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560일째…화웨이 후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너,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6.11 11:45

[사진 아너]

[사진 아너]

세대교체를 위한 제품 업그레이드

지난 5월 30일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Honor, 荣耀) CEO 자오밍(趙明)이 웨이보에 올린 글이다. 당일 아너는 '아너70', '아너70 Pro', '아너70 Pro+' 의 세 가지 '70시리즈' 모델을 공식 출시했으며, 가격은 2699위안~ 4299위안(50~80만 원) 선으로 책정됐다.

2020년 11월 화웨이에서 독립해 분사한 아너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애플, 3~5위는 오포, 비보, 샤오미 순이였으며, 화웨이는 상위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아너는 올해 1분기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과 출하량 1위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 중이다. 다수의 컨설팅 업체 통계에 따르면 아너는 2022년 1분기 중국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아너가 20%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2년 1분기 중국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아너-오포-애플-비보-샤오미 순이다. [자료 카날리스]

2022년 1분기 중국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아너-오포-애플-비보-샤오미 순이다. [자료 카날리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다.
아너의 혁신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좌)아너 70시리즈 (우)화웨이 p50 시리즈. [사진 각 사 홈페이지]

(좌)아너 70시리즈 (우)화웨이 p50 시리즈. [사진 각 사 홈페이지]

최근 출시한 아너 '70시리즈'의 모델이 화웨이 'P50' 제품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소비자들은 아너 스마트폰에서 RYYB(센서)와 색상을 제외하면 화웨이 제품과 매우 유사해 보이며, 아너의 디자인 혁신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매직3'와 '아너50' 역시 화웨이 '메이트50', 'P50' 모델과 외관이 너무 비슷해 화웨이 꼬리표 딱지를 뗄 수 없었다. 전면 화면이나 후면의 카메라 구조뿐만 아니라 화면 크기, 하위 해상도 및 화면 픽셀 밀도도 완벽히 같다는 이유였다.

자오밍 아너 CEO는 “개발 시점이나 전체 연구 개발 과정에서 아너의 매직3시리즈는 화웨이 시리즈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이번 신제품 역시 디자인 표절 논란에 휩싸이며 암울한 성적표를 낼 전망이다.

화웨이 메이트50과 아너 매직3 제품. [사진 igeekphone]

화웨이 메이트50과 아너 매직3 제품. [사진 igeekphone]

업계 전문가들은 단지 '디자인'만이 아너의 약점이라고 꼽지 않는다. 한때 3%라는 최저 점유율을 기록했던 아너가 U자 성장 곡선을 그리며 크게 반등해 20%의 지분을 차지하게 됐지만, 전문가들은 아너의 '연구개발 병목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저 대체품…’ 화웨이 후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너

독립 이후 화웨이와 아너의 관계는 줄곧 뜨거운 감자였다. 지난해 8월 인터뷰에서 자오 CEO는 "회사 차원에서 볼 때 아너와 화웨이는 두 개의 독립된 회사로, 양측 모두 각자의 사업 전략을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오밍은 이후 화웨이와의 '적극적 경쟁'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아너는 성장 전략 모색 차원에서 브랜드 이미지의 확실한 '선 긋기'가 필요하다고 보아 분사 이전의 구형 모델을 제외하고 V 시리즈부터 매직 시리즈, 50~70시리즈까지 화웨이의 훙멍OS가 아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택하고 있다. 자오밍은 “미래에도 화웨이 훙멍 운영체제로 업그레이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아너가 화웨이의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버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케팅 채널, 제품 디자인 등이 '소비자 심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아직 아너는 화웨이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너가 화웨이의 하위 브랜드였던 시절, '아너3C', '3X' 모델에는 화웨이 로고가 존재했다. 분사 이후 화웨이 로고는 아너 제품에서 완전히 사라졌지만, 기술·제품·채널 등에는 여전히 화웨이의 손길이 닿아있다.

'아너6'와 '아너6플러스' 모델에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기린(Kirin) 920, 925 옥타코어 프로세서가 각각 탑재되어 있다.

(좌) 아너 3X Pro (우) 아너 6 시리즈. [사진 아너]

(좌) 아너 3X Pro (우) 아너 6 시리즈. [사진 아너]

그뿐만 아니라 아너의 최초 인력 8천여 명은 모두 화웨이 출신으로, 그중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기존 화웨이 선전·베이징·시안 R&D팀을 비롯해 100여 개의 산업 연구소, 중·고급 휴대전화 오리지널 R&D팀이 아너에 귀속됐다.

이처럼 화웨이의 그늘에서 아너는 빠른 속도로 중국 시장 내 입지를 다질 수 있었고, 2017년 12월 샤오미를 제치고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1위 브랜드에 오르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러나 아너는 자체 개발 칩이나 자체 운영체제(OS)가 없다. 아너는 최신 모델에 구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적용했다.지금까지 아너는 반도체 칩의 외부 조달에 지나치게 의존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기술업체 포말하우트(Fomalhaut Technology Solutions)가 아너X30을 분해한 결과 39%가 미국산 부품이며 자국산 부품은 10%에 불과했다. 이는 화웨이 시절 모델과 비교해 27%포인트(P) 낮아진 수치다. 또 아너의 최초 폴더블폰에 탑재된 칩셋은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 8 1세대이며 메인, 커버 디스플레이는 모두 중국 BOE에서 공급받았다.

업계에서는 자체 기술 혁신 없이는 그저 기계를 만드는 것일 뿐, 애플·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여론조사에서 '아너가 자체 칩을 개발할 능력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많은 전문가는 "화웨이에서 적잖은 연구개발팀을 데려갔지만, 프로세서 칩(AP)이나 기저대역 칩 같은 자체 개발 능력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또 "당초 화웨이로부터 독립 후 퀄컴과 미디어텍의 칩 탑재를 기본으로 했다. 아너의 자금, 기술 비축으로 볼 때, 비교적 간단한 ISP 칩의 개발 능력은 충분히 있지만,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샤오미나 오포, 비보보다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말한다.

아너 폴더블폰 매직V. [사진 아너]

아너 폴더블폰 매직V. [사진 아너]

프리미엄 시장을 뚫지 못하는 것도 아너의 치명적 약점이다. 현재 아너의 인기 모델들은 저가형에 집중되어 있다. 작년에 판매된 아너50 시리즈의 가격은 2399~3999위안으로 4천 위안을 돌파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하이엔드 제품 중심으로 변하자 아너 역시 신제품 공개로 프리미엄·보급폰 시장 다잡기에 나섰다. 지난 1월 아너는 폴더블폰인 ‘매직V’를 공개했으며 가격은 9999위안(256GB·약 187만 원), 1만 999위안(512GB·약 205만 원)선으로 출시했다.

그러나 애플의 아성을 깨기엔 역부족이다. 지난해 11월, 5천 위안 이상 가격대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85.6%에 달했다. 2위는 화웨이, 나머지 기타 업체들의 총 점유율은 6.5%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하이엔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당분간 중국 업체들이 애플을 뛰어넘기는 버거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우이원 애널리스트는 “오랜 시간 하이엔드 시장에서 애플이 축적해온 브랜드 파워는 매우 단단한 편”이라며 “국내 제조업체들에 대한 애플의 압력은 높다”고 밝혔다.

[사진 VCG]

[사진 VCG]

한편 자오CEO는 지난 매직3 출시 행사에서 “애플과 경쟁하거나 넘어서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너는 올해부터 유럽 시장을 본격 공략할 예정이다. 특히 폴더블폰을 포함한 ‘프리미엄 폰 전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을 능가한다는 것은 마케팅 수법일 뿐이며, 매출이 감소하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내 기반을 굳건히 다지는 것이 중요" 하다며, "출하량도 거의 없는 해외 시장을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이들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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