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반도체 호통' 한방에 풀릴까?…대학 40년 가둔 '정원 규제'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2.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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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사회정책팀장의 픽: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하게 주문했습니다.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에 대해 교육부 차관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때문에 힘들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질책했다고도 합니다. 국가 미래를 위한 일에 웬 규제 타령이냐는 겁니다.

대통령 발언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는 9일 더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한 총리는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산업에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집중하겠다”며 “인재 양성의 기본 골격은 수도권과 지방(대학)에 거의 비슷한 숫자의 증원을 해야겠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교육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대통령 발언 한번으로 40년간 묶여있던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가 풀릴 수 있을까요.

대학 발목 잡은 수도권 정원 규제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를 방문, 장상윤 차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교육부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가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를 방문, 장상윤 차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교육부 제공

대학의 학생 정원은 이른바 4대 요건(교지ㆍ교사ㆍ교원ㆍ수익용기본재산)에 따라 정해지는 범위에서 대학이 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은 다릅니다. 40년 전인 1982년 제정된 수도권 정비계획법에 따라서 정원 ‘총량규제’를 받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해 수도권 대학의 증설, 증원을 막아둔 법입니다.

이 법은 대학의 발목을 잡는 규제로 여러번 지목당했습니다. IT(정보통신)나 AI(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워야 되는데 이 법때문에 학과 정원을 늘릴 수 없다는 겁니다. AI 학과를 늘리려면 총량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학과를 그만큼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축소되는 학과의 거센 반발 때문에 사실상 학내 구조조정만으로는 첨단산업 학과를 크게 늘리기 어렵습니다.

'안주하는 대학' 원인 되기도

한편으로 이 법은 대학이 편안하게 현실 안주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되어왔습니다. ‘수도권’이라는 강력한 입지조건을 누리는 대학들로서는 어차피 정원이 제한돼있으니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같은 수도권 지역의 라이벌 대학이 잘 나간다고 해도 학생을 더 뽑을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한된 수도권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수험생의 경쟁은 계속해서 치열하고, 대학은 가만히 있어도 학생이 굴러들어오는 셈입니다.

지방대도 마찬가지로 이 법의 수혜를 입어왔습니다. 모든 수험생이 ‘인 서울’을 목표로 하는데도 지방대가 신입생을 채울 수 있는건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제한된 수도권 대학에서 넘친 인원을 받으면 되는 구조였으니까요.

빨라지는 지방대 위기…구조조정 방향 나와야

전국대학노조 부산경남본부 소속 동아대 등 6개 대학 노조원들이 29일 부산시청 앞에서 지방대 붕괴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전국대학노조 부산경남본부 소속 동아대 등 6개 대학 노조원들이 29일 부산시청 앞에서 지방대 붕괴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송봉근 기자

윤 대통령의 ‘반도체 호통’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려면 수도권 정원 규제가 어떤 식으로든 풀려야 합니다. 지금처럼 수도권 대학이 정원 1명 조차 늘리지 못하는 규제로는 세계 대학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꼭 ‘반도체’ 때문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로 대학이 특성화하고, 수도권 대학끼리도 경쟁하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풀려야 합니다.

문제는 지방대입니다. 수도권 정원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든, 반도체 등 첨단학과에만 풀어주든 지방대는 그만큼 학생을 빼앗기게 됩니다. 이미 지방대 신입생 미달은 현실이 됐고 뚜렷한 대안도 보이지 않습니다. 선택받지 못하는 대학, 학과가 더욱 빠르게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대통령의 반도체 호통은 대대적인 대학 구조조정과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단순히 '반도체 인력 늘려라'를 넘어 명확한 대학 구조조정 방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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