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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은 민변, MB '고소영', 朴 영남…반복되는 편중인사 논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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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이준석 대표 등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이준석 대표 등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 인사를 다수 중용하면서 ‘편중 인사’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사실 역대 정부 중 인사의 편중 논란이 없었던 경우를 오히려 찾기 어렵다.

文은 민변, MB는 고·소·영, 朴은 영남

윤 대통령이 지난 8일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나”라고 말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에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인사 편중 논란이 있었다. 청와대에서만 김외숙 전 인사수석, 김진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 등이 민변 출신이었다. 행정부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이, 사법부에선 이석태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에선 민변 외에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도 다수 중용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모든 공직에 대탕평 인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결과는 영남 편중 인사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인 2103년 4대 권력기관인 검찰·경찰·국세청·감사원의 고위직 152명 중 총 62명(40.8%)이 영남 출신이라는 분석도 나왔었다.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박근혜정부 특정지역편중 인사실태조사 TF(태스크포스)’까지 만들었다. TF가 2015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전서열 상위 11명 가운데 8명이 영남권 출신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4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김호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9년 4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초청 간담회에서 김호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MB) 정부에서는 ‘고·소·영’이란 신조어가 유행이었다. 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인사가 각종 요직에 앉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선 ‘코드인사’라는 단어가 언론에서 자주 언급됐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과 이념 성향이 맞는, 즉 코드가 맞는 인사를 주로 임명해서 나온 표현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이전 정부보다 호남 출신 인사들이 고위직에 많이 올랐다.

"정무직 인사에서 대통령 권한 강하게 작용"

왜 편중 인사가 반복될까. 학계에선 이를 대통령제의 영향으로 보는 분석이 있다. 대통령이 막강한 인사권을 갖고 있어 대통령의 성향이나 출신배경이 인사에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성주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논문 ‘한국의 정무직 인사 개선방안’에서 “한국은 제왕적 대통령제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정무직 인사에 대한 대통령의 권한이 강하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문민정부 이후에도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은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선 대통령이 자신과 가깝거나 성향이 맞는 인사를 뽑는 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정치권엔 있다. 국민의힘의 재선 의원은 “공약을 실행하려면 대통령이 잘 알고, 손발 잘 맞는 인사를 뽑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정부 초기에는 특히 국정과제 이행 동력이 중요해 대통령이 잘 아는 인사를 장·차관에 임명한다. 모든 정부가 그랬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은 ‘코드 인사’ 비판이 커지자 “코드 인사라 하는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에쿠스 정비하는데 거기에 소나타 부품 넣으면 되겠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검사들의 집단화된 의식 지나치게 강조될 수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러나 이런 방식의 인사가 ‘정부 조직의 민주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은 크다. 정부 고위직이 특정 집단이나 지역 출신으로 과점되면 정부가 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집단의 요구를 수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1944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대표관료제 이론과 맥락이 같다. 대표관료제는 정부의 관료 구성이 사회의 인적 구성을 반영해야 관료 사회의 대표성과 책임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당시 영국 정부 조직이 옥스브릿지(옥스포드, 케임브릿지 대학)나 중산층 이상 계급에 독점돼 그 외 집단과 계층이 정책에서 소외돼 나온 이론이었다.

김영미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 고위직에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골고루 들어올 때 여러 의견이 반영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 출신이 대거 기용되면서 정부 내 다양한 목소리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또 검사들이 일해왔던 방식이나 집단화된 의식이 지나치게 강조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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