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1개 안와서 車 못만든다…하루 500억씩 날리는 현대차

중앙일보

입력 2022.06.12 18:07

업데이트 2022.06.12 21:20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12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스피돔 주차장에 항구로 옮겨지지 못한 기아 수출용 신차들이 임시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12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스피돔 주차장에 항구로 옮겨지지 못한 기아 수출용 신차들이 임시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에 이어 일반 부품마저 제때 들어오지 못하니까 생산 차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엿새째 이어진 12일, 현대차 관계자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계 전반의 물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자동차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약 3만 개 부품을 조립해 생산하는 자동차의 경우 부품이 한 개라도 없으면 완성차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서만 하루 500억대 피해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 1~5공장은 지난 10일 차량 생산 대수가 1800여 대에 그쳤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하루 6000여 대에 이른다. 다만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면서 최근엔 생산 대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을 오가는 화물연대 소속 납품 차량은 오후 2시부터 운송 거부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을 오가는 화물연대 소속 납품 차량은 오후 2시부터 운송 거부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7일 이 공장 앞에서 화물연대가 파업을 벌인 이후 공장 가동률이 평상시 대비 30%에 그쳤다. 이번 파업으로 하루 1000~1200대의 생산 차질이 추가로 생긴 셈이다. 지난해 현대차가 판매한 승용차의 대당 평균 가격 4700만원을 적용하면 피해 금액이 하루 500억원대로 추산된다. 울산공장에 부품 납품·완성차 이송을 담당하는 화물연대 조합원은 10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품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니까 생산라인이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며 “가뜩이나 반도체 공급난 탓에 생산량이 줄고 있는데 또 다른 악재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울산공장에선 제네시스 G70·80·90, GV60·70·80, 아이오닉5, 팰리세이드 등 인기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GV60·80 등은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차 출고가 1년가량 지연되고 있는데, 파업이 장기화하면 출고가 더 늦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무직원이 탁송작업 투입되기도  

현대차그룹 물류를 맡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협력업체는 요즘 ‘용차 수배’에 여념이 없다. 현대글로비스가 계약한 운송업체 소속 화물 노동자의 70%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화물차 10대 중 3대만 정상 가동 중인 상황이라 회사가 대체 인력과 화물차를 구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지난주엔 완성차 탁송 작업에 일반 사무직원까지 동원했다.

현대차 협력업체도 속이 타기는 매한가지다. 한 부품업체 사장은 “현대차 공장에 적시에 납품이 안 되면 부품 공장도 줄줄이 멈추게 된다”며 “범퍼나 문짝 같은 재고를 계속 공장에 쌓아둘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지난 일 오후 부산 시내의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들이 주차돼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레미콘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업계 추산으로 10일 현재 전국 레미콘 공장 1천85곳 가운데 60%가량이 시멘트 재고 소진으로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연합뉴스]

지난 일 오후 부산 시내의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들이 주차돼 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출하가 중단되면서 레미콘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업계 추산으로 10일 현재 전국 레미콘 공장 1천85곳 가운데 60%가량이 시멘트 재고 소진으로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연합뉴스]

“전국 건설 공사장 멈출 판”

건설업계도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당장 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엔 시멘트 출하가 사실상 봉쇄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이후 시멘트 출하량이 평소의 5∼10%까지 줄었다. 시멘트운송 특수차량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주의 상당수가 파업에 동참해서다.

또 레미콘 운송기사의 파업 참여로 현재 전국 레미콘 공장 1085곳 가운데 60%가량이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삼표산업은 17개 공장의 가동을 멈췄고, 유진기업도 16개 공장이 돌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의 건설현장 공사가 지연될 조짐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레미콘 공장이 멈춰 서면 건설 현장은 직격탄을 맞는다”며 “당장 이번 주부터 콘크리트 타설 공정을 중단하는 현장이 속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포스코는 매일 3만5000t(포항 2만t·광양 1만5000t), 현대제철은 9000t씩 며칠째 육송 물량이 출하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긴급하게 보내야 할 철강재는 정부·화물연대 측과 협의하에 운송하고 있지만 나머지 물량은 제철소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며 “사태가 길어지면 이 역시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석유화학업계는 제품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일평균 출하량이 평소(7.4만t)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자업계는 각 지역 공장에서 생산한 가전제품을 인근 물류센터로 옮긴 뒤 일반 물류회사를 통해 배송하는 식으로 대비하고 있다. 파업이 주로 공장 앞에서 이뤄지는 만큼 사전에 제품을 다른 장소로 옮겨놓고 있다는 얘기다.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재계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 검토해야”

현재 국토교통부는 생산·출하량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자동차·시멘트·철강 등에 대해 긴급 물량은 경찰의 보호 속에 반출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한편 군 위탁 컨테이너 수송 차량을 투입하면서다.

그럼에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현재 수·출입 관문인 부산항의 경우 11일 오전 10시~오후 5시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5167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에 그쳤다. 지난달 같은 시간대의 4분의 1 수준(23.9%)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1일 오전까지 접수된 애로사항 155건 중 수출 관련이 총 102건(65.8%)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이 중 납품 지연이 39건(25.2%), 위약금 발생 34건(21.9%), 선적 차질이 29건(18.7%)이었다.

재계는 지난주 성명에 이어 사흘 만에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화물연대의 즉각적인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대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등 총 31개 단체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인상 등 삼중고를 언급하며 “이런 상황에서 집단 운송거부로 시멘트·석유화학·철강·자동차 및 전자부품 수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어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과 무역에 막대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면서 “화물연대는 즉각 운송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 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 명령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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