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수료 2%에 지역밀착형 할인까지, 고객 몰리는 ‘대구로’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92호 12면

대구 공공배달앱 성공 비결 

대구 수성구에서 배달 전문 매장을 운영 중인 20대 김모씨는 출근과 동시에 배달앱 네 개를 켠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그리고 대구시가 만든 공공배달앱 ‘대구로’다. 김씨는 배달앱을 ‘생명줄’이라 말한다. 하루 10분만 배달앱이 꺼져도 반나절 장사를 포기해야 할 정도다. 그는 “배달앱 없이 음식 장사를 하는 건 꿈도 못 꾼다”라며 “요즘엔 ‘어떤 음식을 개발하지?’라는 생각보단 ‘배달앱에서 어떻게 더 눈에 띌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지경”이라고 전했다.

배달앱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요식업의 흥망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존재가 됐다. 여전히 키는 ‘빅3’ 기업이 쥐고 있다. 업계 1, 2, 3위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대형 민간배달앱이 시장을 독과점한 상태다. 이들 기업은 많게는 12.5%에 달하는 중개수수료를 내세우며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키웠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민간플랫폼의 독과점과 과도한 수수료를 손보겠다”며 공공배달앱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큰 효과는 없다. 지난해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발표한 ‘전국 시도별 공공배달앱 운영 현황’에 따르면 20개 공공배달앱 중 절반 이상은 이용자가 수십~수백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야심차게 출범한 서울시의 ‘제로배달 유니온’조차 시장점유율 1%대를 벗어나지 못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고객 “선 대구로, 후 배민 습관 됐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하지만 대구시가 만든 공공배달앱 대구로는 달랐다. 지난해 8월 공공배달앱 후발주자로 나선 대구로는 가맹점 중개수수료 2%(매출 50만원까지 수수료 면제), 실시간 정산, 매일 1회 무료광고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단숨에 입지를 넓혔다. 소비자에게는 회원가입·재주문 쿠폰 지급, 주문금액 0.5% 마일리지 적립, 대구시 지역화폐인 대구행복페이 추가 5% 할인 등을 제공해 초기부터 사용자 수 확보에 열을 올렸다. 초기 6000건 수준이던 일평균 주문 건수도 8000건 수준으로 급증했다.

그 결과 대구로는 공공배달앱 중 최단기간인 약 2개월 반만에 주문액 100억원을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대구로의 지난달 월간이용자수(MAU)는 약 19만8000명으로 공공배달앱 중 2위다. 절대적인 수치는 경기도 공공배달앱인 ‘배달특급’에 밀리지만, 인구 대비로 환산하면 배달특급(3.3%)의 2배(8.34%)를 훌쩍 넘는다.

약 20여개의 공공배달앱 중에서 대구로가 눈에 띌 수 있었던 비결은 막대한 재원투자도, 파격적인 할인 혜택 때문도 아니었다. 대구로는 ‘공공’이라는 이유로 민간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면 오히려 플랫폼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법제연구원 김윤정 연구위원은 “공공배달앱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출자하고 직접 운영에 관여하는 관 주도형이다 보니 애플리케이션이라는 디지털 서비스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라며 “지자체장이 바뀌는 경우 공공배달앱 정책도 바뀌는 등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은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공공배달앱의 성패를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대구시는 이런 문제를 민관협력 방식으로 보완했다. 지자체 차원에서의 홍보와 프로모션 지원을 제외한 전권을 대구 지역기업인 인성데이타에 맡겼다. 인성데이타는 퀵서비스와 대리운전, 배달 중개시스템 플랫폼 사업으로 전국에서 손꼽히는 대구 지역기업이다. 지자체가 주도해 어설픈 공공앱을 운영하는 대신 노하우가 있는 민간 사업자의 힘을 빌린 셈이다. 플랫폼 전문 기업에 운영권을 위임하니 지자체 차원에서의 예산 규모도 크게 줄었다. 올해 경기도는 배달특급 운영 예산으로 80억원을 배정했지만 대구시의 대구로 운영지원 예산은 약 6억원 수준이다.

민간 배달앱 못지않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느린 속도, 중구난방인 디자인을 갖춘 공공배달앱은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운영사 관계자는 “플랫폼 운영 경험이 있다 보니 배달대행시스템 연동이나 대용량 트래픽 처리에 어려움이 없었다”며 “일회성 주문에 그친 기존 공공배달앱과는 달리 꾸준히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은 비결”이라고 전했다. 경기도와 대구를 오가며 생활하는 대학생 김예림(23)씨도 “대구에서는 ‘선 대구로, 후 배민 검색’이 습관이 됐다”며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민간 배달앱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아 가급적이면 대구로를 이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점주들은 대구로의 매력으로 ‘돈 쓰고 싶은 광고’ 기능을 꼽았다. 가맹점주가 자율적으로 시간을 설정해 할인 이벤트를 여는 기능은 모든 배달앱을 통틀어 대구로에서만 제공한다. 주문 수요가 많은 시간을 이용해서 일 1회 무료로 광고할 수 있고, 수수료 절감액으로 고객들에게 보답할 수 있어 가맹점주 사이에서 인기다. 대구 중구에서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손모씨는 “대구로 이용고객에게만 음료 메뉴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민간 배달앱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유료 광고상품을 구매했는데, 대구로에서는 오히려 돈을 내고서라도 손님 유치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단건 배달·맛집 추천 등 도입 필요

성공적으로 닻을 올렸지만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관건은 지속가능성이다. 오는 8월 출시 1년을 맞는 대구로는 현재 대구 지역화폐 할인 혜택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지만 여전히 민간배달앱의 점유율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향후 지역화폐 할인 혜택이 없어지더라도 이용자 수를 얼마나 유지할지가 대구로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최세경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화폐를 통한 소비자 할인 혜택만으로는 소비자를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결국 소비자와 공공배달앱 간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는 민간배달앱 이상의 서비스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결책으로는 검색·추천·중개서비스 강화를 제시했다. 기존 민간 배달앱에서 제공하는 주변 맛집 검색, 단건배달, 알고리즘 기반 음식점 추천 등의 서비스를 공공배달앱에서도 동일하게 제공하자는 것이다. 최 위원은 “민간 배달앱과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공공배달앱을 안 쓸 이유가 없다”며 “리뷰 제공, 배달대행시스템과의 연계 등 민간앱이 앞서나간 서비스를 도입하면 충분히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 김종우 선임은 비즈니스 모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선임은 “공공배달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플랫폼 사업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단순 수수료 할인뿐만 아니라 민간 플랫폼과 견주었을 때 차별화할 수 있는 장기적 수익 모델을 구축해야 공공배달앱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혜택 많은 지역화폐, 정부 예산 지원 줄여 타격 클 듯

지역 내 소비 촉진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는 지역주민들 사이에서 최고의 복지로 불린다. 지역 내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구매액의 10% 할인 또는 캐시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잇따라 도입한 공공배달, 공공페이 등도 지역화폐와 연계해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할인액 10%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눠 부담하는 구조다. 2019년 정부가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원 예산을 대폭 늘리자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2017년 56개 지자체, 3065억원에서 2021년 232개 지자체, 20조원까지 늘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문제는 정부가 올해부터 지자체별 예산 지원을 대폭 삭감함에 따라 지역화폐 발행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다. 홍남기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역화폐는 완전한 지자체의 업무”라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지자체가 스스로 판단해 발행하라”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는 올해 지역화폐 관련 예산으로 지난해 대비 66%가량 줄어든 5603억원을 배정했다. 할인액 7~8% 가량을 중앙정부 지원에 의존해왔던 지자체 입장에서는 운영 중단을 고려해야 할 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지자체는 연일 예산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지역화폐로 인한 경제 활성화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정부 지원 없이는 할인 혜택 제공이 어려워 오히려 중앙정부 재정에 의존하게 되는 모순을 낳을 수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별 판매량이 많은 수도권 대도시가 가장 많은 정부 예산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본래 취지와는 반대의 결과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화폐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미미하다”며 “지역화폐 발행에 투자하는 비용을 고려하면 오히려 지역 재정 건전성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지금처럼 소상공인 타격이 큰 상황에는 낙수효과를 노린 지역화폐보다 소상공인 지원금이 상대적으로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지역 경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재정지원을 갑작스레 삭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화폐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는 분명 존재한다”며 “다만 매년 세금 투입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지속해서 대규모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반드시 타당성 평가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