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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홀린 '공포의 싸다구'…마동석 자체가 브랜드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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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범죄도시2’ 속 한 장면. 현지 수사권도 없건만, 베트남에서까지 강력 범죄자를 좇느라 가는 곳마다 쑥대밭을 만드는 형사 마석도(마동석) 때문에 난처해진 대사관 직원이 거의 울기 직전의 얼굴로 묻는다. 마석도는 ‘그것도 질문이라고 하냐’라는 표정으로 답한다. “이유가 어디 있어. 나쁜 놈은 그냥 잡는 거야.”

'범죄도시2' 제작자 겸 주연 배우 마동석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 형사(오른쪽)는 허를 찌르는 입담과 꼼꼼한 수사력, 괴력으로 범죄자를 쥐락펴락한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 형사(오른쪽)는 허를 찌르는 입담과 꼼꼼한 수사력, 괴력으로 범죄자를 쥐락펴락한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그의 말대로다. 범죄자라면 물불 안 가리고 잡아들여 화끈하게 응징하는 괴력의 형사. ‘범죄도시’ 시리즈의 내용을 압축하면 오직 이 한 줄이 남는다. 중심에는 마동석이 연기하는 마석도가 있다. 극 중 범죄 수위는 눈을 감고 싶을 만큼 잔혹하지만, 그가 등장하는 순간 공포는 어느새 안도감으로 뒤바뀐다. 위압적인 두께의 팔뚝과 손바닥을 이용한 따귀 한 방으로 범인을 제압하고, “너 혼자야(혼자 왔어)?”라는 상대의 말에 “어, 아직 싱글이야”라고 답할 만큼 여유와 유머가 넘치는 캐릭터의 등장에 관객들은 마음 놓고 열광할 수 있다.
웬만해서는 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강력한 우리 편. 힘으로 위계가 정해지는 남자들의 세계를 압도적으로 평정하는 최상위 포식자. 동료들에게는 인정 많고 할 일은 제대로 하는 공권력의 상징. 마석도가 선사하는 안정적 쾌감이다. 그렇게 ‘범죄도시’ 1편은 687만 명을 동원한 흥행작이 됐고, 2편으로 돌아온 마 형사의 주먹은 소포모어 징크스(속편 흥행이 첫 작품에 비해 부진한 것)를 깨부수고 ‘천만 영화’의 기록을 썼다.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형사(가운데)와 경찰들. 최귀화(오른쪽부터), 하준, 허동원 등 1편의 배우들이 한층 물오른 호흡으로 돌아왔다. 막내형사 역 정재광(왼쪽)은 2편에 새로 합류했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형사(가운데)와 경찰들. 최귀화(오른쪽부터), 하준, 허동원 등 1편의 배우들이 한층 물오른 호흡으로 돌아왔다. 막내형사 역 정재광(왼쪽)은 2편에 새로 합류했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마석도는 사연 없는 남자다. 그에게는 동년배의 한국 중년 남성이 짊어질 법한 구구절절한 서사가 없다. 매주 소개팅에 도전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싱글이라는 것 정도가 그에 대해 알려진 사생활의 전부다. 말하자면 마석도의 캐릭터는 입체성의 강박으로부터 가뿐하게 벗어나 있다. 오직 범죄자를 향해 뻗는 솥뚜껑만 한 주먹만이 마석도의 구체성이요, 정체성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전략은 애초에 마석도와 마동석 개인을 구분 짓지 않는 것이다. 부러 배우의 것을 느슨하게 변형해 붙인 듯한 마석도라는 이름부터가 그렇다. 악당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함과 압도적인 힘을 지닌 마석도를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은 수퍼히어로를 보는 기대 심리와 비슷하다. 배우 본연의 육체적 성질과 개성을 극대화해 빚은 캐릭터가 시리즈의 가능성이자 흥행을 좌우하는 절대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마동석은 이를 증명해내며 스스로 ‘브랜드’가 됐다.

이 시리즈는 줄곧 형사 영화를 꿈꿔온 마동석의 제안으로 탄생했다. 1편부터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는 ‘범죄도시’를 선보이기 4~5년 전부터 작품을 기획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는 콘텐츠 창작집단 ‘팀고릴라’를 이끌어 왔다. TV 드라마 ‘히트’(2007, MBC)에서 우람한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미키마우스 티셔츠를 즐겨 입던 일명 ‘미키성식’ 형사로 출연한 이후 그는 강력계 형사들과 사적으로 친분을 이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집한 아이디어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대사와 구체적 설정으로 녹였다.

영화 '범죄도시2'는 사운드가 좋은 곳에서 봐야 마동석의 핵주먹 액션이 더 실감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특별상영관 아이맥스관 관람도 인기를 끈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범죄도시2'는 사운드가 좋은 곳에서 봐야 마동석의 핵주먹 액션이 더 실감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특별상영관 아이맥스관 관람도 인기를 끈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마석도는 마동석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캐릭터는 아니다. 오히려 그간 대중에게 호감을 샀던 이미지 중 정수를 그러모은 결과이자, 배우가 자신의 쓰임새를 치밀하게 연구해 내놓은 해답으로 봐야 할 것이다. 속이 시원할 정도로 살인마를 응징하던 ‘이웃사람’(2012) 속 혁모로 본격화된 마동석 표 ‘정의의 주먹’ 이미지는 ‘베테랑’(2015)의 웃음을 책임진 카메오 아트박스 사장님을 지나 ‘부산행’(2016)으로 정점에 올랐다. 마동석이 연기한 인물인 상화는 거의 탱크에 버금가는 인물이다. 임신한 아내 앞에서는 한없이 조신한 남편이지만, 두 팔에 포장 테이프를 분연히 감은 채 열차 안에 득실거리는 좀비 떼를 제압하며 좁은 통로를 뚫고 나가는 그의 모습엔 환호하지 않을 재간이 없다.

‘범죄도시’의 마 형사까지 이어지는 이 액션 DNA는 차라리 초능력에 가깝다. 이는 마동석의 첫 마블 영화이자 ‘진짜 수퍼히어로 영화’인 ‘이터널스’(2021)에서도 발휘된다. 마동석이 연기한 길가메시는 여기에서도 시원하게 따귀를 올려붙이는 전매 특허 동작을 선보인다. 클로이 자오 감독은 이 연출을 두고 그간 눈여겨봤던 마동석 표 액션에 대한 헌사라고 밝힌 바 있다.

마블 슈퍼 히어로 영화 '이터널스'에서 마동석(오른쪽)은 '길가메시' 역을 맡아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호흡 맞췄다. 사진은 두 사람이 함께 미국 현지 매체 인터뷰에 응한 모습이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마블 슈퍼 히어로 영화 '이터널스'에서 마동석(오른쪽)은 '길가메시' 역을 맡아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호흡 맞췄다. 사진은 두 사람이 함께 미국 현지 매체 인터뷰에 응한 모습이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유튜브 채널 영상 캡처]

압도적인 육체를 반전의 이미지로 영민하게 활용하는 것도 마동석의 장기다. 덩치는 산만해도 아내에게 다정한 ‘결혼전야’(2013) 속 건호, 늘 힘이 앞서지만, 예의범절은 깍듯한 ‘군도: 민란의 시대’(2014) 속 천보, 톱스타 친구를 살뜰하게 챙기는 ‘굿바이 싱글’(2016)의 스타일리스트 평구 등은 마동석의 외모가 주는 고정관념을 색다르게 변주한 결과다. 지금 마동석은 우락부락한 형사부터 ‘마쁜이(마동석+예쁜이)’라는 극단적 세계를 오갈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배우다.

마동석은 ‘범죄도시’ 시리즈를 이미 8편까지 구상해뒀다고 밝혔다. 그간의 제작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출연작 중 하나인 ‘악인전’(2019) 할리우드 리메이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마 형사가 범죄자들을 ‘진실의 방’으로 호출하듯, 마동석은 자신이 구축한 ‘충무로형 수퍼히어로’의 세계로 관객들을 꾸준하게 불러들이고 있다. 할리우드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있다면 우리에겐 또 하나의 MCU,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또한 존재한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본인 제공]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본인 제공]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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