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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촉법소년 연령 낮추되 교화 개선 병행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92호 30면

촉법소년 범죄 5년간 58% 급증해

윤 대통령 ‘만 14세 → 12세’ 공약

보호기금 등 피해자 지원책도 필요

법무부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낮추기로 했다. 그제 한동훈 장관이 촉법소년 연령 기준 논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주문하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연령 상한 하향(만 12세)을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했고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해 놨기 때문에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소년법 개정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소년범죄가 흉포해지고 늘고 있는 상황이라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촉법소년의 범죄 건수는 최근 5년간 58% 급증했다. 2017년 7896건에서 2021년 1만2501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도 같은 기간 35% 늘었다.

특히 촉법소년의 경계인 만 13세의 범죄 비중이 높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2021년 강력범죄를 저지른 만 13세는 2만2202명으로 만 10~12세를 모두 합친 수(1만3112명)보다 70%나 많다. 보호관찰중인 소년범의 재범률(13.5%)도 성인(5%)보다 훨씬 높다(2020년).

반대로 전과 기록이 남고 최대 20년까지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소년사범) 사건은 줄고 있다. 같은 기간 8만4026건에서 5만5846건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엄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강력한 처벌이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다.

촉법소년을 만 14세 미만으로 정한 건 1953년 소년법을 제정하면서다. 1988년 하한선만 12세에서 10세로 낮췄다. 그러나 현재 이 나잇대 아이들의 체격과 흡수하는 정보량은 법 제정 당시인 69년 전과 천양지차다. 아이들을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이런 관점에서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을 낮추는 것은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성숙한 아이들을 엄벌로만 다스려 일찌감치 전과자로 낙인찍으면, 성인이 됐을 때 상습적 범죄자가 될 우려도 크다.

특히 소년범의 절반가량은 부모의 보살핌이 부족한 결손가정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미성년자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가정과 학교 등 어른들의 책임을 아이들에게만 전가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은 낮추되 낙인 효과 등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세밀한 입법과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성인과 달리 교화 가능성이 크고 장래가 길다는 점에서 재사회화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소년범죄가 흉폭해진다고 해서 감정적 응징으로 흘러선 안 된다.

이를테면 죄질이 악한 범죄는 엄벌에 처하되, 불우한 배경에서 기인한 범죄는 교화에 중점토록 하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 보호관찰·감호위탁 제도와 열악한 소년원 시설 개선도 시급하다. 특히 여성 소년원의 경우 전국에 2곳뿐이라 과밀화 문제가 심각하다.

이와 함께 적극적으로 피해자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는 재판 과정이 피해자에게조차 비공개다.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언제 풀려나는지 알 수 없어 피해자가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피해자만이라도 심리 및 판결 정보를 즉각적으로 투명하게 알 수 있어야 한다.

적극적인 피해자 지원책도 필요하다. 현재는 가해자와 일대일로 합의하지 않으면 마땅한 구제책이 없다. 소년범죄 피해자의 경우 벌금을 재원으로 한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의 도움을 받도록 하거나, 미국처럼 기금 기부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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