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수호" 다음날 "일전 불사"…미·중 샹그릴라 정면충돌

중앙일보

입력 2022.06.12 15:56

업데이트 2022.06.12 16:03

1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19회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이 ‘중국의 역내 질서 비전’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IISS 제공]

1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19회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이 ‘중국의 역내 질서 비전’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IISS 제공]

싱가포르에서 12일 폐막한 제19회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의 국방장관이 대만 등 현안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웨이펑허(魏鳳和·68)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은 12일 오전 “누군가 감히 대만을 분열시키려 한다면 중국은 일전을 불사할 것”이라며 미국에 날을 세웠다. 전날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미국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현상 유지에 집중하겠다”고 한 발언에 일격을 날린 셈이다.
이날 웨이펑허 장관은 ‘중국의 지역 질서 비전’ 세션 연설에서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현안에 중국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조국 통일은 절대 실현할 것이고, ‘대만 독립’을 노린 분열은 절대 좋은 결말이 없을 것이며, 외부 세력의 간섭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통일에 대한 중국의 결기를 밝혔다. 이어 “평화 통일은 중국 인민의 최대 바램이므로 최대한 노력을 다할 것이지만, 누군가 감히 대만을 분열시키려 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일전을 불사할 것이며 대가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사람도 중국 군대의 결심과 의지, 강대한 능력을 얕봐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자유의 항행 작전에도 날을 세웠다. 웨이 부장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에 문제가 생긴 적이 없다”며 “항행의 자유가 없으면 중국의 경제 발전도 없지만 어떤 대국이 장기간 ‘항행의 자유’란 이름으로 ‘항행의 패권’을 실현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군함과 전투기를 남중국해에 파견해 멋대로 활개치면서 기세를 부린다”며 “이사할 수 없는 이웃인 역내 국가는 반드시 함께 역외 국가가 남중국해에 개입하고 훼방 놓고 어지럽히는 것을 경계하고 방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웨이 부장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명목으로 독점적인 ‘소그룹’을 만들어 특정 국가를 겨냥해 역내 국가를 ‘납치’했다”는 납치론을 펼치기까지 했다.
웨이 장관은 질의 세션에서도 러시아의 침공 책임은 눈감은 채 서방 국가를 겨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압박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임박한 북한의 핵실험을 보는 중국의 입장에 대해 웨이 부장은 “안보 우려는 압박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북한 주민의 생활 수준이 국제 제재로 악화됐다. 북한의 우려를 국제 사회가 해결해야 한다”며 대북 제재 해제를 주장했다.

11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장이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다음 단계’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IISS 제공]

11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장이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다음 단계’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사진=IISS 제공]

오스틴 장관 “아시아 나토 추구하지 않는다”

웨이 부장의 연설에 앞서 11일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다음 단계”라는 주제로 중국군의 공세적 움직임을 비난했다. 그는 연설에서 중국 7차례, 대만은 10차례 언급하며 중국이 현상을 변경하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오늘날 인도·태평양은 미국의 최우선 작전 지역이자 미국 그랜드 전략의 심장”이라고 강조했다.
동맹국과의 군사 훈련 현황도 과시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와 양자 연례 훈련인 ‘가루다 쉴드’는 올 8월 처음으로 호주·캐나다·일본·싱가포르 등 14개국이 참가하는 훈련으로 확대됐다”고 소개했다. 중국군 동향에 대해 “지난 2월 중국 해군 함정이 호주 P-8 해상 초계기에 레이저를 발사해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으며, 지난 몇 주간 중국군 전투기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합법적으로 작전하는 동맹국 항공기를 위험하게 인터셉트했다”며 “이는 우리 모두가 우려할 상황으로 특히 대만 해협에서 극명하다”고 강조했다.
대신 오스틴 장관은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양안의 이견이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지지한다”며 “새로운 냉전, 아시아의 나토, 적대적인 블록으로 지역을 나누려 모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샹그릴라 대화는 지난 2002년 런던의 국제전략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IISS)와 싱가포르 정부가 공동으로 시작한 글로벌 안보 포럼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고위 안보 관료가 만나는 장이자 베이징이 국제 사회에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무대로 명성이 높다.
올해 샹그릴라 대화는 한·미,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 등 미국이 동맹국과 밀착을 강화하고, 중국은 북한과 러시아를 지지하는 입장을 재천명하면서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를 재확인했다.

미·중 국방회담 “전략적 위험 줄여”

미·중은 갈등이 군사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핫라인을 유지한다는 데에는 합의하는 등 성과도 거뒀다. 10일 오스틴 장관과 웨이 부장은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후 첫 대면 국방회담을 만족스러운 분위기 속에 거행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1일 자 1면에 “중·미 국방 장관 ‘예정 시간 넘기며’ 회담, 갈등 관리에 동의하고, 협력 사안을 향후 토의할 것”이라는 제목으로 “30분 예정했던 회담이 1시간 이어질 정도로 순조로웠다”며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미 국방부도 회담 후 “경쟁을 책임감 있게 통제할 필요성과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문제를 논의했다”며 “전략적 위험을 줄이고 소통 라인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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