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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만취 음주운전 전력 박순애, 교육부 수장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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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01년 10월 31일 서울 광화문에서 경찰이 신호대기 중인 운전자들에게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처벌을 시작한다는 내용이 적힌 전단을 배포하고 있다. 당시 교통사고 사망자가 한해 1만명을 넘어서면서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악으로 드러나 대대적인 안전 운전 연중 캠페인이 벌어졌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만취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시기가 이 무렵이다. 최승식 기자

2001년 10월 31일 서울 광화문에서 경찰이 신호대기 중인 운전자들에게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처벌을 시작한다는 내용이 적힌 전단을 배포하고 있다. 당시 교통사고 사망자가 한해 1만명을 넘어서면서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악으로 드러나 대대적인 안전 운전 연중 캠페인이 벌어졌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만취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시기가 이 무렵이다. 최승식 기자

교장 임용도 결격인데 장관 될 수 있나

자진 사퇴가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도리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만취 음주운전 전력을 비롯한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애매한 입장을 보이면서 임명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 구성 협상에 난항을 겪는 국회가 이번 주 안에 박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지 못할 경우 윤 대통령은 청문회 없이 박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공직자에게 음주운전은 치명적이다. 특히 교육부는 단 한 번의 음주운전 처벌도 교장 임용의 결격 사유로 삼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시행에 들어갔다. 교장이 될 자격조차 없는 인물이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진두지휘하겠다고 나서는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박 후보자의 음주운전 논란에 대해 “언제 한 것이며, 여러 가지 상황, 다발성, 도덕성 같은 걸 다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후보자가 만취 운전으로 적발된 2001년은 경찰이 교통사고 줄이기에 대대적으로 나선 시기다. 우리나라 한 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악으로 나타나면서 운전 중 휴대전화 단속과 교통위반 신고 보상금제를 비롯한 고육책을 쏟아냈다. 음주운전 적발 당시 박 후보자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0.1%)의 두 배가 넘는 0.251%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박 후보자는 1993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5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일도 있다.

박 후보자는 음주운전에 대해 “변명의 여지 없는 실수였고,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당시 제반 상황을 고려해 법원으로부터 선처를 받았으나 이는 도덕적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교육부 장관 자리를 고사했어야 마땅하다.

현 정부는 첫 교육부 수장으로 지명한 김인철 전 후보자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했는데도 후임자 인선에서도 중대한 하자를 걸러내지 못했다. 정호영 전 후보자에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희 후보자도 ‘관사 재테크’ 등 부동산 관련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특히 박 후보자의 만취 운전 경력은 간단한 절차로 확인이 가능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인사 검증 기준이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육성을 강조하면서 교육부를 질책했다. 그만큼 교육 개혁을 시급하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나도록 장관 부재로 겉도는 교육부가 정책에 전념하게 하려면 심각한 흠결이 없는 리더를 택해야 한다. 박 후보자는 교육부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