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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스타우트 vs 상큼한 페일에일…3세대 '홈브루' 써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모델이 LG전자의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에서 완성된 맥주를 따르고 있다. [사진 LG전자]

모델이 LG전자의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에서 완성된 맥주를 따르고 있다. [사진 LG전자]

“이걸로 집에서 맥주를 만든다고?”

집에서 만드는 LG전자 수제맥주 제조기 사용후기

아파트 주방 한쪽에 설치한 LG전자의 수제맥주 제조기 ‘LG 홈브루’를 본 70대 아버지의 첫 반응이다.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 맥주를 직접 만들어 먹는 문화는 이미 익숙하지만 아직 ‘맥주 만드는 가정용 가전’이 식기세척기나 로봇청소기만큼 대중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제맥주집에서 본 추출구와 비슷

LG전자가 지난 3월 출시한 홈브루 두 대를 빌려 한 달가량 사용해봤다. 홈브루는 양옆에 은색 스테인리스 재질의 원통 두 개, 가운데 맥주를 따르는 손잡이와 맥주가 나오는 추출구가 있는 형태다. 손잡이는 수제맥주 전문점에서 보던 것과 같은 모양이었다. 추출구 아래에는 매뉴얼과 제조 상태를 보여주는 작은 원형 화면이 있었다.

크기는 가로 54㎝, 세로 48㎝, 높이 42㎝로 생각보다 꽤 컸다. 두 가지 맥주 맛을 비교하기 위해 두 대를 놓은 탓에 자리를 더 많이 차지했다. 싱크대 상판이나 식탁에 놓기엔 좁을 것 같아 아이 책상을 주방으로 꺼냈다. 한 번 설치하면 자주 옮기긴 힘들어 보였다.

'LG 홈브루' 두 대를 대여해 한 달가량 사용해봤다. 두 대를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아이 책상을 잠시 빌렸다. 최은경 기자

'LG 홈브루' 두 대를 대여해 한 달가량 사용해봤다. 두 대를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아이 책상을 잠시 빌렸다. 최은경 기자

홈브루는 LG전자가 영국의 맥주 원료 제조사인 문톤스와 함께 개발한 캡슐형 원료 패키지로 간편하게 맥주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맥주 제조는 발효→탄산화→숙성 과정을 거친다. 최근 출시한 3세대 홈브루의 평균 제조 기간은 열흘이다. 2019년 선보인 1세대 제품보다 4일 짧다.

영국 문톤스와 공동 개발한 맥주 캡슐 

제조를 시작하기 전 온수 세척을 했다. 원형에 든 작은 수조 같은 5L들이 물통에 물을 3L가량 채워 기기 안에 넣은 뒤 손잡이를 앞으로 당기자 뜨거운 물이 나왔다. 세척이 끝난 뒤 같은 수조에 물을 가득 담아 통 안에 넣고, 다른 쪽 원형 통에 맥주의 주원료인 맥즙을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 가운데 공간에는 커피 캡슐처럼 생긴 발효를 돕는 효모, 쌉싸름한 맛과 거품을 만드는 홉오일, 맥주향을 내는 플레이버 캡슐을 거꾸로 놓은 뒤 뚜껑을 닫았다.

'LG 홈브루'는 캡슐형 원료 패키지를 사용해 간편하게 맥주를 제조할 수 있다. 맥주 원료인 맥즙을 넣고 있다(왼쪽). 나머지 재료가 들어 있는 캡슐을 투입했다. 최은경 기자

'LG 홈브루'는 캡슐형 원료 패키지를 사용해 간편하게 맥주를 제조할 수 있다. 맥주 원료인 맥즙을 넣고 있다(왼쪽). 나머지 재료가 들어 있는 캡슐을 투입했다. 최은경 기자

설정한 맥주 종류대로 제조가 시작됐다. 이 모든 과정을 원형 화면에 뜨는 지시대로 다이얼만 돌려 진행하면 돼 편리했다. 제조 단계에 따라 최적의 온도와 압력이 자동 조절된다. 맥주를 다 마신 뒤에는 다음 제조를 위해 온수 세척 과정을 한 번 더 거치고, 맥즙은 비닐과 플라스틱을 분리해 재활용 쓰레기에 버린다.

흑맥주 스타우트와 페일에일 두 종류의 맥주를 비교해봤다. 두 맥주 모두 에일 계열이다. 홈브루 맥주 종류는 여기에 레드에일·위트·IPA·필스너를 더해 모두 6개로 라거 계열은 필스너가 유일하다. LG전자에 따르면 홈브루 고객 10명 중 7~8명은 에일 맥주를 선택한다.

열흘 정도 기다린 첫 모금 “진짜 맛있네” 

12일이 지나자 스타우트와 페일에일이 각각 5L 완성됐다. 500mL맥주 10잔인 셈이다. 완성 정도를 퍼센트(%)로 화면에서 매일 확인할 수 있었다. 스마트홈 플랫폼인 LG씽큐 앱과 연결하면 ‘완성까지 3일 남았다’는 식으로 좀 더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LG 홈브루'의 제조 방법은 작은 원형 화면에서 모두 알려줘 지시대로 다이얼만 돌리면 된다. [사진 LG전자]

'LG 홈브루'의 제조 방법은 작은 원형 화면에서 모두 알려줘 지시대로 다이얼만 돌리면 된다. [사진 LG전자]

먼저 완성된 스타우트부터 맛봤다.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을 싫어하는 아이도 신기한 듯 맥주를 잔에 따르는 역할을 자처했다. 첫 모금을 마신 느낌은 “진짜 맛있네”였다. 맛이 진한 데다 탄산이 적당히 느껴져 단숨에 두 잔을 뽑아 마셨다. 페일에일은 기대한 만큼의 향이 나지 않았지만 상큼한 맛이 좋았다.

퇴근할 때 편의점 들를 필요 없어 편해  

두 맥주를 함께 맛본 40대 여성인 A씨는 “스타우트는 매장에서 파는 것보다 좀 더 부드럽고, 페일에일은 약간의 달달함과 특유의 새콤함이 더해진 새콤달콤함이 확 느껴졌다”고 말했다. 30대 남성인 B씨는 “둘 다 쌉싸름하면서도 잘 넘어가 먹기 좋았다. 페일에일이 새콤한 맛이 있어 그런지 자꾸 당겼다”고 시음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30대 남성 C 씨는 맥주가 완성된 지 일주일이 더 지나 맛을 봐서인지 “스타우트는 흑맥주 특유의 쓴맛이 나면서 맛있었지만 두 맥주 모두 탄산이 좀 부족한 듯했다”고 말했다. 완성된 맥주는 2주일 안에 마시는 것이 좋다. 두 맥주를 비교한 결과는 3대 1로 스타우트가 ‘승’이었다.

아버지는 첫 반응과 달리 맥주가 완성되기를 기다렸지만 스타우트를 한 모금 마신 뒤 고개만 갸웃할 뿐 말이 없었다. 에일 맥주에 익숙하지 않아서인 듯했다.

'LG 홈브루'로 만든 페일에일을 맛보기 직전이다. 페일에일은 상큼한 맛이 좋다는 평이 많았다. 최은경 기자

'LG 홈브루'로 만든 페일에일을 맛보기 직전이다. 페일에일은 상큼한 맛이 좋다는 평이 많았다. 최은경 기자

완성된 맥주는 섭씨 4도 혹은 6도로 한 달 동안 보관할 수 있다. 알코올 도수는 맥주 종류별로 5~6도인데 맛있다고 한 잔, 두 잔 먹다 보면 금방 취기가 오른다. 퇴근할 때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를 사지 않아도 돼 편리했다. 주말에는 정수기에서 물 마시듯 맥주를 수시로 뽑아 먹다 보니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보다 큰 크기, 100만원대 가격은 부담 

제조 초반 약간의 소음이 있지만 금방 조용해졌다. 전기요금은 월 2회 제조할 경우 보관 기능 포함 월 2300원 정도다. 기기 가격은 출고가 169만원으로, 현재 LG전자 웹페이지에서 15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대여하면 5년 기준 월 납부액이 2만9900~3만9900원이다.

맥주 제조기로는 비싸게 느낄 수 있는 가격이지만 최근 공기청정기나 청소기 등이 100만원대로 출시되면서 예전보다는 부담이 덜한 듯했다. 맥주를 맛본 지인들은 “기대보다 맛있다”며 구매를 고려해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맥주 마니아나 가전 얼리어답터가 아니라도 구매할 만한 제품이라는 얘기다. 직접 맥주를 만들어 보고, 맛보는 ‘고객경험’을 제공한다는 LG전자의 전략이 통한 듯 보였다. 단, 맥주 재료인 캡슐 가격도 생각해야 한다. 캡슐 패키지는 할인가로 종류당 4만2900원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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