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승리 뒤 권력 구도 재편에 접어든 국민의힘 곳곳에서 내부 균열이 노출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5선 정진석 의원의 격한 설전에 이어 여당 의원 모임 ‘민들레’(가칭)가 '친윤 그룹의 세력화'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원내대표까지 “윤석열 정부 성공에 방해된다”고 민들레에 견제구를 던지자 당내에선 “친윤계의 분화”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민들레를 방어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당내에선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 의원이 친윤 그룹에 손을 내밀며 본격적인 포지셔닝에 나섰다”(당 관계자)는 반응이 나왔다. 안 의원은 12일 MBN 인터뷰에서 민들레에 대해 “공부 모임은 바람직하다. 벽을 낮춰서 누구든 참여하고, 여야 구분 없이 모이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기반 약한 安, 친윤은 잠재적 우군?
안 의원의 민들레를 두둔한 것은 국회 입성 뒤 보폭을 넓히는 자신의 상황과 관련이 있다. 안 의원 측에 따르면 그는 연금 개혁, 부동산 문제 개선 등을 주제로 대안을 모색하는 당내 공부 모임 신설을 검토했다. 이를 두고 안 의원은 겉으로는 “국회에 출근한 지 며칠 안 됐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당권 도전을 위한 몸풀기에 나섰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안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당권 도전은 숨길 것도 없는 사안”이라며 “다만 속도 조절을 하면서 동료 의원들과 자연스러운 스킨십부터 늘려가겠다는 게 안 의원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들레가 집중 공격을 받으면, 다른 공부 모임까지 싸잡아 세력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을 안 의원이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내 기반이 취약한 안 의원은 합당 당시 약속했던 국민의당 몫 인사를 최근 당 지도부에 추천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특히 13일에는 국민의힘 최고위가 안 의원이 추천한 최고위원 2명 등 인사에 대해 재고를 요청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안 의원으로서는 이같은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당내 주류로 떠오를 친윤 그룹과의 콜라보가 절실한 측면이 있다. 이때문에 안 의원이 민들레 같은 모임을 일종의 잠재적인 우군으로 생각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여성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현재 언급되는 차기 당권 주자 중 이른바 친윤 그룹과 융화될 수 있는 인물을 단 한명 꼽자면 안 의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부터 이어진 安, 장제원 끈끈한 인연
민들레 추진에 주도적으로 나섰다가 불참을 선언한 장제원 의원과 안 의원의 인연도 관련 있다. 둘은 올 초 대선 단일화 국면부터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인수위원장 시절 ‘안철수 인사 패싱 논란’이 불거졌을 때 팔을 걷어붙이고 윤 대통령과 안 의원의 깜짝 회동을 주선한 것도 장 의원이었다. 안 의원 측은 “두 사람의 신뢰 관계는 변함없이 끈끈하다”고 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안 의원 입장에선 같은 친윤계 인사라도 잠재적인 당권 경쟁자인 권 원내대표보다는 당연히 장 의원과 이해관계가 더 맞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당 지도부에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2명 중 국민의당 출신이 아닌 정점식 의원이 포함된 것을 두고 당내에선 “친윤 그룹과의 관계를 고려한 인선 아니겠나”(3선 의원)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친윤 그룹 각 세우는 이준석, 安 충돌예고
안 의원과 이준석 대표의 껄끄러운 관계도 민들레 사태를 계기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 대표는 12일 민들레에 대해 “사조직을 구성할 상황이 아니고, 정치적으로 좋은 선택도 아니다”라고 비판하는 등 여러모로 안 의원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다.
특히 이 대표는 안 의원이 추천한 국민의당 몫 인사 추천을 두고 12일 “최고위원 한 분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면 ‘우리 (골탕) 먹이자는 건가’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라고 악평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부터 사사건건 이 대표와 부딪혀온 안 의원으로서는 이 대표의 발언을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다. 안 의원 측은 “분란을 피하기 위해 인선이 확정될 때까지 안 의원이 말을 아낄 것”이라고 전했다. 여권 관계자는 “향후 혁신위 활동이나 이 대표의 윤리위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이 강하게 충돌할 여지가 많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