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맞대결을 펼친 토트넘 손흥민(오른쪽)과 리버풀 살라(왼쪽). [로이터=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13/08b50a41-05a8-4f75-a9bf-25fc0b49e5b5.jpg)
2019년 10월 맞대결을 펼친 토트넘 손흥민(오른쪽)과 리버풀 살라(왼쪽). [로이터=연합뉴스]
‘정가 이하로 저렴하게 양도 합니다.’
13일 중고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한국-이집트전 티켓을 ‘정가’ 또는 ‘정가 이하’로 양도하겠다는 글이 2000건 이상 올라 와있다.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한국-이집트 축구대표팀의 친선 경기 티켓을 “웃돈 없이 팔겠다”, “11만원 짜리를 최저가 8만원에 드리겠다” 같은 내용이다.
앞서 지난 9일 티켓 예매 첫날 전석(6만5000장)이 매진됐으며 당일에 곧바로 암표가 등장했다. 23만원짜리 프리미엄B 티켓의 암표 값은 5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며칠 만에 정가 혹은 정가 아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살라 방한이 불발되자 이집트와 평가전을 원가 이하로 판매한다는 글이 속출했다. [사진 중고나라 캡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13/499a8cbc-68b1-46f7-8677-fc9b36b6a0b7.jpg)
살라 방한이 불발되자 이집트와 평가전을 원가 이하로 판매한다는 글이 속출했다. [사진 중고나라 캡처]
이집트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30·리버풀)의 방한이 불발 된 여파다. 살라는 2021~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23골을 터트려 손흥민과 공동 득점왕을 차지했다. 축구팬들은 눈 앞에서 ‘EPL 득점왕 맞대결’을 볼 기회라며 고가의 티켓을 구매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경기 사흘 전인 지난 11일 “이집트축구협회로부터 살라가 부상으로 인해 방한이 불가함을 통보 받았다”고 발표했다. 살라는 지난 6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예선 기니전에 부상을 입은 채 뛰었다. 가벼운 근육 염좌로 지난 10일 에티오피아전에 결장했다.
한국과 이집트 축구협회 간의 계약 사항은 비공개지만, 살라는 처음에 방한하기로 논의가 됐지만 부상 여파로 강제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축구계 관계자는 “살라가 만약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한국에 왔을까. 이집트는 카타르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데 다 살라는 올 시즌 소속팀에서 ‘번 아웃’됐다. 현실적으로 한국에 올 이유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집트는 지난 3월30일 아프리카 최종 예선에서 세네갈에 져 본선 진출에 실패해 동기부여가 떨어진다. 살라는 올 시즌 소속팀 리버풀에서 4개 대회를 병행하며 무려 51경기(31골)나 뛰어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살라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이집트 휴양도시 엘 구나에서 휴식 중인 사진을 올렸다. 이집트 신문 ‘이집트 투데이’에 따르면 살라 뿐만 아니라 오마르 마르무시(슈투트가르트), 모하메드 엘네니(아스널), 이맘 아쇼르(자말렉) 등 주축들이 대거 방한 명단에서 빠졌다.
![살라는 5일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 살라 인스타그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13/f74759be-5322-40a9-9b44-73be1843693a.jpg)
살라는 5일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 살라 인스타그램]
대한축구협회가 살라를 앞세워 ‘티켓 마케팅’을 한 건 아니다. 다만 한국-이집트전이 성사되면서 자연스럽게 ‘손흥민-살라의 EPL 득점왕 맞대결’ 흥행 카드가 떠올랐다. 살라 올 줄 알고 표를 구매한 축구팬들만 속 터지는 상황이 됐다. 한 팬은 “축구 팬들이 봉인가”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암표를 싹쓸이한 암표상을 생각하면 차라리 잘됐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9일 이집트전 티켓이 매진됐다고 공지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13/941d08d0-b57f-4d9a-9daf-a03bdff137fa.jpg)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9일 이집트전 티켓이 매진됐다고 공지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대한축구협회는 애초 14일 맞붙을 평가전 상대로 아르헨티나를 추진했지만 불발 되자 대체 국가로 이집트를 택했다. 비슷한 시기에 카메룬축구협회가 방한 친선 경기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가 하루 이틀 먼저 이집트축구협회에 평가전을 제의해 도의적인 차원에서 최종 상대로 이집트를 골랐다.
결과론적이지만 평가전 상대로 이집트보다는 카메룬이 낫다. 카메룬은 월드컵 본선 진출국으로 평가전에 임하는 자세가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카타르월드컵 본선에 가나와 한 조에 속했는데, 이집트보다는 카메룬이 가나와 스타일이 조금은 더 비슷하다. 게다가 올해 9월에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일정이 있어서 향후 아프리카 국가와 평가전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
대한축구협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년간 무관중 경기를 치러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최근 ‘티켓 수입과 상업적인 측면에만 너무 몰입한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이번 한국-이집트전은 ‘실리’와 ‘흥행’ 모두 놓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