노골적인 의도”라고 불쾌해했다. 또 다른 친명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 투표율 조정은 매 전당대회 때마다 했었던 일인데, (비명계는) 전통을 운운하며 당헌ㆍ당규를 고수하겠다고 한다”며 “그러면서 또 (당헌ㆍ당규 개정이 필요한) 지도체제 교체를 주장하는 건 모순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반대로 인선으로 인한 친명ㆍ비명 간 갈등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전준위원장과 선관위원장이 고도의 중립적 결정을 요하는 곳이어서, 위원장 개인의 생각이 크게 반영되지 못할 거란 의견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자리가 자리인 만큼 오히려 안ㆍ도 의원이 결정 과정에선 의식적으로 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의원의 측근도 “전준위ㆍ선관위가 위원장의 개인적 의견으로 움직이는 기구는 아니다”라며 “비대위가 적절한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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