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현대에도 통하는 ‘동의보감’ 약재 효능 직접 느껴볼까요

중앙일보

입력 2022.06.13 06:00

업데이트 2022.06.16 15:00

“한약국과 한약방 차이는?” 한약재 통해 맛본 생활 속 한방문화

몸이 아프거나 이상이 생기면 병원을 갑니다. 소중 친구들이 가는 소아과를 비롯해 내과·외과 등의 병원은 서양의학을 기반으로 진료하고, 약도 서양에서 들어온 양약을 사용해요. 우리나라는 서양의학이 들어오기 전, 중국·일본과 교류하며 고대로부터 발달해 내려온 의학인 한의학(韓醫學)을 주로 활용했습니다. 서양의학이 보편화된 지금도 한의학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다뤄지고 있는데요. 약재를 중심으로 우리의 한방문화(韓方文化)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과거 서울약령시의 모습. 1995년 서울특별시로부터 ‘서울약령시’로 지정 승인받으며 경동시장과 분리됐다.

과거 서울약령시의 모습. 1995년 서울특별시로부터 ‘서울약령시’로 지정 승인받으며 경동시장과 분리됐다.

자연과학·해부학에 기초를 두고 질병을 개별적 현상으로 파악하고 분리해 치료하는 서양의학과 달리, 우리 민족 고유 의학인 한의학은 철학적 접근으로 질병 증상과 환자의 심신 상태를 고려하죠. 동양 철학은 우주만물의 조화로운 관계를 최상으로 여깁니다. 그래서 한의학은 질병과 심신쇠약을 인체의 에너지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고 조화로움이 깨진 상태로 해석했어요.

한의학은 약재·침·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질병의 치료를 넘어 심신이 조화롭고 균형을 이룬 상태로 만드는 방법을 추구했습니다. 이렇게 한의약(韓醫藥·한약)이나 침·뜸·부항 따위를 이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한방치료(韓方治療), 이를 행하는 곳을 한의원(韓醫院)이라고 하죠. 특히 한약의 원료인 한약재(韓藥材)는 지금도 전문 시장이 있을 만큼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어요. 서울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동대문구에 있는 제기동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면, 한약 냄새가 가득한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최대의 한약시장인 서울약령시(약령시장)죠.

서연우(서울 월계초 5)·나예현(서울 행현초 5)·박민아(서울 버들초 6·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한약재를 유통·판매하고, 다양한 한방 관련 업종이 밀집된 서울약령시의 일주문 앞에 섰다.

서연우(서울 월계초 5)·나예현(서울 행현초 5)·박민아(서울 버들초 6·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한약재를 유통·판매하고, 다양한 한방 관련 업종이 밀집된 서울약령시의 일주문 앞에 섰다.

서울약령시 한 바퀴

서울약령시 내에는 전통의학인 한의학을 주제로 유물 전시와 교육, 체험 등 다양한 한방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서울한방진흥센터가 있어요. 서울한방진흥센터의 최민하 도슨트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서울약령시를 소개했죠. “서울약령시는 전국의 한약재가 유통되는 곳이에요. 약재를 가루로 만드는 제분소, 약재를 판매하는 한약방, 한의사가 진료하는 한의원, 의료기기·건강식품 판매 등 다양한 한방 관련 업종이 밀집돼 있죠.” 1960년대 후반부터 한약재의 주산지인 강원도와 교통이 편리해지고, 당시 종로에 밀집됐던 한방 관련 업체들이 서울약령시(당시에는 경동시장)로 대거 이전하며 규모가 커졌죠. 1995년 서울특별시로부터 ‘서울약령시’로 지정 승인받으며 경동시장과 분리됐고, 2005년 서울약령시 한방산업특구로 지정돼 한약재 특화산업을 통한 관광명소로 발전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죠. 현재 서울약령시는 우리나라 한약재 유통의 약 70%를 담당합니다.

서울약령시는 서울에 있는 약령시를 뜻하며, 여기서 약령시(藥令市)는 한약재를 판매하는 시장을 일컬어요. 조선 17대 왕인 효종(1649~1659) 때 귀한 한약재의 수집을 위해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주요 약재 생산지에 관찰사를 상주시키고 왕명으로 만든 약재상 집결지였죠. 당시 경상도·강원도·전라도가 약재의 주요 산지여서 약재를 유통하기 편한 대구·원주·전주에서 먼저 약령시가 개시됐어요. 그중 대구약령시는 1658년(효종 9년) 무렵 개설, 현재까지 이어지며 2001년 한국기네스위원회에서 국내 최고(最古) 약령시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최민하 도슨트(맨 오른쪽)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나라 최대의 한약시장인 서울약령시 투어에 나선 소중 학생기자단.

최민하 도슨트(맨 오른쪽)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나라 최대의 한약시장인 서울약령시 투어에 나선 소중 학생기자단.

“이곳엔 조선시대 여행자 무료 숙박, 의지할 곳 없는 병자 치료 등을 담당하던 구휼(救恤)기관인 보제원(普濟院)이 있었어요. 당시 일종의 복지기관이라 할 수 있는데, 홍제원·이태원·전관원도 같은 역할을 했죠.” 『조선왕조실록』의 『세종실록』 18년 8월 5일 기록을 보면 보제원·이태원에 추가로 굶주리는 백성을 보살피라는 내용이 나와요. 이를 통해 보제원이 세종대 이전, 조선 초기에 세워졌다고 추정하죠. 현재 보제원은 존재하지 않고, 약령중앙로 입구에 있는 서울약령시 일주문(기둥이 한 줄로 된 문) 근처에 보제원유허비(普濟院遺墟碑)가 세워져 있어요. 유허비는 선인들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에 그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이죠. 안암오거리(서울시 동대문구 제기2동 148-115)엔 과거 보제원이 있던 터라는 보제원 표지석이 있습니다.

나예현·박민아·서연우 학생기자는 일주문을 지나 경춘선 구 성동역 터(서울 동대문구 왕산로 109)로 향했어요. 성동역은 과거 경춘선의 출발기점이었죠. 1939년 일제강점기 당시 경춘철도주식회사에 의해 개통됐고 1970년까지 운영됐어요. “성동역은 과거 서울약령시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예현 학생기자가 질문했어요. “성동역에 경기도·강원도 등 지역 약재가 몰려 들어왔어요. 약재 유통이 활발하게 이뤄져 서울약령시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죠. 성동역이 없어진 지금은 청량리역으로 약재들이 들어옵니다.”

현재 표지석만 남은 성동역은 과거 경춘선 기점으로 지역 약재가 몰려 들어와 서울약령시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현재 표지석만 남은 성동역은 과거 경춘선 기점으로 지역 약재가 몰려 들어와 서울약령시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주변을 둘러보던 연우 학생기자가 ‘한약국(韓藥局)’을 가리키며 어떤 곳인지 물었어요. “우리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사에게 약을 지으러 약국을 가잖아요. 한약국은 전문적으로 한약학을 배운 한약사가 처방전에 따라 한약을 조제해서 판매하는 곳이에요.” 한약국은 한약사 개설 약국으로, 대학교 한약학과를 졸업하고 한약사 면허를 취득한 한약사가 운영합니다. 2000년 제1회 한약사 국가고시가 생기면서 등장한 신종 직업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약국 개설 허가를 내주죠. 한약국과 헷갈릴 수 있는 한약방은 한의원·한약취급업소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시험을 통해 한약업사 자격인정서를 받아 영업합니다. 시장·도지사가 한약방 개설 허가를 내줘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최 도슨트를 따라 한약국과 한약방을 둘러보며 판매되는 한약재들을 살폈어요. 우슬·옥수수속대 등 평소에 보지 못한 한약재들이 시선을 끌었죠. 민아 학생기자가 “서울약령시의 한약재는 어떤 절차를 거쳐 판매되나요?”라고 물었어요. “강북농수산물검사소를 통해 양질의 한약재가 유통될 수 있는 한약재 품질검사, 한의약 단체를 통한 자율정화활동, 품질안전제를 실시하고 있어요. 중금속 등 이상물질이 있는지, 원산지가 잘못 기재돼 있는지 등을 검사해서 단 1%라도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해당 한약재는 전량 폐지돼요. 철저한 검사를 거치기에 시중에 판매되는 한약재는 믿고 먹을 수 있죠.”

한의약 시장의 현대화와 함께 시장 발전을 이끌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2016년 한약진흥재단(현재 한국한의약진흥원)을 설립했어요. 한의약 시술의 과학화·정보화를 촉진하고 우수한약재 재배 유통을 지원하며 전통한약시장의 전승과 발전을 지원하는 곳이죠.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는 주요 R&D(연구개발) 분야 예산 중 2022년도 한의약혁신기술개발 및 한의기반융합기술개발사업의 예산을 확대했어요. 한의약혁신기술개발의 경우 2021년 101억7700만원에서 2022년 142억1300만원으로 39.7% 늘었고, 한의기반융합기술개발사업도 2021년 66억3000만원에서 올해 68억30만원으로 3% 올랐죠.

서울약령시에서 만난 한약재
서울약령시에는 한의원·한약국·한약방·한약재상 등 1000여 개의 한의약 관련 전문업소를 통해 다양한 한약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소의 무릎과 닮은 약재인 우슬.

소의 무릎과 닮은 약재인 우슬.

우슬 비름과의 쇠무릎 또는 우슬의 뿌리. 약재의 형상이 소의 무릎처럼 생겼다고 해 우슬(牛膝)이란 이름이 붙었죠. 높이는 50~100cm로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잎은 마주나죠.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요실금을 치료하고, 골수를 보충해 음기를 잘 통하게 하며 머리카락이 희어지지 않게 하고, 발기부전을 낫게 하는 등의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어요. 특히 관절염·골다공증에 효능이 있습니다. 2018년 국내 한 연구에서 골다공증이 있는 실험용 쥐에게 우슬 추출물을 투여했더니 골조직 밀도가 8% 증가하고, 칼슘 소실이 5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잇몸질환에 효과적인 옥수수속대.

잇몸질환에 효과적인 옥수수속대.

옥수수속대 옥수수의 꽃이 피는 기관. 옥수수 낟알과 그 주위를 싸고 있는 껍질을 제외한 옥수수 자루의 섬유질 속부분(속자루)를 말합니다. 옥수수속대에는 항염·항균작용을 하는 베타시토스테롤(beta-sitosterol) 성분이 많아 염증을 완화하는 기능을 하죠. 베타시토스테롤은 잇몸질환 치료약으로 잘 알려진 ‘인사돌’의 주원료로 쓰여요. 옥수수속대를 끓인 물로 가글을 하면 잇몸염증을 완화해 줍니다.

서울약령시 한의약박물관의 보제원 디오라마. 조선시대 백성의 쉼터이자 병원 역할을 한 보제원 자리에 약령시가 들어섰다.

서울약령시 한의약박물관의 보제원 디오라마. 조선시대 백성의 쉼터이자 병원 역할을 한 보제원 자리에 약령시가 들어섰다.

우리나라 한의학의 성립과 발전

서울약령시를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한의학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서울한방진흥센터 위원범 주무관의 안내에 따라 센터 안 서울약령시 한의약박물관으로 향했죠. 우리나라 한의학은 삼국시대부터 본격적으로 독자적 의학으로 발전, 고려시대에는 현존 최고(最古) 의서로 불리는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이 편찬됐죠. 이를 통해 한의학 정체성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향약은 ‘우리 민족의 의약’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의서로는 1610년 광해군 때 허준에 의해 완성된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있습니다. 『동의보감』은 실용성·과학성을 중시해 동양의학의 모든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서술했으며, 동아시아 전통의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허준이 만든 의서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체계적으로 동양의학 지식을 정리·서술한 것으로 전통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허준이 만든 의서 『동의보감(東醫寶鑑)』은 체계적으로 동양의학 지식을 정리·서술한 것으로 전통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동의보감』이 뛰어난 건 처방에 대한 기록으로서 약초의 효능에 대한 내용입니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약재 효능은 사람에게 적용돼야 얻어지는 결과물로, 이른바 임상실험을 통해 얻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후 조선 후기에 이제마가 사람의 체질을 태양인·소양인·태음인·소음인 등 4개로 구분해 분석한 ‘사상의학(四象醫學)’ 이론을 주장하면서 한의학은 더 구체적으로 발전했죠.

오늘날 한의학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09년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전 세계에 한의학의 우수성을 알리게 됐어요. 2010년 제천 국제 한방 바이오 엑스포, 2013년 산청 세계전통의약 엑스포 개최는 한의약의 세계시장 진입 및 글로벌화의 초석을 놓는 데 기여했죠. 2021년 국내의 한 한방병원은 국내 최초 미국 ‘평생의학교육인증원(Accreditation Council for Continuing Medical Education·ACCME)’의 정식 교육기관 인증을 받았고, 한의학은 미국 의사들의 정식 보수교육으로 채택됐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한방진흥센터 위원범 주무관(왼쪽에서 둘째)을 인터뷰하며 한의학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서울한방진흥센터 위원범 주무관(왼쪽에서 둘째)을 인터뷰하며 한의학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의 관심을 받게 된 한의학 이야기에 소중 학생기자단은 앞다퉈 질문했어요. “어린이가 자신의 체질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연우) “한의원에선 체질을 고려해 진료하나요?”(민아) “과거에는 지금처럼 병을 진단할 수단이 많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환자의 병을 찾아냈나요?”(예현) 위 주무관은 “한의학에서 체질은 환자를 진단하는 데 중요하게 사용된다”고 답했죠. “사상의학 이론에 기반한 자신의 체질이 궁금하면 한의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아보면 알 수 있고, 체질에 맞게 치료도 받을 수 있어요. 옛날 한의사들은 환자의 안색을 살피고 진맥을 잡아보면서 상태를 파악했죠. 환자가 직접 어떤 증상이 있는지 말해주기도 했고요. 한의사들은 환자 진료 내역을 작성해 각각의 기록을 비교하고 진료했습니다.”

서울한방진흥센터에 전시된 동물성 약재를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위 사진). 약재의 종류·효능 등을 구분해 보관하는 약장.

서울한방진흥센터에 전시된 동물성 약재를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위 사진). 약재의 종류·효능 등을 구분해 보관하는 약장.

전통 의약기구와 다양한 약재

약재로 약을 만들 때 쓰는 도구를 의약기구라고 합니다. 약재 채집·가공·복용에 쓰는 도구를 모두 포함하죠. 나무부터 금·은·옥·유리·상아 같은 특별한 재료로도 만들었어요. 채약기구(採藥器具)는 약재를 채취하는 데 쓰여요. 꼬챙이·약삽·약호미 등 주로 나무로 만들었죠. 채취한 약재를 담아두는 망태기·약초통 등도 채약기구예요. 약재의 양을 측정하는 약도량형기(藥度量衡器)는 크게 손저울과 천칭으로 나뉩니다. 필요한 약재를 알맞게 배합하고, 인체에 투여할 약물의 양을 정확하게 맞춰 약의 효능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사용하죠.

민아 학생기자가 “약재를 가루로 만드는 기구는 어떤 게 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연석·맷돌·절구·약연·분쇄기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약연기(藥硏器)라고 해요. 좁은 의미로는 배 모양의 홈 있는 받침에 주판알 모양의 알을 굴려 가루를 내는 약연만을 가리킵니다.” 약재를 가공하거나 약물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제약기(製藥器), 주전자·잔·그릇·사발·항아리·병 등 일상생활 도구와 비슷하며 액체로 된 약을 담거나 따를 때 사용하는 약성주기(藥盛注器), 약재의 종류·효능 등을 구분해 보관하는 약저장기(藥貯藏器)도 있습니다. 단지·병·상자·통·장 등 약재의 양과 종류, 보관 기간에 따라 여러 저장기를 사용해요.

희귀 약재 서각(犀角)은 코뿔소의 뿔을 활용한 것으로,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위 사진). 다양한 약재를 갈아서 가루로 만드는 약연.

희귀 약재 서각(犀角)은 코뿔소의 뿔을 활용한 것으로,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다(위 사진). 다양한 약재를 갈아서 가루로 만드는 약연.

이제 약재를 확인해 볼까요. 천연 약재는 ‘본초(本草)’라고도 하는데, 한자 ‘풀 초(草)’를 쓴 것에서 식물성 약재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죠. 뿌리·뿌리줄기·줄기·나무껍질·열매·잎·씨 등 부위마다 효능을 연구해 치료와 질병 예방에 사용해요. 삼·버섯 등은 특화 약재로 구분되죠. 버섯류는 면역 증강, 단백질 대사 및 합성, 항산화 작용이 우수하죠. 흑삼·홍삼·산삼액침 등 삼 종류에는 일명 ‘인삼 사포닌’이라 불리는 Ginsenoside(진세노사이드) Rg5·Rg3가 함유돼 항암 효과가 있어요. 동물성 약재 중에는 사향·우황 등의 효능이 널리 알려졌죠. 최근에는 말벌집을 제약화하는 등 새로운 자연산물을 연구로 개발하는 노력도 활발합니다. 광물성 약재는 유황·금·구리 등이 있는데, 국내 생산량이 많지 않아 수입하기도 하죠. 과학적 분석(DNA 검사·관능검사(KFDA))을 통해 안전한 약재 유통을 위한 틀이 마련됐습니다.

약재를 안전하게 복용하기 위해선 전문가의 처방이 필요하다.

약재를 안전하게 복용하기 위해선 전문가의 처방이 필요하다.

연우 학생기자가 전시된 희귀 약재를 보고 신기해하며 “코뿔소(무소) 뿔과 뱀도 약재로 쓰이는지 몰랐어요”라고 말했어요. 연우 학생기자가 주목한 약재는 서각(犀角)과 백화사(白花蛇)였죠. “서각은 코뿔소의 뿔 끝부분을 분말로 만들거나 얇게 썰어 약재로 사용해요. 성질이 차서 해열제나 해독제로 쓰이죠. 현재는 코뿔소가 국제보호동물이라 서각을 사용할 수 없어요. 과거엔 시험이나 큰일을 앞두고 긴장을 풀기 위해 먹는 우황청심원(환)에 서각이 들어 있었죠. 백화사는 살모사과 동물인 오보사의 내장을 버리고 말린 것이에요. 과거 경련 증상 등의 완화에 효과가 있어 쓰였죠.”

박민아·서연우·나예현(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서울한방진흥센터에서 조선시대 의원·의녀들의 의복을 갖추고 약재와 한의학에 대해 알아봤다.

박민아·서연우·나예현(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서울한방진흥센터에서 조선시대 의원·의녀들의 의복을 갖추고 약재와 한의학에 대해 알아봤다.

희귀 약재 옆에는 독성 약재들이 전시돼 있었어요. 겉모습은 일반 약재와 다를 것 없지만, 독성을 지니고 있다는 말에 소중 학생기자단은 지레 겁을 먹었죠. 민아 학생기자가 유황을 가리키며 “독성 있는 유황은 어떻게 사용되나요?”라고 물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유황온천, 유황오리의 그 유황이 맞아요. 유황에 독성이 있어 아주 제한적으로 사용되죠.” 자연상태 그대로의 유황을 먹거나 피부에 사용하면, 간이 손상되고 피부조직이 죽어요. 유황은 물론, 독성 약재는 인체에 해가 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제된 것을 사용합니다.

예현 학생기자가 “과거 가난한 평민들도 한약재를 사용할 수 있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과거엔 한의학 의서가 한문으로 돼 있어서 한자를 못 읽는 평민들은 약재의 효능을 잘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한약방을 오가며 약재 정보를 얻고, 조선시대에는 여러 의서를 한글로 옮겨 백성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죠.”

소소중 학생기자단이 팔각회향·당귀·박하 잎을 넣은 향주머니(위 사진)와 각자 어울리는 약재 둘을 넣은 족욕 솔트를 만들었다.

소소중 학생기자단이 팔각회향·당귀·박하 잎을 넣은 향주머니(위 사진)와 각자 어울리는 약재 둘을 넣은 족욕 솔트를 만들었다.

생활 속 약재 활용하기

전시된 약재를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이 약재 활용법을 배웠습니다. 먼저 전통 복주머니에 팔각회향·당귀·박하 잎 등 세 가지 약재를 넣어 향주머니를 만들었죠. 향신료로 많이 사용되는 팔각회향은 속을 따뜻하게 해주고 기의 순환을 도와 감기 몸살, 호흡기 질환과 소화기능 개선에 효과적이에요. 팔각회향에 들어있는 시킴산은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주원료이기도 하죠.

박하는 머리를 맑게 해주며, 생즙을 내 아침 식전에 한 컵씩 마시면 관절과 중풍에 좋아요. 당귀는 참당귀뿌리를 약재로 쓰며, 방향성 정유가 함유돼 특이한 냄새가 나고 맛은 약간 쓰면서 달달해요.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진통 효과가 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향주머니를 들고 “서랍이나 옷장에 두고 방향제로 쓸 거예요”라고 말했어요.

족욕 솔트에 쓰이는 어성초, 진피, 감초, 백년초 분말은 피부 트러블에 효과가 있다.

족욕 솔트에 쓰이는 어성초, 진피, 감초, 백년초 분말은 피부 트러블에 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족욕 솔트를 만들었죠. 향균·살균 효과가 있고 피부 트러블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어성초, 피부의 열을 내려주며 비타민이 풍부해 미백효과가 있는 진피, 근육통·신경통·피부 트러블에 효능이 있는 감초, 비타민C가 오렌지의 10배 이상 함유돼 피부 노화방지에 효능이 있는 백년초 분말, 우리나라 최대 소금 생산지인 태평염전의 태평소금이 준비됐어요. “각자 자신에게 어울리는 약재 두 가지를 선택해 소금과 함께 병에 담고, 잘 섞이도록 병마개를 닫고 흔들어주면 완성됩니다.”

족욕 솔트를 만들었으니 직접 족욕을 해봐야겠죠? 『동의보감』에 ‘두한족열(頭寒足熱)’이란 말이 있어요.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하면 아플 일이 없다’는 뜻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서울한방진흥센터 2층 야외에 있는 족욕 체험관에서 따뜻한 물(38~42도)에 발을 담가 족욕을 즐겼어요. 여기에 한방 쌍화차, 전통 오미자차, 목련꽃차와 다과를 곁들였습니다. 세 사람 모두 “오늘 하루 피로가 다 풀리는 거 같아요” “족욕을 처음하는 데 힐링되는 기분이에요” “서울약령시를 돌아보고 잘 몰랐던 약재와 한의학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어요”라고 입을 모았죠.

나예현·서연우·박민아(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시원한 한방 전통 차를 마시며 족욕을 즐겼다.

나예현·서연우·박민아(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시원한 한방 전통 차를 마시며 족욕을 즐겼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제 꿈이 의사여서 이번 취재가 기대됐어요. 서울약령시를 한 바퀴 돌면서 이곳이 어떤 곳인지, 보제원이 무엇을 하는 공간이었는지 알아봤죠. 보제원에선 아픈 사람이나 오랜 여행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다는데, 조선시대에 그런 곳이 있었다니 상상도 못 했어요. 서울한방진흥센터는 정말 신기한 곳이었죠. 특히 족욕 체험이 좋았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맛있는 오미자차를 마셨는데 힐링이 됐죠. 이번 취재를 통해 조상님들이 약의 효능을 정확히 파악하고, 환자에게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훌륭하다고 느꼈어요. 약재는 다 식물인 줄 알았는데 개구리·뱀 등 동물도 사용된다는 것이 놀라웠죠. 처음엔 생소했지만, 이제는 자신 있게 친구들에게 한방문화를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의 전통과 문화가 깃든 한의학을 많이 사랑해야겠어요.

나예현(서울 행현초 5) 학생기자

서울약령시를 둘러보며 가장 신기했던 것은 소의 무릎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이름을 붙인 우슬이 진짜로 무릎에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약재의 이름과 그 효능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많다고 하셔서 신기했어요. 서울한방진흥센터에선 박물관을 살펴보고 족욕 등 다양한 재미있는 체험을 했는데, 몸도 마음도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아서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역시 한의학은 우리나라 최고의 의술인 것 같습니다.

박민아(서울 버들초 6) 학생기자

서울약령시 역사를 설명해주는 체험이 정말 좋았어요. 약령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약재와 한약방을 봤는데 박물관 전시와 달리 실제 판매하는 약재를 보니 생생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서울한방진흥센터에서는 다양한 약재의 종류와 효능을 확인했죠. 향주머니를 만들었는데, 집에 와서 걸어두니 향이 멀리까지 퍼져서 좋았어요. 원하는 약재를 넣어 족욕 솔트를 만들고, 족욕 솔트로 한방 족욕 체험을 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날이 더워 피곤했는데, 족욕으로 힐링하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잘 잘 수 있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이전에 몰랐던 한방문화를 알게 돼 신기했습니다.

서연우(서울 월계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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