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주먹 총소리나"…'범죄도시2' 기생충 앞지른 흥행비결

중앙일보

입력 2022.06.11 15:00

업데이트 2022.06.11 18:24

‘범죄도시2’가 코로나19 팬데믹 후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3년 전 천만 관객을 동원한 ‘기생충’ 이후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이다. 지난달 18일 개봉해 25일 만이다. ‘기생충’의 천만 도달 속도(53일)를 한달 가량 앞질렀다. 코로나19로 쪼그라든 극장가의 빠른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CGV판교에서 영화 '범죄도시2' 출연진 마동석(오른쪽)과 손석구가 관객들에게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범죄도시2는 개봉 20일째인 이날 오전 누적 관객수 900만명을 넘은 데 이어 천만영화에 등극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CGV판교에서 영화 '범죄도시2' 출연진 마동석(오른쪽)과 손석구가 관객들에게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범죄도시2는 개봉 20일째인 이날 오전 누적 관객수 900만명을 넘은 데 이어 천만영화에 등극했다. 연합뉴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통합전산망 실시간 배급사 집계에 따르면 ‘범죄도시2’는 개봉 4주차를 맞은 11일 오후 1시50분 천만 관객을 기록했다. 지난 8일 개봉한 송강호의 칸영화제 남자배우상 수상작 ‘브로커’에 박스오피스 1위를 내줬다가 하루 만에 정상을 되찾았다.

마동석·손석구 주연 '범죄도시2' 천만흥행
코로나 이후 신기록…'기생충' 한달 앞질러
마동석 액션 타격감, 극장 사운드로 더 생생
'나의 해방일지' 구씨 배우 손석구 악역 호평

"마동석 주먹에서 총소리 난다" 

마블 히어로 영화(‘이터널스’, 2021)로 할리우드까지 접수한 주연 배우 마동석(51)에 대한 기대감, 흉악범을 맨주먹으로 소탕하는 시원시원한 범죄 액션이 엔데믹 보복 소리 심리와 맞물려 대박을 터뜨렸다. CGV‧롯데‧메가박스 등 주요 멀티플렉스 모두 관람객 평점이 10점 만점에 9점대. 극장 사운드로 더 생생해진 타격음에 “마동석 주먹에선 총소리가 난다”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각 극장 예매 관객 사이에선 “사운드 진짜… 아이맥스 포맷이 열린 이유를 알 것 같다” “‘이터널스’ 감독 의문의 1패. 길가메시(마동석의 마블 캐릭터)보다 마형사가 더 어마무시함”(이상 CGV), “코로나로 갑갑했던 시국에 다른 생각 않고 영화만 보고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메가박스) 등 호평이 나온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구씨 역할로 추앙받고 있는 배우 손석구(39)가 악역에 합류한 것도 한몫했다. ‘범죄도시’ 1편(2017) 당시 각종 패러디를 낳은 연변 조폭 장첸(윤계상)의 살벌함을 뛰어넘었다는 입소문과 함께 ‘범죄도시2’의 흥행 뒷심을 끌어냈다.

한국영화 위기론 끊어낸 코로나 첫 천만 

6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민들이 범죄도시2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6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민들이 범죄도시2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영화계는 코로나 후 첫 천만이 한국영화여서 더 반긴다. 2020년 초 팬데믹 발발 후 극장 매출은 이전의 30% 수준까지 급갑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누적관객 500만을 넘긴 영화가 지난해 개봉한 마블 시리즈 속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한 편에 불과했다. 한국 대작들이 대거 개봉을 미루면서 지난해 한국영화 점유율(30.1%)은 영진위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가장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 한국영화 위기론도 대두됐다.

‘신과함께’ 제작자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는 “‘범죄도시2’가 비관론자들의 걱정을 일거에 불식시켜줬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칸에서 (한국영화가) 상을 받고 산업적으로도 천만을 해주니까 고맙다. 5월이 원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마블의 달인데 한국영화가 히트쳐주면서 아직 우리 영화시장이 문제없다는 걸 웅변해줬다”고 했다. ‘범죄도시’ 1‧2편을 공동 제작한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범죄도시2’ 흥행은 팬데믹 기간 어쩔 수 없이 개봉을 미뤄온 수많은 영화, 그로 인한 투자금 동결 등 한국영화계 난맥상, 불황에 단비같은 역할을 했다”고 풀이했다.

‘범죄도시2’ 흥행은 개봉 전부터 예견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신작 라인업을 조사해보면 ‘범죄도시2’는 마케팅지표가 무조건 1등이었다. 대작, 천만 감독 다 필요없고 관객이 가장 보고싶어한 영화였다”면서 “‘마동석과 액션의 조합은 옳다’라는 호감도가 있더라. 끝판왕 느낌의 시원한 액션의 입지가 시장에서 컸다“고 했다.

'범죄도시' 1편 IPTV서 6년째 흥행 3위권

'범죄도시2'는 2017년 688만 관객을 동원한 1편을 영리하게 계승했다. 마동석이 연기한 형사 마석도와 괴력과 입담은 살리고 촬영기법을 통해 잔혹함의 수위는 줄였다. 1편은 청소년관람불가, 이번 2편은 15세 관람가를 받아 가족관객까지 타깃을 넓혔다.[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범죄도시2'는 2017년 688만 관객을 동원한 1편을 영리하게 계승했다. 마동석이 연기한 형사 마석도와 괴력과 입담은 살리고 촬영기법을 통해 잔혹함의 수위는 줄였다. 1편은 청소년관람불가, 이번 2편은 15세 관람가를 받아 가족관객까지 타깃을 넓혔다.[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5년 전 1편은 총제작비 약 70억원을 투입해 중급 장르 영화로 기획했다가, 688만 관객을 동원하며 이례적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장원석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실화 바탕 범죄 액션은 사람들이 항상 좋아한다”면서 사전 예측했던 200만 관객을 3배 이상 뛰어넘었다. 2017년 극장에선 흥행 5위에 올랐지만 같은해 TV VOD 영화 매출 순위에선 1위를 차지했다. 영진위에 따르면 ‘범죄도시’의 IPTV 및 디지털케이블TV 매출은 2017년 집계에서만 약 110억원. 그해 10월 개봉 다음달에야 VOD가 출시돼 단 두달치 집계로 정상에 올랐다. 지금껏 역대 TV VOD 영화 매출 순위에서도 ‘범죄도시’는 ‘기생충’ ‘겨울왕국’(2014)에 이어 3위다. 천만영화 ‘극한직업’을 제치고서다.

‘마동석표 액션’ 브랜드는 ‘범죄도시’ 이후로도 이어졌다. ‘악인전’(2019), ‘성난황소’(2018) 등 묵직한 액션 스릴러뿐 아니라  판타지 ‘신과함께’ 1‧2편(2017‧2018), 과학자로 분한 재난영화 ‘백두산’(2019) 등을 오가며 핵주먹과 ‘마블리’(마동석+러블리)란 상반된 매력을 쌓아왔다. 그를 쏙 빼닮은 ‘범죄도시’ 형사 마석도의 호감도도 덩달아 상승했다.

마석도 캐릭터 탄생시킨 '제작자' 마동석 

‘범죄도시2’는 마동석뿐 아니라 승진에 목매는 허당 반장 최귀화(왼쪽), 막내에서 선배 형사가 된 하준 등 1편을 잇는 배우들의 팀플레이도 물이 올랐다. 줏대 없는 조폭 박지환은 등장만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범죄도시2’는 마동석뿐 아니라 승진에 목매는 허당 반장 최귀화(왼쪽), 막내에서 선배 형사가 된 하준 등 1편을 잇는 배우들의 팀플레이도 물이 올랐다. 줏대 없는 조폭 박지환은 등장만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마동석의 제작자로서 역량도 빛났다. 콘텐트 기획‧제작에 꾸준히 도전해온 마동석은 영화계 신진 감독‧작가와 의기투합한 창작집단을 발전시켜 현재 할리우드 제작사 고릴라8프로덕션을 이끌고 있다. ‘범죄도시’ 1편 때도 그가 시리즈화를 염두에 두고 신인이던 강윤성 감독과 시나리오 단계부터 대사 한줄한줄 연기해가며 캐릭터를 만들었다. 또 1편은 인천 가리봉동 조폭 실화를 토대로 실제 형사‧조폭들의 싸움동작을 고스란히 적용한 액션이 장르팬의 호응을 끌어냈다. 사실감을 주기 위해 오디션을 100번 넘게 봐 신선한 얼굴의 실력파 배우들을 대거 발탁했다. 주연급 배우로 자리잡은 ‘극한직업’의 진선규, 드라마 ‘킹덤’의 김성규 등이 당시 ‘범죄도시’ 출신이다.

‘범죄도시2’는 이런 성공전략을 영리하게 변주해 1편보다 나은 속편이란 평가를 받았다. 총제작비 130억원으로 1편보다 2배 가량 판을 키웠다. 1편의 조감독이었던 이상용 감독이 이 영화로 장편 연출 데뷔했다.
 ‘범죄도시2’는 1편 4년후를 배경으로 한국 여행객이 많이 찾는 베트남으로 무대를 넓혔다. 이번에도 기존 범죄 실화가 토대지만, 칼부림 등 잔혹 액션은 흉기‧신체보다 반응하는 표정 위주 촬영으로 잔혹함을 덜어 관람장벽을 낮췄다. 마석도의 정의롭고 잔정 많은 모습을 한층 부각됐다. 1편의 룸싸롱 접대 같은 논란 소지가 있는 장면들은 덜어냈다.

잔혹 덜고 통쾌 키워…1편보다 나은 속편

영화 '범죄도시2'에 새롭게 합류한 무자비한 살인마 강해상 역할의 손석구. 지난달 종영한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구씨 역할로 큰 인기를 끌며 영화 흥행에도 불을 붙였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범죄도시2'에 새롭게 합류한 무자비한 살인마 강해상 역할의 손석구. 지난달 종영한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구씨 역할로 큰 인기를 끌며 영화 흥행에도 불을 붙였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1편은 우범지대가 주무대였던 반면 2편은 베트남뿐 아니라 한국 주택가, 백화점 등 일상 무대로 옮겨 일반 대중의 공감대를 더했다. 마석도와 악당 강해상(손석구)의 최후 대결도 시내버스 안에서 긴박하게 펼쳐진다. 관객이 기대한 만큼 액션과 유머의 쾌감을 충족시켰다는 평가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혼자 보는 OTT와 달리 통쾌하게 함께 웃으면서 공감하며 보는 극장의 가치를 되새겨준 영화”라면서 “방송과 극장가의 시너지가 난 좋은 사례다. 드라마로 손석구 배우의 팬이 된 관객들이 정교한 액션, 표정 연기를 대형 스크린으로 끊김 없이 보려고 극장을 찾은 효과도 있었다”고 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OTT 작품으로 익숙해진 시리즈물 형태가 한국영화로 통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원동연 대표는 “예전 ‘가문의 영광’ ‘두사부일체’ ‘조폭 마누라’ 등은 어떤 영화가 히트해서 속편이 나왔다면 ‘범죄도시’ ‘마녀’는 시리즈물로 사전에 기획해 신선한 캐릭터로 세계관을 넓혀간다는 게 다르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영화시장과 OTT 시장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코로나 전 6월 하루 최고관객 88% 수준 회복

흡사 컨테이너박스처럼 답답한 경찰서 풍경은 1편에서 고스란히 이어진다. 1편의 4년 뒤란 설정의 '범죄도시2'에선 새로 막내 형사(정재광)도 합류했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흡사 컨테이너박스처럼 답답한 경찰서 풍경은 1편에서 고스란히 이어진다. 1편의 4년 뒤란 설정의 '범죄도시2'에선 새로 막내 형사(정재광)도 합류했다.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극장 회복세도 빨라졌다. 지난달 3일까지 평일 10만명을 넘지 못한 전국 일일 극장 관객 수는 마블 히어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개봉(4일) 다음날인 어린이날 총 130만명을 기록하며 27개월 9일만에 처음 100만명을 넘었다. ‘범죄도시2’ 흥행 몰이로 지난 1일엔 또다시 코로나 이후 최고치인 145만명을 기록했다. 2019년 6월 중 최고 일일 관객수인 164만(1일)의 88%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에 힘입어 올여름 극장가는 대작 전쟁이 예상된다. 오는 15일 한국형 히어로 영화 ‘마녀2’, 톰 크루즈가 내한하는 할리우드 액션 ‘탑건: 매버릭’이 22일 개봉한다. 박찬욱 감독의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은 29일 개봉한다. ‘한산: 용의 출현’ ‘비상선언’ ‘헌트’ ‘외계+인’ 등 제작비가 200억원을 훌쩍 넘는 한국 대작들과 마블 신작 ‘토르: 러브 앤 썬더’도 오는 7~8월 관객을 만난다.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대작들이 시장을 나눠 먹으면서 작은 영화는 더 힘들어질 것”이라 말했다. ‘기생충’ 제작자 곽신애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밀렸던 영화들이 쏟아져나오는 게 기쁘다”면서도 “다양성 영화들은 또다시 극장을 못 잡고 상영기회를 박탈당하는 상황이 바로 펼쳐질 것 같아 우려된다. 고루 상생할 수 있는 조율이 돼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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