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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 자평하며 ‘정면승부’ 예고 김정은…핵실험 수순 가나

중앙일보

입력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8일부터 1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발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스1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8일부터 1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발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10일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 ‘자위권’과 ‘강대강’ 원칙을 내세우며 사실상 핵무력 강화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직접적인 대미‧대남 위협이나 핵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김정은이 회의를 통해 직접 경제 부문 성과를 과시하며 ‘내부적 명분 쌓기’에 나선 데 따라 고강도 무력 도발을 통한 마이웨이 노선 추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1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회의를 주재하며 “오늘 우리 국가의 안전 환경은 매우 심각하며 주변정세는 더욱 극단하게 격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띠고 있다. 이 같은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국방력 강화를 위한 목표 점령을 더욱 앞당길 것을 재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이 “자위권은 곧 국권 수호 문제이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북한은 그간 자위권을 핵‧미사일 능력 강화의 명분으로 삼아왔다. 이를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연결하면서다.

강대강 원칙을 다시 확인한 것도 미국의 적대시 정책부터 철회하라고 대화의 조건을 내건 기존 입장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통신은 “(김정은)총비서동지께서는 국가 방위력 강화에 계속 큰 힘을 넣을 데 대해 강조했다”고도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참석자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빽빽하게 모여 앉았다. 뉴스1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참석자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빽빽하게 모여 앉았다. 뉴스1

김정은은 또 “공화국 무력과 국방연구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했고, “결론에서는 대적 투쟁과 대외 사업 부문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들과 전략전술적 방향들”이 천명됐다. 통신은 김정은이 제시한 전투적 과업이나 전략‧전술적 방향이 무엇인지는 소개하지 않았다.

다만 김정은은 “급변하는 국제정치 정세와 긴장 국면 일로로 치닫고 있는 조선반도지역의 안전환경에 대처해 책임적이고도 필수적인 해당 조치들과 완강한 투쟁을 전개한 결과 국가안전에 대한 담보와 신뢰의 기초를 다지는 데서 역사적인 전진을 이룩했다”고 자평했다.

‘책임적이고 필수적인 조치’와 ‘역사적 전진’은 올 초부터 이어진 소나기 미사일 도발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해 1월 8차 당 대회에서 다종의 미사일 능력 강화를 지시했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올해 들어서만 18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미국 본토를 노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물론 한국 공격용인 전술미사일도 여러 차례 선보였다.

지닌 2018년 5월 북한이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 북한은 올 들어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를 복구했으며, 7차 핵실험 감행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연일 포착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닌 2018년 5월 북한이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 북한은 올 들어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를 복구했으며, 7차 핵실험 감행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연일 포착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은 이를 통해 획득한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필수적인 조치이자 전진으로 표현한 셈이다.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연일 포착되는 가운데 한‧미를 동시에 노린 도발을 계속하겠다고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대표적 미국통 외교관인 최선희 외무상 임명도 주목할 부분이다. 최선희는 2018년 싱가포르 및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를 총괄했다. 북핵 6자회담 시절부터 관여, 대미 북핵 협상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뒤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어떤 조‧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뤄질 수 없다”는 첫 대미 메시지를 담은 담화를 낸 것(지난해 3월)도 그였다.

외무성 제1부상이던 그는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직에서 탈락, 북한이 미국과는 아예 소통 의지를 닫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최선희가 외무상으로 승격돼 복귀한 데 대해 김정은이 어떤 식으로든 본격적으로 미국을 상대할 준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의 자위권 메시지는 예상된 대로이며, 특히 정면승부 투쟁원칙은 강대강 원칙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입장 표명”이라며 “한‧미의 확장억제력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핵‧미사일 무력 시위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신임 외무상에 임명된 최선희. 연합뉴스

신임 외무상에 임명된 최선희. 연합뉴스

또 최선희 외무상 임명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대화와 외교의 여지가 많지는 않지만, 벼랑끝 대치 이후 대화와 협상 국면 전환을 염두에 둔 조치일 가능성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흘에 걸쳐 이뤄진 이번 회의에서는 코로나19 방역과 농업 등 대내적 현안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졌는데, 이 역시 핵실험 등을 위한 내부적 명분 쌓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경제 부문에서는 전반적인 생산을 추켜세우고…긴장하게 노력해 많은 부문의 생산을 장성시키고 전반적 경제의 상승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경제정책 집행과 관련해 중요하게 평가할 수 있는 성과는 돌발적인 비상방역 사태 속에서 안정과 발전 속도를 확실히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면서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스1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스1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도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자평으로, 내부 여론을 의식한 과시 성격도 있어 보인다. 주민들이 해열제와 항생제 등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가운데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 감행시 내부적 동요가 일어날 우려가 있는 만큼 우선 민심 다지기에 신경쓰는 모양새다.

북한은 이날도 발열자 수가 4만명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자력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점을 연일 강조했다. 김정은도 “국가방역사업이 돌발적인 중대고비를 거쳐 봉쇄 위주의 방역으로부터 봉쇄와 박멸투쟁을 병행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 사실상 큰 고비를 넘겼다고 선언했다.

김정은은 또 “나라의 보건 토대 강화와 방역능력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할 필요성과 절박성”을 지적하고, “최대비상방역기간 각 부문에서 나타난 페단과 결점들을 비판적, 발전적 견지에서 심도 있게 분석총화”하라고도 강조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드러난 전반적인 보건 인프라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역량 강화 지시다.

다만 그러면서도 “우리의 방역은 그 어떤 제도적 장치나 물질기술적 수단보다 인민들의 자각적일치성을 기반으로 하는 방역”이라고 밝혀 외부 지원에 의존하기보다는 자력으로 맞서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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