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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은 없지만…러 철수 맥도날드 다 사들인 '석탄왕 야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맥도널드가 러시아 철수를 결정하자마자 발빠르게 움직인 알렉산드르 고보르. 로이터=연합뉴스

맥도널드가 러시아 철수를 결정하자마자 발빠르게 움직인 알렉산드르 고보르.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에서의 맥도날드 부활 뒤엔 시베리아의 석탄왕이 있다. 알렉산드르 고보르. 탄광 및 정유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된 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의 번화가, 푸시킨 광장에 서서 붉은 축하 리본을 잘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맥도날드가 러시아 철수를 결정한 지난달, 고보르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경제지 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맥도날드가 철수 결정을 내린 지 약 열흘만인 지난달 27일 러시아 내 맥도날드 모든 점포의 경영권을 통으로 사들였다. 고보르가 손에 넣은 매장 수는 약 850개. 약 6만명 직원들 월급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맥도날드 측은 매각 비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고보르는 우선 15개 매장을 재오픈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고보르는 850개 매장 모두를 오픈할 계획이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고보르. 오픈 축하 리본을 커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고보르. 오픈 축하 리본을 커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고보르가 전체 매장을 재단장하며 새로 붙인 이름은 ‘브쿠스노 이 토치카’, ‘맛있다, 그거면 됐다’ 정도로 해석되는 뜻이다. 맥도날드의 상징인 황금 아치 대신, 감자튀김과 햄버거 등을 심볼로 사용한 새 로고를 사용했다. 러시아판 맥도날드엔 빅맥은 없지만 각종 햄버거와 치킨 너겟, 감자튀김 등 인기메뉴는 그대로다. 고보르는 이날 현지 매체에 “우리는 고객들이 익숙한 메뉴와 서비스를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일부 러시아인들은 “빅맥을 돌려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다 바로 쫓겨나기도 했다.

오픈일을 12일로 택일했다는 대목에선 고보르의 애국심이 읽힌다. 12일은 ‘러시아의 날’이다.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하고 러시아 연방이 설립된 1991년 6월 12일을 기려 제정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에 대한 충성심도 읽히는 대목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맥도널드 대신 등장한 '맛있어, 그럼 됐지' 로고. EPA=연합뉴스

맥도널드 대신 등장한 '맛있어, 그럼 됐지' 로고. EPA=연합뉴스

고보르는 러시아 중남부이자 시베리아 서쪽의 도시인 노보쿠즈네츠크 출신이다. 러시아 주요 탄광지대로 손꼽히는 쿠즈네츠크 탄전 덕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곳에서 고보르는 처음에는 석탄왕으로 자수성가했다. 그러나 안전사고가 발생해 100여명의 근로자가 사망했고, 이후 그는 탄광 산업에선 반강제로 손을 뗐다. 이후 그는 정유 사업으로 눈을 돌렸고, 역시 수완을 발휘해 거부를 쌓았다. 그가 현재 경영하는 회사 이름은 네프테킴 서비스로, 이 기업 홈페이지는 고보르를 ‘건설 투자 및 사업가’라고 정의해놓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그의 탄광 사업에서의 발판은 당시 보리스 옐친 대통령과의 끈끈한 관계로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정치를 이용해 경영에서 이득을 취하는 동물적 감각을 갖춘 기업인인 셈이다. 그의 이번 햄버거 사업 진출 역시 전쟁 장기화로 초조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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