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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세'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사느냐'…송해가 일깨워준 것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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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선생이 KBS 전국노래자랑 사회를 보는 모습.

송해 선생이 KBS 전국노래자랑 사회를 보는 모습.

전문기자의 촉: 송해 선생의 건강수명 

'국민 MC' 송해 선생이 10일 우리 곁을 떠났다. 100여명의 후배의 울음 속에서. 향년 95세. 한국인의 평균수명(2020년 83.5세)을 훌쩍 뛰어넘었다. 빈소를 찾은 전원주는 " '선생님 99세까지 88하게 사세요' 했다가 혼난 적 있지만, 100세까지 사실 줄 알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송해 선생의 95세보다 더 값진 게 건강수명이다. 고려대 보건대학원 윤석준 원장(예방의학)은 "질병이나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한 기간을 뺀 게 건강수명"이라며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지를 따진 개념"이라고 말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0.43세(통계청은 2019년 73.1세)이다. 여성은 72.37세, 남성은 68.25세이다.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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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알려진 얘기를 종합하면 송해 선생은 건강수명에도 앞선 삶을 살았다. 송해 선생은 34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면서 녹화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적이 그리 많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다. 1991년 6개월 녹화에 불참했고, 2006년 대장암 수술을 했다. 암 크기가 3㎝가 안 됐다고 한다. 2020년 1월 폐렴 증세로 2주 입원했고, 그해 6월에도 잠시 병원 신세를 지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국노래자랑이 실내 녹화로 전환하면서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올 1월 입원 치료를 받았고, 3월엔 코로나19에 확진돼 24일 만에 복귀했다. 5월에도 1주일 정도 입원 검사를 받았다.

이렇게 따지면 질병·부상으로 활동하지 못한 기간이 몇 년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수명과 건강수명에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장일영 교수는 "이상적인 말년을 보냈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보건학적 면에서 좋은 본보기가 된다고 본다.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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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대로 송해 선생의 건강 비법은 BMW 즉 버스(Bus)‧지하철(Metro)‧걷기(Walk) 등 대중교통 이용이다. 아파트에서도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다녔다. 지방 공연 때도 전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가서 KTX로 이동했다. 매일 오후 4시 목욕탕의 온탕에서 7~8분 보냈다. 송해 선생은 지난해 6월 한 방송에서 "지하철을 많이 타는데, 계단 오르내리기가 참 좋다. 20년 됐다"고 말했다. 음식과 관련해서는 "좋은 것만 먹는다고 건강하지 않다. 아무거나 골고루 먹으면 건강하다"고 말했다. 2013년 검진에서 심장 나이가 50대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장일영 교수는 다른 점을 비결로 든다. 가장 중요한 게 사회활동이다. 이를 통한 풍부한 자극이 핵심 포인트이다. 장 교수는 "사회생활을 하면 신체적·정신적 자극이 많이 들어온다"며 "자극이 오면 몸이 대응해서 힘이 강해진다"고 말한다. 장 교수는 "송해 선생은 일을 통해서 꾸준히 건강을 유지했다"고 말한다.

장 교수는 "은퇴 후의 운동도 좋지만 사회활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러면 두뇌활동이 많아지고, 언어 표현이 다채로워진다. 은퇴 생활을 하면 운동·음식이 한정되지만, 사회활동을 하면 영양 섭취가 치우치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이 모든 게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직장 등의 동료들이 신체 변화를 알아채고는 "요즘 안색이 좋지 않은데, 무슨 일 있느냐"고 체크해준다.

다음은 주치의의 중요성이다. 송해 선생은 주치의를 두고 수시로 건강을 체크했다고 한다. 장 교수는 "주치의가 있으면 생체나이의 변화를 알아채고 관리해준다. 신체의 변화, 컨디션의 변화의 결과가 고혈압·당뇨병인데, 주치의가 관리하면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한국인의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은 둘 다 늘어난다. 둘의 격차가 작아야 송해 선생 같은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반대다. 차이가 2018년 11.95세에서 2018년 13.39세로 더 벌어졌다. 13년가량 병치레를 하면서 고통스러운 말년을 보낸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더러는 중환자실을 떠나지 못한다.

장일영 교수는 "은퇴가 나이에 맞춰져 있는데, 이건 잘못된 접근이다. 달력나이 말고 생체나이가 따로 있다. 생체나이로는 충분히 일하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게 돼 사회적 손실에다 건강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며 "벌이가 얼마든 간에 끝까지 일하는 게 건강에 너무 좋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노인의 경우 일반적인 건강검진도 좋지만, 근육 감소로 인한 노쇠 등을 포괄적으로 평가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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