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t 철근 변비 걸렸다" 화물파업 일주일, 전국 마비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2.06.13 16:25

업데이트 2022.06.13 17:10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 외부에 출하하지 못한 제품이 쌓여 있다. 포스코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제품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 포스코]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장 외부에 출하하지 못한 제품이 쌓여 있다. 포스코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제품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 포스코]

“사람으로 치면 쌓인 대변을 밀어내지 못해서 변비에 걸린 셈이죠.”

13일 동국제강 철근 수출 담당 사원은 현재 출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4월 고객사로부터 1200t 분량의 철근을 수주받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는 15일 부산항에 기항하는 선박에 늦어도 16일까진 철근을 실어야 괌·사이판으로 운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육로 운송이 막히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13일까지 출하한 수출용 철근은 400t에 불과하다. 이미 부산항으로 떠났어야 할 800t가량의 철근이 여전히 동국제강 인천공장에 쌓여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고철 등 원재료 입고부터 제품 출하까지 차질이 발생해 영업·수출에 피해가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데 수출 납기일을 못 맞추면 신뢰가 깨져 향후 수출 계약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13일 오전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화물연대 전남 본부 조합원들이 투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13일 오전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화물연대 전남 본부 조합원들이 투쟁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가 기간산업 물류 피해 전방위 확산

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국가 기간산업 물류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 최대 철강 제조 공장인 포항제철소의 선재공장·냉연공장 가동을 13일부터 중단했다.

포항제철소는 제품창고가 부족해 주차장·도로에 제품을 야적하고 있다. 베어링강 등 선재 제품 7500t, 자동차용 철강 등 냉연제품 4500t 등 일평균 1만2000t 수준의 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날 포스코 관계자는 “육송 출하가 전면 중단하면서 제철소 내부 창고에 더는 제품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부득이하게 오전 7시부터 선재 1~4공장과 냉연 2공장 가동을 멈췄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도 “5개 사업장을 합쳐 일평균 4만t가량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며 “화물연대 파업이 더 길어진다면 공장 가동 시간을 조절해 재고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12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스피돔 주차장에 항구로 옮겨지지 못한 기아 수출용 신차들이 임시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12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스피돔 주차장에 항구로 옮겨지지 못한 기아 수출용 신차들이 임시 주차되어 있다. [연합뉴스]

피해 확산 車 업계, 파업 대응 TF 구성

자동차 업계 상황도 비슷하다. 화물연대 카캐리어(car carrier·완성차 운송 차량)분회 조합원 1000여 명이 전원 파업에 동참하면서다. 이로 인해 현대차 울산공장은 한때 가동률이 50%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보다 못한 현대차·기아 주요 공장 관계자와 현대글로비스 임직원들은 임시 운행 허가증을 발급받아 카캐리어 대신 신차를 직접 운전해 옮기고 있다. 자동차 부품사가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부품도 재고가 쌓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3일 화물연대 파업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일일 점검 체계를 가동했다. 현대차·기아·르노코리아·한국GM·쌍용차 등 5개 완성차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등 부품업계가 공동으로 화물연대 파업 사태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13일은 일단 TF 가동 첫날이라 피해 상황을 수집하는 상황”이라며 “추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업계 차원의 대응책을 발표하고 정부에 해결 방법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석유화학업계는 제품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평균 출하량이 90% 급감했다. 시멘트업계도 충청권 일부와 군산·대구 등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시멘트 출하가 중단하면서 출하량이 평소 대비 10% 미만으로 줄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산업계는 화물연대의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13일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석유화학마저 가동이 중단되면 국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가 대화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겠다고 밝힌 만큼 화물연대는 파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31개 경제단체도 12일 공동성명을 통해 화물연대의 운송 복귀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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