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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륙작전' 그 해병대의 설움…尹 앞에서 군기도 못 걸었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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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군사안보연구소장의 픽 : 해병대 

 지난 6일 현충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탑에 분향한 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국군기수단이 모두 6개의 기를 들고 있다. 왼쪽엔 태극기와 국방부기, 합참기, 오른쪽엔 육ㆍ해ㆍ공군기가 보인다. 대통령실

지난 6일 현충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탑에 분향한 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국군기수단이 모두 6개의 기를 들고 있다. 왼쪽엔 태극기와 국방부기, 합참기, 오른쪽엔 육ㆍ해ㆍ공군기가 보인다. 대통령실

해병대는 악으로, 깡으로 싸운다. 태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적국 해안에 상륙하면 배수(背水)는 기본이며, 사방이 모두 적이다. 게다가 적 병력이 많을 수도 있다.

해병대의 정신을 화랑도에서 찾는데, 세속오계(世俗五戒)의 임전무퇴(臨戰無退)가 해병대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교두보를 확보하지 않으면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점에서다.

그래서 해병대는 늘 소수정예(A Few Good Men)의 병력을 강하게 키운다. 불리한 전장에서 다수의 적과 싸워 이겨야만 하는 게 해병대라서다.

해병대에게 불리한 게 전장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 6일 현충일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추념식만 봐도 그렇다.

당시 국군 기수단이 들었던 기는 모두 6개였다. 태극기와 국방부기, 합동참모본부(합참)기, 육ㆍ해ㆍ공군기가 양쪽으로 열을 맞췄다. 여기서 해병대기만 빠졌다.

기수단은 운영예규에 따라 꾸려졌고, 운영예규는 ‘국군은 육군, 해군 및 공군으로 조직하며, 해군에 해병대를 둔다’는 국군조직법 2조1항을 근거로 했다는 게 국방부 설명이다.

정부 조직인 국방부는 논외로 하자. 국군조직법에 나오지 않은 합참의 기는 왜 포함될까. 국방부는 별다른 말을 못 한다.

해병대기가 빠진 진짜 이유는 균형이 안 맞기 때문이다. 태극기를 가운데 두고 좌우(참석자 시선 기준)에 합참기와 국방부가 배치됐다. 반대편엔 기가 3개 있어야 균형이 맞다는 것이다. 그러면 해병대기를 놓을 곳이 없어진다.

해병대가 군 내부에서도 소수이다 보니 목소리도 작아서 벌어진 일이다. 해병대가 겪는 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9일 대선 공약으로 “해병대는 창설 이후 누란의 안보위기시마다 국가보위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강한 군대”라며 육군ㆍ해군ㆍ공군ㆍ해병대 ‘4군 체제’ 전환을 내걸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해병대 공약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110대 국정과제서 빠졌다. 인수위에서 충분히 검토되지 않아서다.

물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4군 체제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방부에서 작성한 국정과제 이행 계획에 “중장기적으로 해병대를 독립시켜 4군 체계로의 전환 검토”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해병대로선 미덥지 않다. 2019년 군인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해병대 사령관이 4성 장군(대장)으로 진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당시 국방부가 막판까지 개정안에 부정적이었다.

이번에도 검토만 하다 끝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게 해병대의 내부 여론이다.

적진 한가운데 상륙작전을 펼칠 수 있는 해병대의 존재는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에서도 부담이다. 해병대의 전략적 가치가 높은 이유다.

그런데 이를 국방부만 잘 모른다고 생각하면, 과연 기우(杞憂)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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