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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이어 경상수지도 빨간불, 우려했던 ‘쌍둥이 적자’ 나타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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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2호 03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주요 거시건전성 지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흑자 기조를 이어가던 경상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서 일시적으로나마 재정적자와 함께 ‘쌍둥이 적자’ 국면이 전개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마지막으로 쌍둥이 적자에 빠진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이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8000만 달러(약 1005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유가 급등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품수지 흑자가 줄어든 데다 4월 외국인 배당 지급 확대로 본원소득수지가 적자를 낸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24개월 만이다.

상품수지 흑자가 1년 전보다 20억 달러 적은 29억5000만 달러에 그쳤고, 본원소득수지는 32억50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본원소득수지는 국내 기업의 연말 결산 배당금 지급이 집중되는 4월만 되면 적자로 돌아서는 계절성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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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운송수지 등에 힘입어 서비스수지의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 같고, 4월의 배당 요인도 완화되기 때문에 5월에는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4월 경상수지 적자가 계절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경상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품수지 흑자 감소 폭이 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 등으로 수입 증가세가 수출보다 큰 때문이다. 4월 상품수지 흑자는 1년 전보다 20억 달러 적은 29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수출(589억3000만 달러)이 반도체·석유제품 등의 호조로 11.2% 늘었지만, 수입(559억8000만 달러) 증가 폭이 16.5%로 더 컸기 때문이다. 상품수지에 연동되는 무역수지는 1월 적자를 보였다가 2월과 3월 흑자로 돌아섰지만, 4월부터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5월 적자규모는 17억1000만 달러였다. 무역수지 적자 확대는 결과적으로 경상수지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한은이 올해 연간 경상수지 500억 달러 흑자를 낙관하고 있지만,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된다면 이를 장담하기 어렵다.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로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여행수지 적자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경상수지를 악화시킬 요인이다.

재정수지는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을 지속해 재정수지 적자 기조가 굳어진 상황이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최근 세수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출이 더욱 큰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국세 수입 등 총수입은 170조4000억원이지만 총지출은 203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1분기 통합재정수지도 33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70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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