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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숨돌렸더니…냉장고 소주·맥주 떨어졌다" 식당 비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지 나흘째를 맞은 가운데 서민 생활과 밀접한 제품 운송도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 수소충전소가 잇따라 운영을 중단했고 도심 식당·편의점에선 소주 재고량이 줄면서 영업 차질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지난 8일 오후 경기 이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주류도매업체 용달 차량이 주류를 받아 가고 있다. 뉴스1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지난 8일 오후 경기 이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주류도매업체 용달 차량이 주류를 받아 가고 있다. 뉴스1

10일 오후 관공서와 사무실이 밀집한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식당가에서는 텅 빈 냉장고를 곳곳에서 발견됐다. 연휴 직전인 지난 4일만 해도 냉장고마다 소주와 맥주가 가득했지만, 파업으로 공장에서 출하가 지연되면서 재고량이 급속하게 줄고 있다는 게 업주들의 설명이다.

하이트진로 출고량 감소, 식당마다 냉장고 비어

화물연대 파업으로 하이트진로 청주공장 제품 출고율은 평상시 대비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편의점 업계와 전국의 주류도매업체가 직접 물류 차량을 공장으로 보내 소주 이송에 나섰지만, 공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주류 공급에 제약이 생겼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으로 편의점 업계가 소주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소주. 연합뉴스

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으로 편의점 업계가 소주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진열된 소주. 연합뉴스

대전 서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임모(54)씨는 “코로나19 사태와 2년 넘게 싸운 소상공인들이 겨우 숨을 돌리게 된 지 불과 한 달”이라며 “(화물연대) 파업으로 소주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상공인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수소충전소 운영 중단, 시내버스 운행 차질

대전도시공사가 시내버스에 수소를 공급하기 운영하는 충전소 3곳도 나흘째 개점휴업 상태다. 충전소에 수소를 공급하는 충남 서산 대산산업단지 공장에서 출하가 전면 중단돼서다.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7일부터 대산산업단지에서 외부 반출을 봉쇄하고 있다. 경찰이 화물차 운행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조합원 6명을 연행했지만, 봉쇄가 풀리지 않아 도심을 오가는 수소 시내버스 18대 운행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대전도시공사가 운영하는 신대수소충전소 운영이 중단됐다. 신진호 기자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대전도시공사가 운영하는 신대수소충전소 운영이 중단됐다. 신진호 기자

전남지역 일부 주유소에서는 재고 물량이 줄면서 업주들이 영업 중단을 우려하고 있다. 여수국가산업단지 인근의 한 주유소는 경유 15만ℓ와 휘발유 5만ℓ 등을 보관하는 탱크가 지난 9일 오후 절반까지 줄었다. 유량과 입고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에는 7일부터 빈칸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주유소 업계 "조만간 기름탱크 바닥날 것" 

주유소 관계자는 “산업단지 주유소는 차량뿐만 아니라 인근 중소업체도 공장 가동과 물류를 위해 자주 이용한다”며 “기름이 추가로 공급되지 않으면 차량은 물론 주변 공장들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오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생산된 차량들이 번호판도 달지 않은채 다른 차고지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오후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생산된 차량들이 번호판도 달지 않은채 다른 차고지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파업 장기화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완성차를 공장 밖으로 빼내는 작업인 ‘로드 탁송’에 일반 직원까지 동원했다. 공장에서 완성차를 만든 뒤 출하를 위한 적치장까지 빼내는 탁송작업이 이뤄져야 추가 생산이 가능한데 탁송 차량 파업으로 일반 직원들이 직접 나섰다고 한다. 현대차는 완성차를 적치장까지 이송하기 위해 ‘임시운행허가증’도 받았다.

현대차, 일반직원 동원해 완성차 이송 

부산과 광양 등 전국 주요 물류거점의 물동량도 바닥세를 보이고 있다. 9일 오후 현재 부산항 10개 터미널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6336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같은 시간대 컨테이너 반출입량인 2만1604TEU의 29.3% 수준이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나흘째 철강제품 4만5000t을 출하하지 못한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긴급한 물량의 경우 철도나 선박으로 이송하고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레미콘 공장에 운행을 멈춘 레미콘 차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1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레미콘 공장에 운행을 멈춘 레미콘 차량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충북 충주지역 레미콘업체 9곳 중 3곳은 시멘트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아예 가동을 멈췄다. 나머지 6개 업체도 생산량이 평소의 10~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가 추가 공급되지 않으면 재고 부족으로 오늘(10일)까지만 레미콘 생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근 제천과 단양도 비슷한 상황이다.

시민트 공급 차질로 레미콘업체도 가동 멈춰 

한편 경찰은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시작한 지난 7일부터 10일 오전 7시까지 업무방해 등 혐의로 조합원 30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조합원들에게 도로 점거와 산업단지 진입을 지시한 혐의로 화물연대 울산본부 간부 A씨를 구속했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서 출하를 가로막은 혐의로 체포한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지부장 B씨에 대한 구속 영장도 신청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7일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 운행을 중단한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7일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 운행을 중단한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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