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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어린이가 주인공인 정원서 눈높이 맞는 식물 친구 새로 만났죠

중앙일보

입력

2014년 서울 은평구 역촌동 한 작은 공원에 조성된 아담한 어린이정원을 시작으로 올해 어린이날 서울식물원에 개장한 ‘작은 식물원 마을’까지 수도권 곳곳에는 어린이정원이 있습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에 새로운 어린이정원이 문을 열었죠. 이름하여 ‘작은 식물원 마을’입니다. 꼬마 식물 탐험대를 위한 작은 식물원 마을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찾아갔어요. 어린이정원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는 서울그린트러스트 이우향 사무국장이 가이드로 나섰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어린이정원 사업에 힘쓰는 서울그린트러스트 이우향 사무국장과 함께 작은 식물원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어린이정원 사업에 힘쓰는 서울그린트러스트 이우향 사무국장과 함께 작은 식물원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작은 식물원 마을로 들어서는 작은 나무문을 여는 이 사무국장에게 노주하 학생기자가 어린이정원의 목적과 일반 정원과의 차이를 질문했죠. “서울그린트러스트는 도시 사람들이 녹지를 가깝게 만날 수 있도록 숲을 가꾸고 보호하는 환경단체예요. 어떻게 하면 도시 어린이가 자연과 스스럼없이 자랄까 고민을 많이 하다 누구나 호기심을 갖고 재밌게 놀 수 있게끔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가 주인공인 정원을 꾸미게 됐죠. 가장 큰 차이점 역시 어린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디자인적인 특징으로는 ‘와일드가든’이라고 해서 자연 속에 뛰노는 어린이를 위한 정원이란 의미를 강조하죠.”

이우향(맨 왼쪽) 사무국장은 “어린이정원을 만들 때 식물원에서 죽은 나무를 비롯해 여러 재료를 재활용·재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죽은 나무를 터전 삼아 새로운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이우향(맨 왼쪽) 사무국장은 “어린이정원을 만들 때 식물원에서 죽은 나무를 비롯해 여러 재료를 재활용·재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죽은 나무를 터전 삼아 새로운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마침 거대한 나무줄기가 옆으로 누워있는 게 보였어요. 이 사무국장이 “이게 진짤까요, 가짤까요” 퀴즈를 냈죠. 조금 살펴보던 두 사람은 “진짜!”라고 소리쳤어요. “맞아요. 이 나무는 식물원에서 죽은 나무를 버리지 않고 재사용한 거예요. 어린이정원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탄소배출을 줄이고, 죽은 나무도 새 생명이 자라는 터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죠.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재활용·재사용해 어린이정원을 완성했어요.” 식물원이나 수목원 안에 어린이정원을 별도로 만든 이유를 묻는 주하 학생기자에게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공공간이기 때문”이란 답이 돌아왔어요. “모든 어린이가 평등하게 자연을 누릴 수 있고 좀 더 많은 자연을 만끽하게 하기 위해서죠.”

정원 중앙에는 높이 솟은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5층 시계탑 모양인데, 크기는 실제 5층 건물보다 훨씬 작았죠. ‘마법사의 집’ 팻말을 건 이 건물이 자리한 땅의 광장 옆으로 뿌리마을·줄기마을·잎마을·열매마을·꽃마을 등이 퍼져있는 형태예요. “마을 이름을 식물에서 따왔나 봐요” 주하 학생기자의 말에 이 사무국장이 고개를 끄덕였죠. 작은 식물원 마을은 한마디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미니어처 정원입니다. 키 작은 식물과 묘목이 어우러져 아기자기한 마을을 만들었죠. 세 살 이상 어린이라면 누구나 거인이 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예요. 땅의 광장 끝에 위치한 ‘보석가게’ 옆에는 한국 고유 식물이자 멸종위기종인 구상나무가 심겨 있었죠. 어린이들이 소중한 나무를 관찰할 수 있게 공들여 심었다는 설명입니다.

작은 식물원 마을 시계탑으로 가는 길엔 사계절 언제 와도 녹색과 만날 수 있도록 상록수를 심었다.

작은 식물원 마을 시계탑으로 가는 길엔 사계절 언제 와도 녹색과 만날 수 있도록 상록수를 심었다.

겨울에 찾아와도 초록을 볼 수 있게 상록수를 심은 가로수 길을 지나 뿌리마을로 향하는 길. 나무 하나를 유심히 보던 하윤 학생기자가 “나뭇잎에 붉은색이 돌아요”라고 말했죠. 이 사무국장은 “삼색버드나무예요. 이름처럼 잎 색깔이 다양하죠. 해를 오래 볼수록 붉은색이 진해져요. 그 옆에는 황금용버들이 있네요. 줄기가 구불구불한 게 특징이죠. 버드나무 친척들 중에서 가장 구불구불해요.”

나무 아래엔 작은 나무집이 있습니다. 여기저기 있는 집들은 모양도 다 제각각이고, 저마다 이름이 있어 찾아보는 재미도 있죠. 집을 장식한 유리창을 보니 왠지 낯익은 느낌이 납니다. 바로 흔히 마시던 음료수 유리병을 잘라서 만든 거였죠. 줄기마을에 들어서자 ‘줄기색깔 연구소’란 팻말이 붙은 작은 집이 눈에 띄었어요. 그 옆엔 나무 밑동에 ‘나이테 기록실’이라고 돼 있었죠. 이 사무국장의 제안에 따라 소중 학생기자단은 쪼그려 앉아 나이테를 세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씩 손가락으로 짚다 보니 쉰 살이 훌쩍 넘은 나무였다는 게 드러났죠.

줄기마을을 둘러보던 소중 학생기자단이 ‘나이테 기록실’에서 나이테를 하나씩 세며 나무 나이를 헤아려봤다.

줄기마을을 둘러보던 소중 학생기자단이 ‘나이테 기록실’에서 나이테를 하나씩 세며 나무 나이를 헤아려봤다.

“이 나무는 아마 처음 봤어도 이름을 맞힐 수 있을 거예요.” 이 사무국장의 말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나무를 뜯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어, 아마. 화살?” 주하 학생기자의 말에 하윤 학생기자도 “줄기가 화살처럼 생겼다”고 덧붙였죠. “맞아요. 화살나무라고 합니다. 한국이 원산지로, 껍질이 회색·회갈색을 띠고 가지에 화살 깃처럼 생긴 날개가 달려 화살나무라고 이름이 붙었어요.” 예쁜 자주색 꽃을 발견한 주하 학생기자가 허리를 숙이더니 회녹색을 띤 식물을 가리켰죠. “여기 잎과 줄기에 물방울이 맺힌 모습이 꼭 작은 트리를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것 같아요.” 한참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주하 학생기자에게 이 사무국장이 “은쑥”이라고 귀띔했죠.

굴뚝이 멋진 ‘잎모양 미용실’을 지나 열매마을 쪽으로 가는데 길에 발자국이 찍혀있었어요. 새의 발자국도 있었고, 개 혹은 고양이와 비슷한 것도 있었죠. 이를 따라가자 ‘동물 똥 연구소’가 나왔어요. 근처에는 ‘곤충 출현 주의’ 표지판과 함께 ‘곤충 호텔’도 있었죠. “다양한 열매를 맺는 식물이 사는 열매마을과 꽃마을이 나란히 있는데, 그 사이 곳곳에 곤충 호텔을 만들었어요. 실제로 벌들이 살고 있죠. 나무 구멍을 활용해 알을 낳고 사는 곤충도 많아요.” 설명을 듣는 두 사람 앞으로 마침 거미 한 마리가 줄을 타고 휙 지나갔습니다.

작은 식물원 마을에는 키 작은 식물들이 많아 어린이가 관찰하기 좋다. 주변에 작게 이름표도 설치돼 있다.

작은 식물원 마을에는 키 작은 식물들이 많아 어린이가 관찰하기 좋다. 주변에 작게 이름표도 설치돼 있다.

봄꽃은 거의 다 진 시점이라 꽃마을에 꽃이 아주 많지는 않았는데요. 계절별로 조금씩 꽃이 피도록 식물을 배치했다고 합니다. ‘꽃잎 사진관’ 옆으로 여기저기 핀 흰색 꽃을 보자마자 하윤 학생기자가”엄마가 좋아하시는 꽃”이라며 샤스타데이지라고 바로 이름을 말했죠. 보랏빛 사계국화를 본 주하 학생기자는 이쁘다며 사진을 찍었어요. ‘봄여름가을겨울 꽃 연구소’ 근처 바닥에 우수수 떨어진 꽃잎 위로는 불두화가 동그란 공 모양으로 몇 가닥 피어 있었습니다. 주하 학생기자가 책갈피로 쓰면 좋겠다며 꽃잎 몇 장을 주워 수첩 사이에 끼웠죠. 붉은 잎사귀가 인상적인 휴케라는 꽃대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이런 어린이정원을 만들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하윤 학생기자의 질문에 이 사무국장은 “저는 정원을 어떻게 만들지 구상하는 정원 디자이너”라며 운을 뗐죠. “어린이정원은 여러 사람이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함께 만들어요. 마침내 완성된 어린이정원에서 어린이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봤을 때, 만들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노는 모습, 스스로 놀이를 찾고 개발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기쁘죠.”

서울식물원 어린이정원 ‘작은 식물원 마을’을 탐방한 노주하(왼쪽)·김하윤 학생기자가 ‘화가의집’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마을 곳곳엔 개성 넘치는 작은 집들이 있어 찾는 재미가 있다.

서울식물원 어린이정원 ‘작은 식물원 마을’을 탐방한 노주하(왼쪽)·김하윤 학생기자가 ‘화가의집’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마을 곳곳엔 개성 넘치는 작은 집들이 있어 찾는 재미가 있다.

주하 학생기자는 “그린트러스트에서 공원을 가꾸는 시민 참여 활동을 하는데 어린이도 참여할 수 있는지” 궁금해했어요. “한강공원·어린이대공원 등 여러 곳에서 계절별로 건강하게 공원을 가꾸는 봉사활동을 합니다. 제가 만난 최연소 봉사자는 3세 유아도 있었어요. 보호자와 함께 작은 무언가를 하고 가죠. 부산·광주·인천·울산·포항 등 지역 환경단체가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함께합니다. 여러분도 얼마든지 숲과 공원을 가꾸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요.”

이 사무국장은 마지막으로 “수도권 곳곳에 있는 어린이정원은 각각 특징이 다르다”며 다른 어린이정원에도 가보길 추천했죠. “소년중앙 독자 여러분 또래 친구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노는 모습을 보며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자연과 만나고 자연과 함께 자라는 어린이가 되길 바라요.”

어린이정원 소개

어린이정원 소개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저는 올해 초 서울식물원에서 진행한 식물해설사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제3기 어린이 해설사가 되었습니다. 그때 3주간 교육받으며 본 것이 다인 줄 알았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그 생각은 틀린 것이었음을 알게 됐죠. 어린이정원이 왜 어린이정원인지 몸소 느꼈고, 어린이정원이 진짜 어린이만을 위한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저도 이런 직업을 가져서 어린이만을 위한 낚시공원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죠. 서울식물원 어린이정원은 가족과 함께 나들이 가기 좋은 곳이고 어린이들이 식물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멋진 곳입니다.
-김하윤(경기도 홈스쿨링 4) 학생기자

어린이정원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키가 작은 식물 위주로 꾸며졌고 건축물 또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지어져 영유아 친구들도 식물들과 친해지기 적합한 장소라고 느꼈습니다. 저도 이곳에 있는 많은 꽃과 나무들을 보면서 식물과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졌죠. 그중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은쑥이었습니다. 마치 다이아몬드가 박힌 것처럼 식물의 가운데가 살짝 파여 물방울이 맺혀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나 예뻤습니다. 저처럼 많은 어린이 친구들이 어린이정원에서 기억에 남는 식물들을 만나고 갈 것 같아요. 어린이정원 사업을 하는 그린트러스트 이우향 사무국장님께서 식물 중에도 동물과 마찬가지로 멸종위기종이 있다는 것을 말씀해주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큼 우리 환경이 많이 악화하고 있구나! 우리가 식물을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우리 주변의 소중한 식물들이 건강하게 많이 자랄 수 있도록 저부터 식물전도사가 되겠습니다.
-노주하(인천 신정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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