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m 줄섰던 '빅맥'도 없다…혹평 쏟아진 러시아판 맥도날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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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를 인수한 현지 업체가 12일(현지시간) 새로운 모습으로 문을 열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러시아에서 맥도날드를 인수한 업체가 새로 만든 패스트푸드 체인점 로고. 트위터

러시아에서 맥도날드를 인수한 업체가 새로 만든 패스트푸드 체인점 로고. 트위터

러시아에서 기존 맥도날드 매장을 운영하는 시스테마 PBO는 이날 모스크바 푸시킨광장에서 새 매장을 공개했다. 바뀐 이름은 '브쿠스나이 또치카(Вкусно и точка)'이며, 러시아 말로 "맛있다. 그게 다야"라는 뜻이다. 메뉴는 기존 메뉴에서 크게 바뀌진 않았지만, 빅맥·맥플러리 등 맥도날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메뉴는 빠졌다.

이날 모스크바에선 푸시킨광장 매장을 비롯해 15개 매장이 문을 열었으며, 이달 말까지 러시아 전역에서 200여개의 매장이 열 예정이다. 업체는 올 여름이 끝날 때까지 850개 매장을 전부 여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맥도날드는 지난 1990년 1월 푸시킨광장에 1호점을 열었다.

맥도날드를 인수한 새로운 패스트푸드점의 메뉴. 트위터

맥도날드를 인수한 새로운 패스트푸드점의 메뉴. 트위터

패스트푸드점의 로고는 맥도날드의 골든아치(M) 모양과 비슷하다. 짙은 노란색의 사선 2개와 주황색 동그라미가 녹색 바탕 위에 그려져 있는데, 회사 측은 주황색 부분은 햄버거의 패티를, 노란색 부분은 감자튀김 2개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햄버거 1개와 감자튀김 2개로 알파벳 M을 만든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또 빅맥, 맥플러리는 없지만 기존의 햄버거와 감자튀김·너겟·윙 등의 메뉴는 고수했다. 와플콘은 39루블(900원), 더블그랜드버거는 248루블(5400원), 음료는 55~109루블(1200~24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업체 측은 "가까운 시일 내에 빅맥과 맥플러리 대체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브쿠스나이 또치카는 기존 맥도날드 직원 5만1000명을 그대로 고용할 예정이다. 또 적당한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이 매장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대한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로이터는 "새로운 '맥도날드' 매장 재개는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급자족하고 서방의 제재를 견딜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1990년 러시아에서 처음 개장했던 맥도날드 앞에 긴 줄을 선 모습(왼쪽)과 12일 맥도날드를 인수한 새로운 패스트푸드점 개장 모습. 인사이더 트위터 캡처

1990년 러시아에서 처음 개장했던 맥도날드 앞에 긴 줄을 선 모습(왼쪽)과 12일 맥도날드를 인수한 새로운 패스트푸드점 개장 모습. 인사이더 트위터 캡처

러시아 독립언론은 새 패스트푸트 체인점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지매체 인사이더는 1990년 맥도날드가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 450m나 줄을 섰던 사진과 12일 그보다는 한산한 새 매장 사진을 게재했다.

새 로고에도 혹평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SNS 계정에서 이 로고가 "메리어트 호텔 로고와 방글라데시 국기를 섞은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또 이날 한 러시아 남성은 "빅맥을 돌려달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월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서 정상적인 사업이 불가능하다며 매장을 폐쇄했다. 지난달에는 러시아 시장 철수와 러시아 내 62개 지역의 850개 매장 매각을 발표했다. 시베리아에서 25개의 맥도날드 식당을 운영해온 알렉산더 고버가 맥도날드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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