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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 경찰' 앞세워 수사한 공수처…번지는 '불법 수사'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1년 11월 26일 공수처 수사관들이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으로 대검찰청 서버 등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2021년 11월 26일 공수처 수사관들이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으로 대검찰청 서버 등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경찰로부터 수사관을 파견받아 수사에 활용해온 것을 두고 공수처 수사 대상자들이 잇따라 ‘위법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방해 의혹’으로 이성윤(사법연수원 23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수사하고 기소했다가 공수처로부터 공소장 유출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검찰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이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성윤 수사팀 “수사인력 아닌 일반행정 인력 파견만 가능”

1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성윤 검찰 수사팀은 “공수처법 제정 과정에서 공수처가 경찰로부터 인력을 파견 받을 경우 수사인력이 아닌 일반행정 인력이어야 하는 것으로 명시됐다”라며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무효”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수사팀은 앞서 지난 1월 5일 법원에 “공수처의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라고 준항고를 제기하면서 “공수처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파견 경찰 수사관을 동원한 건 위법하므로 영장을 취소해달라”라고 했었다.

수사팀 의견서의 근거는 2019년 6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작성한 공수처법 원안 검토보고서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대표 발의안과 바른미래당의 권은희 의원 대표 발의안이 원안으로 지정됐는데, 같은 해 12월 백 의원 대표 발의안을 바탕으로 한 수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수처법 원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공수처의 조직 체계와 관련해 채택되지 않은 권 의원 대표 발의안은 검찰과 경찰로부터 수사 인력을 파견받는 것과 관련한 설명을 포함하고 있지만, 채택된 백 의원 대표 발의안에선 검찰로부터 수사인력을 파견받는 것 관련 설명만 있고 경찰 관련 설명은 없다.

백 의원 대표 발의안을 보면 “검찰청으로부터 검찰 수사관을 파견받은 경우 이를 공수처 수사관 정원에 포함한다”라는 설명만 있다. 다만 일반행정 인력에 대해 “공수처 직무를 고려해 필요한 경우 공무원 파견이 가능하다”라는 설명이 있다. 이성윤 검찰 수사팀은 “공수처가 경찰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으려면 수사인력이 아닌 일반행정 인력에 한정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한다.

공수처법 원안에 대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검토보고서 17쪽. [사진 국회]

공수처법 원안에 대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검토보고서 17쪽. [사진 국회]

앞서 이성윤 검찰 수사팀은 준항고장을 제출할 당시 “현행 국가공무원법과 경찰공무원 임용령, 공수처법 등을 종합하면 공수처 파견 경찰관의 업무는 수사가 아닌 행정업무 수행에 한정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가공무원법 제32조의4 1항에 따르면 국가기관의 장은 국가적 사업의 수행 또는 그 업무 수행과 관련된 행정 지원이나 연수, 그 밖에 능력 개발 등을 위하여 필요하면 소속 공무원을 다른 국가기관 등에 파견 근무하게 할 수 있다. 또 경찰공무원 임용령 30조에 따르면 다른 기관의 업무폭주로 인한 행정지원의 경우 등에는 경찰공무원을 파견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같은 법령을 고려하면 특별한 경우가 없는 이상 경찰은 행정지원 이외의 사유로는 공수처에 인력을 파견할 수 없다는 게 이성윤 검찰 수사팀의 비판이다.

공수처법을 봐도 경찰 수사관을 파견할 근거가 없다는 해석이다. 공수처법 10조에는 “공수처 수사관은 40명 이내로 하되, 검찰 수사관을 파견받는 경우에는 공수처 수사관의 정원에 포함한다”라고만 돼 있다. 검찰 수사관의 파견 근거만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경찰이 공수처에 인력을 파견할 수 있는 근거는 공수처법 44조가 되는데, “직무의 내용과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행정기관으로부터 공무원을 파견받을 수 있다”라고 돼 있다. 공수처법이 행정기관과 수사기관을 엄격히 구분하는 가운데 경찰은 ‘다른 행정기관’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찰은 행정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만 파견할 수 있다고 이성윤 검찰 수사팀은 주장했다. 대검찰청은 비슷한 의견을 지난해 12월 공수처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의 다른 수사 대상도 목소리를 낸다. 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으로서 해직교사 특혜 채용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측은 파견 경찰 수사관뿐만 아니라 파견 검찰 수사관도 문제 삼고 있다.

조 교육감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한모 전 서울시 교육감 비서실장의 변호인은 지난 4월 15일 재판에서 “공수처에 파견된 검찰 수사관과 사법경찰관이 전반적인 수사에 참여했는데, 파견 공무원은 행정지원에 한정해 업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위법수집 증거가 문제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5월 24일 오전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5월 24일 오전 김진욱 공수처장이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 “문제 없다…지나친 확대 해석” 반박

공수처는 “검찰이나 경찰로부터 수사관을 파견받아 수사에 동원하는 건 문제가 없다”라는 입장이다.

이성윤 검찰 수사팀에 대한 압수수색 준항고 재판에서 공수처는 지난 4월 4일 의견서를 통해 “공수처법 44조에 따르면 직무의 내용과 특수성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다른 행정기관으로부터 공무원을 파견받을 수 있고, 공수처법 3조에 따르면 공수처의 직무는 고위공직자범죄 등에 관한 수사 및 공소제기 등이므로, 수사에 필요하여 파견을 받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법 44조의 ‘다른 행정기관’이라는 개념에는 ‘수사기관’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공수처법 10조에서 파견 검찰 수사관을 공수처 수사관 정원에 포함한 것에 대해 “공수처가 검찰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검찰 수사관 외에는 수사 업무를 할 수 있는 공무원의 파견 자체를 금지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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