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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기시다 “한일관계 개선 필요” 강조했지만 정상회담엔 신중

중앙일보

입력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한국의 새 정부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달 말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11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 중 기자들과 만나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구축해 온 한·일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 일본은 지금까지의 일관된 입장을 토대로 (한국의) 새 정부와 의사소통을 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 측이 그동안의 정권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확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발언은 윤 대통령 취임 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에 나설 의지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한편 위안부, 강제징용 등 과거사 현안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재차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 간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 신중한 모습이다. 7월 10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는 것이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심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오는 29~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10일 확정했으며, 이 행사에 기시다 총리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나토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것이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회담 예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도 10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상회담 검토 상황을 묻는 질의에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10일 일본 측은 정치적 위험을 내포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신중히 판단한다는 태도라고 전했다.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한·일 역사 문제를 다루게 될 정상회담에 일본 정부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다. 집권 자민당 간부는 아사히에 "(역사 문제 해결책 등에) 구체적인 진전이 없는 가운데 만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우려를 드러냈다.

"기시 방위상, 이 장관과 눈도 안 맞춰"

한편 일본 언론들은 1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를 통해 한·미·일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공조를 확인했지만 한국과 일본 사이엔 아직 불신이 해소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는 분석을 내놨다.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가운데),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아사히는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일 양국의 공식 회담은 없었다며 "관계 개선의 시계(視界)가 맑아졌다고는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상은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리지 않은 이유에 관해 "의사소통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회담에 관해서는 적시에 적절하게 판단하겠다"고 11일 기자들에게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기시 방위상이 언론에 공개된 3국 회담 초반에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말을 걸자 웃는 얼굴을 보였으나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과는 눈을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회담장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한·일 국방 당국 간 대표적인 갈등 사안으로는 해군 구축함과 해상자위대 초계기 사이에 벌어진 이른바 '레이더 겨냥-위협 비행' 논란이 꼽힌다. 이는 2018년 12월 20일 광개토대왕함이 동해에서 표류 중인 북한 어선 수색작업을 벌일 때 근처를 날던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사격 관제용 레이더를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당했다고 일본 정부가 주장하면서 촉발된 갈등이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는 조난 선박을 찾기 위해 레이더를 가동하고 있었고 일본 초계기가 빠르게 저공으로 접근하자 이를 식별하기 위해 영상 촬영용 광학카메라를 켰을 뿐 해군이 초계기를 향해 빔을 쏘거나 위협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설명이 엇갈린 가운데 사건의 실체를 둘러싸고 한·일 간 대립이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방위성 간부는 "양국 부대 간의 신뢰 관계에 관련한 중대한 문제다.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등 여전히 응어리가 남아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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