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사병에 쓰러져도…日 "마스크는 얼굴 팬티, 벗기 부끄럽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문부과학성이 초·중·고 학생들의 체육 수업이나 운동부 활동, 여름 등·하교시 마스크를 벗도록 지도하라는 공문을 일본 전국 학교에 보냈다. 이미 5월 비슷한 지침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체육 수업 중 열사병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아이들이 속출하자 다시 한번 "마스크를 벗으라"고 촉구한 것이다.

지난 2020년 6월 일본 삿포로의 한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입학식을 하고 있다. 일본의 입학식은 4월이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두 달 미뤄져 열렸다. [AP=연합뉴스]

지난 2020년 6월 일본 삿포로의 한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입학식을 하고 있다. 일본의 입학식은 4월이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두 달 미뤄져 열렸다. [AP=연합뉴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에마츠 신스케(末松信介) 문부과학상은 지난 10일 각의(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학교 생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마스크 착용보다 열사병 대책을 우선하라고 반복해서 학교 측에 전해왔지만, 최근에도 아이들이 더위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가 많다"며 관련 지침을 다시 내렸다고 밝혔다.

지침에서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벗도록 권고하는 시간은 실내·외에서의 체육 시간, 부 활동 중, 등·하굣길 등이다. 이때는 마스크를 벗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가능한 한 대화를 삼가도록 지도하라고 학교 측에 요청하고 있다.

이는 현재 일본 정부의 전국민 대상 마스크 착용 지침보다는 조금 더 완화된 조치다. 일본은 현재 실외에서 대화가 없을 경우, 실내에서도 주위와 2m 이상 떨어져 대화가 없는 상황이라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지침을 내놓고 있다.

"마스크=얼굴 팬티, 벗기 부끄럽다"  

여름을 맞아 일본 정부는 실외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하지만 일본인 대부분은 주변 시선을 신경 써 여전히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다.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마스크를 벗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스크 의존증'까지 생기고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지난달 31일 전했다.

일본의 여름은 매우 무더워 마스크를 쓰면 견디기 힘들지만, 마스크를 벗으면 창피하다는 느낌에 힘들어도 벗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는 "마스크를 벗는 것이 마치 속옷을 벗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마스크를 '얼굴 팬티(顔パンツ·가오판쓰)'라고 부르는 젊은이들도 있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기관 일본인포메이션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코로나19가 끝나도 마스크를 쓰겠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54.5%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6월 들어 일본에선 학생 열사병 환자가 거의 매일 발생하고 있다. 10일에도 시즈오카(静岡)현 누마즈(沼津)시 초등학교에서 체력 테스트를 마친 학생 8명이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해 병원으로 실려갔다. 같은 날 오사카(大阪)시 초등학교에서도 체육 수업에서 릴레이 달리기를 한 아이들 17명이 열사병 증상을 호소해 이 중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17명 중 14명의 아이들은 수업 중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