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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치 하겠다는 이준석 열변 "내게 '따뜻한 아아' 주문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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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이제 제대로 자기정치를 해보겠다”며 당 주도권을 강하게 쥘 것임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정책, 당을 만들기 위해서 제 의견을 더 많이 투영하겠다. 그 과정은 당연히 민주적일 것이지만 제 의견의 색채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6.12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6.12

이날 국회에서 취임 1주년(11일) 기자간담회를 연 이 대표는 1시간30분 간 그간 자신을 향했던 공격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34분에 걸친 모두발언 초입부터 “지난 1년 동안 제게 주어졌던 역할을 성공적으로 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한 그는 “선거 지휘관으로 선거 승리를 이끌기 위해 일해왔던 지난 1년과 앞으로 1년은 단연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임기 1년 목표에 대해선 “이제는 밭을 갈아야 할 때”라며 “무기를 녹여서 농기구를 만들 상황이 왔다”고 요약했다.

지난 1년 소회는 “제가 봐도 제가 수많은 공작 속에 여기까지 온 게 경이롭다”는 표현으로 축약됐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여러 비판을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달라는 주문”으로 평가절하한 뒤 “그걸 다 따르면 저는 프랑켄슈타인(괴물)이 된다. 이제 그런 주문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기정치를 한다’는 비판에는 “지난 1년 간 어떻게든 선거를 이겨야되는 상황이었고 그 안에 자기 정치는 설 수 없었다. 공적 목표를 수행하느라 (오히려) 제 개인의 자기정치 측면에서 입은 피해가 너무 심하다”고 항변했다.

특히 당 혁신위원회를 둘러싼 논란에는 “뭐 눈에는 뭐밖에 안 보인다”라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언성을 한층 높였다. 이 대표는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몰락의 가장 큰 변곡점 중 하나가 2016년 총선 앞두고 펼쳐진 ‘진박’ 공천갈등”이라며 “공천을 시스템화하는 데 다음 총선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머릿속에 공천권밖에 없는 사람은 공천제도 정비해야한다고 하면 공천권 생각밖에 안 드는 것”이라며 “지금 우리 당 4선 이상 의원들은 머릿속에 ‘친이’, ‘친박’ 공천학살 생각밖에 없다. 그 트라우마를 이해하지만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저희는 다음 총선에서 또 죽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대표, 윤 대통령, 권성동 원내대표.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대표, 윤 대통령, 권성동 원내대표. 연합뉴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을 겨냥해선 “지금은 대의멸친(대의를 위해 친족 등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할 때”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친윤계가 주축이 돼 만드는 ‘민들레’ 모임에 대해 “당이 주도하는 모임에 총리나 장관을 불러서 강연하는 건 보기에 따라 상하관계를 설정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고, 불화를 양산할 수 있다”며 “대통령께 누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은 좀더 조심스럽게 기획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향후 1년 목표에 대해선 ▶더 적극적인 서진정책 ▶‘자유’ 방점 행보 ▶당원교육 강화 등을 꼽았다. 특히 서진정책에 대해선 “국민이 기대해도 좋을 만한 지금까지보다 훨씬 강한 수준의 서진정책이 7월 경부터 있을 것”이라며 “지역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행보와 파격이라고 할 수 있는 행보가 결합된 형태”라고 예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남은 임기에 대해 여러 차례 “버틴다”고 표현했다. 임기 반환점이지만 여전히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당내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6일 출범한 혁신위도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당 최고위원들이 혁신위원을 한 명씩 추천하도록 돼있지만, 이 대표의 측근인 정미경ㆍ김용태 최고위원 외에 다른 이들이 추천을 망설이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정 최고위원은 최근 군 출신 이건규 전 제주 서귀포호텔(군인호텔) 사장을 혁신위원으로 추천했다. 다른 최고위원은 “지금 혁신위원을 추천하면 당내 싸움에서 이 대표 편을 드는 게 된다. 부담스러워서 누가 들어가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6.12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6.12

이달 말로 예정된 당 윤리위원회도 불씨로 남아있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관련해 당 윤리위가 징계를 결정할 경우 수위에 따라 대표직이 위태로울 수 있단 얘기가 나온다. 이에대해 이 대표는 이날 “경찰조사든(윤리위든) 빨리 했으면 좋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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