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계파정치 의심받는 친윤계 공부 모임 ‘민들레’

중앙일보

입력 2022.06.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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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당권·공천권 장악 위한 사조직 가능성  

결성 명분 없어…민생 안정 전력할 때

6·1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집권당인 국민의힘에 친윤(윤석열)계 의원들의 세몰이가 극성을 부려 우려를 낳고 있다. ‘윤핵관’의 대표 격인 3선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 의원 30여 명이 ‘민들레’(민심을 들어볼래)란 모임을 결성한 것이다.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자 장 의원이 모임에서 발을 빼긴 했지만, 여론을 의식한 시늉일 뿐이라는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민들레는 정부 관계자들을 불러 정책 설명을 듣고 민심을 전하는 모임이라고 한다. 그런 기능은 이미 ‘당·정·대’란 공식 협의체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적 모임이 이런 역할을 할 명분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장 의원 등은 “국민의힘 의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조직이며 목적도 순수한 공부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윤핵관’과 가까운 특정 의원들 아니면 정식 회원이 될 수 없는 폐쇄형 조직이고, 공부보다는 공천이 목적임이 금방 드러난다. 친윤 의원들끼리 뭉쳐 내년 6월 전당대회와 내후년 총선 공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결성한 사조직일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여론의 눈길이 따가운데도 민들레 모임이 출범을 강행하자 ‘비윤’계 의원들은 가입하지 않을 경우 ‘반윤’으로 낙인 찍힐 것을 우려하며 눈치만 보고 있다고 한다. “장 의원 등 윤핵관이 만든 국민의힘판 ‘하나회’”란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지난 5년 내내 문재인 정부의 의원 줄 세우기와 편 가르기 정치를 비난해 온 국민의힘이 집권하자마자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유감이다. 이런 후진적 계파정치는 당의 분열로 이어져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는 독소로 작용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친문계 의원들이 ‘순수한 친목 모임’이라며 ‘부엉이’ 모임을 만들자 장제원 의원은 방송에서 “처음엔 다 그렇게 시작했다가 당권 잡고, 당직 나누고, 계파가 된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 말마따나 민주당은 ‘부엉이’ 같은 친문계 사조직이 활개를 치면서 청와대 거수기가 된 끝에 정권을 잃고 말았다. 민주당 사조직의 말로를 정확히 예측했던 장 의원이 민주당의 전철을 똑같이 밟고 있으니 또 다른 ‘내로남불’ 아닌가.

지금 국회는 하반기 원 구성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미국발 금리 인상에다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민생경제가 위태롭고 안보 상황도 풍전등화다. 국민이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을 밀어준 이유는 이런 국가적 위기를 잘 관리하고 경제를 살려내라는 뜻이지, 윤 대통령과 가깝다는 의원들끼리 세몰이를 하라는 게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래저래 민들레 결성은 명분이 없다. 윤 대통령도 “계파정치는 안 된다”고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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