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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 맞춰줘" 마지막 인사 준비한 송해, 끝내 못입고 떠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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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추모 다큐 '내 인생 딩동댕' 유튜브 캡처

송해 추모 다큐 '내 인생 딩동댕' 유튜브 캡처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양복을 맞춘 방송인 송해(본명 송복희)가 끝내 입어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KBS1은 9일 송해 추모 특집 다큐멘터리 '내 인생 딩동댕'을 방송했다.

송해와 30년 동안 '전국노래자랑'을 함께한 신재동 악단장은 이날 방송에서 최근 송해가 국민을 위해 마지막 인사를 준비했었다고 전했다.

신 악단장은 "송 선생님이 며칠 전 가까운 지인한테 '나 양복 하나 맞춰 줘'라고 하셨다. '왜 그러시냐'고 하니까 '그냥 맞춰달라'고 하셔서 맞춰드렸다. 그 말이 무슨 말이냐면…, 아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그 재킷을 입고 내가 그래도 마지막 인사를 국민한테 해야겠다. '이제 저는 이 프로그램을 놓습니다, 여러분 다음 MC가 오면 잘...' 그 재킷을 입고 마지막 멘트를 하려고 했는데 오늘(9일) 그 재킷이 나오는 날인데 어제 돌아가신 거다"라고 말했다.

송해 추모 다큐 '내 인생 딩동댕' [유튜브 캡처]

송해 추모 다큐 '내 인생 딩동댕' [유튜브 캡처]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생전 송해가 자주 다니던 국밥집, 이발소, 사우나, 양복점이 모여 있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 '송해길'이 등장했다. 양복점에는 며칠 전 그가 맞추고 간 양복이 걸려있었다.

양복점 사장 최호성씨는 한 양복을 가리키며 "이 옷이 이번에 맞춰 놓은 옷이다. 5일 전에 가봉해서 어제 옷이 완성됐다. '내일이면 선생님 입혀드려야지' 계획했다. 그런데 아침에 뉴스를 봤는데 부고가 뜬 거다. 너무 놀랐다. 입어보지도 못하고 가신 거 아니냐"고 말했다.

최씨에 따르면 송해는 최근 체중이 줄어 이번에 사이즈를 다시 재 맞춘 양복이라고 전했다. 양복에는 '송해'라는 이름표가 달려있었다.

그는 "입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그래 역시 네가 해서 좋았어' 이런 이야기를 꼭 하셨을 텐데. 그냥 그 말없이 가버리신 거다"라며 아쉬워했다.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서 별세한 송해는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 MC를 맡아 34년간 진행했다.

고인은 10일 아침 희극인 후배들의 마지막 인사를 받으며 영결식과 발인식을 마쳤고, 낙원동과 KBS를 거쳐 대구시 달성군 송해공원에 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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