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박지원 제보사주 무혐의…"尹자료 있다" 말은 기소요구

중앙일보

입력 2022.06.13 16:05

업데이트 2022.06.13 18:07

6월 10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이희호 여사 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뉴스1

6월 10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이희호 여사 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지난해 9월 불거진 박지원(80) 전 국가정보원장의 ‘제보 사주’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다만 박 전 원장이 당시 언론사 인터뷰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수사 무마 의혹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개입한) 관련 자료를 다 가지고 있으니 나를 더 건들지 않는 게 유리하다”라고 말한 걸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 공수처는 이에 박 전 원장을 윤 대통령 대선 낙선을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선거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공수처 “조성은과 박지원 여러번 만났지만 제보 사주 혐의 증거 없어”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는 13일 브리핑을 열고 박 전 원장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34)씨, 성명불상 전직 국정원 직원 등 3명에 대해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언론에 제보하는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협의하거나 성명불상의 국정원 직원이 관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지난 10일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전원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제보 사주 의혹 관련 선거법 및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혐의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제보 사주 의혹이란, 지난해 8월 조성은씨가 박지원 당시 국가정보원장 등의 사주를 받고 윤 대통령을 낙선시키기 위해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검찰이 2020년 4·15 총선 직전 당시 미래통합당 측에 열린민주당의 최강욱 후보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더불어민주당 인사를 고발하도록 고발장을 건넸다”라고 제보했다는 것이다.

그다음 달인 지난해 9월 2일 뉴스버스 보도로 고발 사주 의혹이 불거졌고, 공수처는 8개월가량 동안 수사한 끝에 지난달 4일 손준성(48·사법연수원 29기)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은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됐다.

6월 1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6월 1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고발 사주 의혹이 증폭되고 있던 지난해 9월 13일 당시 윤석열 국민캠프 정치공작 특별위원회가 반격에 나섰다. 조씨와 박 전 원장, 성명불상자 등 3명을 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제보 사주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제보 사주 고발의 빌미가 된 건 뉴스버스의 고발 사주 의혹 보도 직전 조씨와 박 전 원장이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만난 것으로 드러난 점이다. 또 조씨가 지난해 9월 12일 SBS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실 (뉴스버스가 보도를 시작한)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내가 원했던 게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제보 사주 논란을 키웠다. 이후 조씨와 박 전 원장이 뉴스버스 첫 보도 직전에 한 차례 더 만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의 실체를 인정했으면서도 제보 사주 의혹에 대해선 혐의가 없다고 결론 지었다. 조씨와 박 전 원장이 수차례 만난 건 맞지만, 박 전 원장이 국정원장 지위를 이용해 제보를 협의하거나 성명불상의 전직 국정원 직원이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수처가 8개월 넘게 사건을 조사하면서 박 전 원장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한 차례 서면조사만으로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선 논란이 예상된다. 제보자 조씨와 성명불상 국정원 전 직원의 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공수처가 수사권이 없어 검찰에 이첩함에 따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전 원장과 협의나 공모 의혹이 재차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 “박지원, 제보사주 의혹 반박하며 허위사실 공표”

공수처는 박 전 원장이 윤 대통령 측의 제보 사주 의혹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의 수사 무마 개입 의혹이 있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문제를 제가 국회에서 맨 먼저 터뜨렸다. 그 자료를 다 가지고 있다. (국정원이) 정치 개입하지 않는다는데, 왜 잠자는 호랑이 꼬리 밟느냐. 내가 국정원장 하면서 정치개입 안 한다고 입 다물고 있는 것이 본인한테 유리하다. 내가 나가서 불고 다니면 누가 유리하냐. 사람 가만히 있는데….”(2021년 9월 14일 경향신문 「[단독] 박지원 “윤석열, 저하고 술 많이 마셨다···내가 입 다무는 게 유리" 윤석열에 경고」 중)

그러자 다음 날 윤 대통령 측은 추가로 고발장을 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윤 전 세무서장 사건에 개입했다는 것도 허위 사실이고 박 전 원장이 관련 자료를 다 가지고 있다는 것도 허위 사실이다”라고 판단하며 검찰에 박 전 원장에 대한 기소를 요구했다.

공수처는 국정원장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선 수사권만 있고 기소권은 없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 사건을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최창민)에 배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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