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도 아이돌 그룹도 진화했다, 앞으로 K팝에 필요한 것은?

중앙일보

입력 2022.06.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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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 김작가가 지난달 27일 서울 성수동 일일공일팔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상문 기자

음악평론가 김작가가 지난달 27일 서울 성수동 일일공일팔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상문 기자

K팝의 탄생과 위기, 성장을 지켜본 대중 음악 평론가들은 현재의 K팝 산업의 비상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음악 평론가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한다. 첫 번째 순서로 지난 20년 간 대중음악 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김작가(43) 음악평론가와 만나 K팝의 정의와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에 대해 들어봤다.

[음악 평론가 인터뷰 시리즈] 1. 김작가

김작가는 홍익대학교 재학 시절 학교 앞 일명 ‘인디 바’를 드나들며 당시 데뷔 전이던 크라잉 넛이나 노브레인 같은 밴드를 접했다. 이후 음악 평론가 및 영화 잡지 기자로 일했다. 현재 한국 음악에 대한 정보와 역사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스타트업 ‘11018’(일일공일팔)에서 콘텐트 본부장으로 있으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일공일팔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K팝을 어떻게 정의하나.
K팝은 음악을 중심으로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한 음악 엔터테인먼트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이 이어지는 3분 동안 강렬한 군무를 통해 끊임없이 시각적 자극을 준다. 음악적으로 K팝은 한국 대중음악의 장르 중 하나인 가요에 속한다. 가요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내수용’ 음악이다. K팝은 해외 시장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음악이다. 본격적인 시작은 2000년대 초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팬 층을 형성하면서부터였다. SM엔터테인먼트는 처음부터 일본 시장을 겨냥해 동방신기를 기획했으며, 이후 유럽이나 북미 시장으로 확대했다. 지금도 한국의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은 해외에서 인기 있는 K팝과 다르다.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상위 100위에 드는 음악의 상당수는 일반 대중이 좋아하는 R&B나 발라드가 많다. 소위 ‘대중픽’이다. 이런 음악과 K팝 팬들이 작정하고 순위에 올려놓는, 일명 ‘스밍’(스트리밍의 준말로 팬들이 인위적으로 음원의 재생 횟수를 늘리는 행위)으로 순위에 들게 하는 음악과는 차이가 있다.  
K팝 팬들은 다른 장르 음악 팬들과 달리 열정적인 소비자이고 경쟁심이 매우 강하다. 사진은 지난 1999년 4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H.O.T의 팬미팅 행사에 참가한 팬들. 중앙포토

K팝 팬들은 다른 장르 음악 팬들과 달리 열정적인 소비자이고 경쟁심이 매우 강하다. 사진은 지난 1999년 4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H.O.T의 팬미팅 행사에 참가한 팬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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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K팝에서 팬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나.
K팝 팬은 열정적인 소비자이기도 하다. 영화 팬이 영화관에는 가도 관련된 상품을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10% 미만일 것이다. 하지만 K팝 팬들은 90% 이상이 앨범이나 콘서트, 관련 상품을 구매한다. 이런 열정이 독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말이나 행동을 하고 돌출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과격한 팬들이 있기 마련이다.하지만 다행히 K팝 팬들은 계속 진화해왔다. 1세대 K팝 팬들이 얼마나 폭력적이었는지 다들 기억하지 않나. 스타를 스토킹하고 마음에 안 들면 살인 협박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이런 과격한 행태는 거의 볼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위해서 팬인 자신도 좋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음악 장르의 팬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일반적인 장르의 음악 팬들은 음악 자체 때문에 스타를 좋아한다. 하지만 K팝 팬들은 특정 그룹을 좋아하고, 더 정확하게는 한 그룹 내에서도 어떤 멤버 개인을 좋아한다. 일반 음악 팬들은 어떤 음악에 담긴 의미를 좋아하거나 자신의 취향을 대변하는 음악을 좋아한다. 하지만 K팝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충성하고 팬들끼리 유대감이 훨씬 강하다. 심지어 음악이 안 좋아도 그 그룹을 계속 좋아한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공격받는다고 느끼면 훨씬 더 공격적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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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팬덤인 아미(ARMY)는 다른 팬덤과 다른가. 
아미가 어떻게 다른지를 얘기하려면 먼저 K팝 팬들의 공통점을 알아야 한다. 그건 바로 경쟁심이다. H.O.T나 젝스키스 같은 1990년대 1세대 K팝부터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음악 방송 순위에서 1등을 하게 만들려 서로 경쟁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앨범을 사고 음악을 듣고 관련 상품을 사서 자신들의 사랑을 증명하려 했다. 하지만 아미는 조금 달랐다. 이들은 BTS를 ‘선한 영향력’으로 유명하게 만들고자 했다. BTS는 초반부터 해외 팬층이 두터웠고 대의를 표명한다는 개념을 일찍부터 갖고 있었다. 기부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은 예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아미만큼 시끄럽게 한 단체는 없었다. BTS 또한 대의를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UN에서 연설을 하고 백악관에 가서 아시아 혐오에 대해서 얘기하는 거다.  
지난 4월 9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관객들이 아미밤(응원 도구)을 활용해 매스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9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관객들이 아미밤(응원 도구)을 활용해 매스게임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K팝 그룹이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K팝은 더 장기적으로 발전 가능한 방향으로, 더 아티스트적으로 바뀌고 있다. K팝 그룹은 처음부터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래서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그들을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데에 반감이 컸다. 스스로 음악도 만들지 않는데 아티스트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들이 있었다. 그룹 이름에 대한 상표권도 회사가 갖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도 최근에 자신의 음악에 주도권을 갖기 시작했다. 멤버들이 작사 작곡에 참여하는 BTS 같은 그룹이 늘어나고 있고, (여자)아이들처럼 아예 자신들의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그룹도 많아졌다. 이런 변화는 그들을 더 아티스트적으로 만들고 있고, 더 장수할 수 있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김작가는 "최근 음악에 대한 주도권을 갖기 시작해 작사, 작곡에 참여하는 아이돌 그룹이 늘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아이돌을 더욱 아티스트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제작하는 (여자)아이들. [사진 큐브 엔터테인먼트]

김작가는 "최근 음악에 대한 주도권을 갖기 시작해 작사, 작곡에 참여하는 아이돌 그룹이 늘고 있다"며 "이런 변화는 아이돌을 더욱 아티스트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자신들의 음악을 직접 제작하는 (여자)아이들. [사진 큐브 엔터테인먼트]

K팝 산업이 계속 발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다양성이 필요하다.1980년대 잘 나가던 홍콩 영화는 망했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는 아직도 잘 나간다. 그 이유는 다양성의 차이였다. 할리우드는 늘 새로운 주제와 콘셉트를 실험하는 데 반해 홍콩 영화계에서는 당시 인기가 많던 액션 장르에만 편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변화하는 대중의 수요에 부합하지 못했고 90년대에는 금방 뒷방 신세가 된 거다. 아직 K팝의 장기적 성공에 대해 얘기하기에는 너무 이른 단계지만, 확실한 건 BTS와 다른 K팝 그룹 사이에 너무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만약 K팝이 하나의 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간극을 메울만한 다른 그룹이 여럿 있어야 한다. 그래야 BTS로 K팝에 유입된 해외 팬들이 이탈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기사는 코리아중앙데일리 6월 7일자 5면에 보도된 영문 기사를 국문으로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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